도시의 특정지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리적 · 사회적 · 경제적환경이 쇠퇴하게 된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로의 인구집중이 심화되었고, 이는 곧 과밀 지구의 발생, 주택을 비롯한 도시기반시설의 노후화, 불량화 및 부족화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도시는 점차 외곽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기존 도시의 시설이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도시의 낙후되고 부족한 시설로 인해 개인의 안전이나 위생, 사회복지 등에 위험이 생기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도시환경을 변화시키려는 요청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바로 도시재개발[Urban Renewal]이다.
도시재개발의 개념은 1940년대부터 등장하였다. 초기의 도시재개발은 기존 도시의 정태적인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동태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을 개선하여,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종의 도시성장이자 발전 주1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도시재개발은 주로 도시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악화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계획 사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기존의 건물이나 계획 구간 전체를 철거한 후 새로운 건물과 시설을 설치하는 협의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현재는 폐지된 구(舊) 주2은 재개발사업에 대해 “재개발구역 안에서 토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고도 이용과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이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행하는 건축물 및 부지의 정비와 대지의 조성 및 공공시설의 정비에 관한 사업과 이에 부대되는 사업”으로 정의하였다[「도시재개발법」 제2조].
도시재개발을 불량해진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개하는 사업으로 개념화한다면, 도시재개발이 필요한 배경으로는 도시의 성장과 변화를 들 수 있다. 먼저 도시는 정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 사회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내부적 재구성을 경험하면서 끊임없이 형성과 성장, 쇠퇴, 재생하는 일련의 역동적인 변화 과정을 거친다. 도시의 여건 변화는 경제활동 입지를 비롯한 경제활동 공간에 변화를 미치며, 나아가 도시 내부 또는 지역 간의 인구이동을 가져온다. 이로 인해 도시의 어떤 곳은 성장 혹은 발전하지만 또 다른 곳은 쇠퇴를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노후화되고 불량화된 부분을 제거하고, 앞으로 쇠퇴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대한 대비를 위해 재개발은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대부분 이러한 도시의 변화를 산업화와 탈산업화를 거치면서 경험하였다. 그리고 도시 중에서도 특히 도심에서의 쇠퇴현상이 심화되어 재개발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특히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과 교외화 등으로 도심이 공동화를 겪고 쇠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쇠퇴현상은 도심뿐 아니라 도시 전반이나 도시 내 특정한 지역에서, 즉 서로 다른 공간적 스케일에서 발생한다.
도시재개발은 물리적인 도시 공간의 개선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도시의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또한 도시를 새로운 상황에 적응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재개발의 필요성은 다음의 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다.
첫째, 경제 · 기능적 필요성이다. 도시재개발은 기본적으로 ‘철거’를 통한 물리적 환경의 개선인데, 무엇보다도 도시의 한 지역의 토지생산성이 낮을 때 도시재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노후화된 건물들이 그 입지적 중요성에 비해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곧 경제적인 손실 초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보다 높은 지대를 지불할 수 있는 생산적인 기능을 입지시키고, 토지 가격이 높은 곳을 고도로 개발하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 추구된다. 즉, 효율적인 토지이용과 경제적 기능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는 점에서 도시재개발은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필요성이다. 대도시, 특히 서구의 쇠퇴한 도심부 지역에는 이민자나 빈민층, 노년층들이 집중하여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곳에서는 범죄나 비행, 실업, 약물 거래, 교육시설의 낙후 등의 문제가 주로 발생한다. 도심의 환경개선은 이러한 문제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줄일 수 있고, 새로운 상업시설 등의 등장으로 도시에 활기를 부여한다. 또한 오래된 시설물의 과밀한 밀집을 해소함으로써 화재, 수해 혹은 전염병 등의 재해에 대비할 수 있다.
셋째, 기반 시설의 확충 필요성이다. 도시재개발은 거주환경뿐 아니라 도로 및 교통시설을 확충하고 공공주차장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각종 시설로의 자가용 · 대중교통 · 도보 등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교통체증의 완화를 가져올 수 있다. 넷째, 도시경관의 심미 · 안전 개선이다. 도시재개발은 새로운 주거와 상업 환경을 만들어 내는데, 기존의 불규칙하게 난립되었거나 폐허 등지로 된 건물들이 보다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기능성 있는 시설물로 대체된다. 또한 쾌적한 보행 공간과 도시 내 근린공원들이 조성되어 거주자뿐 아니라 해당 지역 이용자에게 편익과 안전을 제공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기존의 낙후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치료와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런던의 도크랜드(Docklands), 뉴욕의 배터리 파크(Battery Park), 파리의 라데팡스(Ladefense), 도쿄의 항만 개발을 비롯해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재개발사업은 주로 대규모로 진행되었고, 신규 주택, 신산업 시설 및 레크리에이션 시설 등을 건설하여 근린을 경제적으로 되살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한편 우리나라의 도시재개발은 8·15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주택 불량지구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도시재개발의 시초는 1966년 돈화문에서 퇴계로 구간을 불량지구 개량지구로 지정하여 세운상가를 건립한 것이다. 이후 1971년 「도시재개발법」이 개정되면서 재개발사업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으며, 1973년 「주택개량촉진에관한임시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주택개량사업은 도시계획사업으로 규정되어 본격적으로 재개발사업이 시행되었다. 이후 올림픽 개최를 맞이하여 대규모의 도시재개발사업이 실시되었다.
도시재개발을 시행하는 방식에 따라 전면재개발[Redevelopment] 혹은 철거재개발, 수복재개발[Rehabilitation], 보전재개발[Conservation]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전면재개발은 재개발 대상 구역의 기존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물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존의 시설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되어 그 도시환경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될 때 시행된다. 새로운 시설물의 대체는 쾌적하고 능률적이며, 기능적인 도시환경을 창출해 내는 적극적인 개발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해당 지역의 시설 전체를 전면 철거하므로, 기존의 지역이 갖고 있던 고유한 특성이 훼손되거나 철거 주택의 보상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철거를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경우가 많아 거주민의 반발이 있다.
수복재개발은 도시 내 각종 시설이나 건물이 노후화되고 불량해져 더 이상의 관리나 이용이 어렵게 된 경우에,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자 현재의 시설 대부분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일부 노후 및 불량화 요인만 제거하는 방식이다. 부분적인 철거재개발 형식이자 구역 전체의 기능과 환경을 회복 및 개선한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개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기존 토지에 대한 이용 형태나 그 목적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으므로 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 도시환경의 회복 혹은 개선의 방법으로는 건물의 개보수, 공공시설 설치, 하부 기반 시설의 보완, 청소와 도색 등이 있다.
보전재개발은 아직은 불량화되거나 크게 노후화되지 않았지만, 현 상태로 방치할 경우 향후 환경악화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예방적조치로 시행되는 재개발이다. 보전재개발은 노후화와 불량화 등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철거를 비롯한 자원의 손실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장 소극적인 재개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역사적 · 문화적 가치를 보존해야 할 시설물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주로 시행된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되어 온 도시재개발은 그 목적에 부합하게 재개발 지역을 개선시키고, 도시의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적정 배치하여 도시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이자 계획 방법이었다. 그러나 도시재개발이 시행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첫째는 주민 이주 문제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강제적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철거재개발은 주민들의 이주가 필수적이다. 원래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도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개발사와 이주해야 하는 주민들, 그리고 지역사회 간의 의견 충돌이 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거주민 중 세입자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등의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세입자는 보통 주거권과 영업권 보장을 주장하며 충분한 보상금을 요구한다. 개발사와 소유주, 임대인, 세입자 등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철거 반대 시위 등으로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소송 끝에 철거가 강제집행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과 폭력이 주로 발생하여 도시재개발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둘째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문제이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보통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래 거주하던 주민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곧 원주민이 전치[Displacement]되고 새로운 고소득층이 들어오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이 발생한다고 할 수 주3. 셋째, 지역의 역사적 · 문화적 가치의 상실 문제이다. 오래된 가게와 건물이나 지역은 경제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역사적 · 문화적 가치 등을 지닌다. 재개발은 이들을 철거시키거나 원형을 훼손시킨다. 이에 따라 지역이 갖고 있던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유산이 사라질 수 있다. 또한 재개발로 인해 기존의 지역사회가 해체되면서 지역공동체가 약화되거나 붕괴되는 문제점도 있다.
넷째, 환경문제이다. 재개발 과정은 필연적으로 많은 자원을 소비해야 하고,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폐기물, 공사 소음 등은 근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녹지공간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아, 도시환경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외에도 주변 지역과의 일체감 및 연계성 부족, 고밀도 개발로 인한 교통혼잡의 초래, 공용 용지 확보의 어려움, 관리 처분에 따른 권리 평가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갈등의 발생 및 상위 계획과의 연계 미흡 등이 재개발의 문제점과 부작용 등으로 지적되었다.
도시재개발은 전술한 바와 같은 여러 한계를 노출하였다. 재개발이 도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에서,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도시를 관리 및 계획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부상한 개념이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많은 도시에서 인구집중과 환경오염, 주거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다. 기존의 재개발이 수행한 물리적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환경적 · 사회적가치를 고려한 발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즉, 기존의 도시를 ‘지속 가능한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안된 것이다.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은 기존의 도시개발 · 재개발 중심의 사고에서 도시재생 및 관리를 비롯한 지속 가능한 개발로 변화하게 되었다. 특히 철거형 도시재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어반 빌리지’, ‘뉴어바니즘’, ‘마찌즈쿠리’, ‘스마트성장’ 등이 소개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도시재생방식을 보급하고자 하였다.
도시재생은 쇠락한 근린지구의 물리적 · 사회적환경을 유지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포괄적인 도시 개입이자, 이를 통해 새로이 창출되는 도시 구조라 할 수 있다. 즉, 낡고 쇠퇴한 도시 공간을 철거하지 않고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여 물리적 · 사회적 · 경제적으로 회복시키고 활성화시키는 도시개발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서 도시재생을 “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 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 · 창출 및 지역 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 · 사회적 · 물리적 ·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도시재생 주4에서는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사업 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 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인하여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 강화’, ‘새로운 기능 도입 · 창출’, ‘지역자원의 활용’ 등을 통해 경제 · 사회 · 물리 ·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한편, 각 국가의 맥락에 따라 도시재생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도시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다 통합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쇠퇴하는 지역 여건에 맞게 모든 환경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재생은 도시재개발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먼저 도시재생은 물리적 재생을 추구한다. 기존 건축물의 완전한 철거가 아닌, 노후하고 불량화된 일부를 보수 및 개조하면서 그 기능을 개선한다. 따라서 주거 환경이나 공공시설을 개선하더라도 지역 고유의 모습이 유지된다는 장점을 갖는다. 둘째, 사회적 재생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사회의 공동체 복원을 중시한다. 특히 주민들이 지역의 재생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지역의 유대감을 강화하며, 이를 통해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셋째, 경제적 재생을 들 수 있다. 도시재생은 소규모 상권의 활성화나 창업 지원, 지역특화산업 육성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이익을 공유하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넷째, 환경적 재생이다. 도시재생은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건축 등의 도입을 추구한다.
도시쇠퇴의 중심에 있는 도심지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쌓아 온 도시의 얼굴이며, 만남과 교류의 장소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도심지역은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도시 간의 경쟁이 심화된 오늘날에는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쇠퇴한 도심지역을 재생하여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이라는 지역 특성을 보존하고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화의 심화와 세계도시의 등장 등으로 도시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낙후된 도심 재생은 도시의 매력을 강화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더 나아가 도시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 부상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도시 및 국가 발전 전략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고, 국가적 지원 속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가 도시재생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은 쇠퇴한 기성 시가지의 도시 기능을 재편하고, 도시경제를 재생하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역개발 기구와 도시재생회사와 같은 지역 및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였다. 또한 지역 차원에서 민관파트너십의 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민관파트너십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공공은 이를 지원하게 된다. 민관파트너십은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활성화 계획을 보다 충실히 이행하게 되었다. 한편, 산업화 이후 번성하였던 오래된 공업도시의 쇠퇴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적인 환경 재생뿐 아니라 신산업 등을 유치하여 새로운 거주인구 유입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시초는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과잉도시화와 열악한 삶의 질, 농산어촌의 인구 급감과 고령화 문제, 중앙 주도의 획일적 지역개발로 개성과 특색 없는 지역 양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생활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시행되었다. 이때 시행된 사업의 주요 내용은 마을 재디자인 및 실행, 삶의 질 향상, 지역공동체 복원 및 형성, 지역소득 기반 창출 등이었다. 이는 현재의 주민 공동체 중심 도시재생과 매우 유사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하 도시재생법이 제정되면서 도시재생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의 주요 사업은 전국의 13개 지역을 선정하여 선도 지역으로 지정하고,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주민 역량강화 사업 및 주민 주도형 사업을 실시하는 것으로, 외곽 개발에 한계를 부여하고 구도심의 재생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앙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계획이 중심이 되어 쇠퇴하는 도시들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였다. 실제로 전국 46곳에만 지원이 되었고, 지원금도 연평균 1500억 원으로 적었다. 따라서 사업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였고, 일부 지역은 오히려 부동산 과열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시작되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은 기본적으로 도시쇠퇴에 대응하여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도시재생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도시를 ‘종합적으로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의 종합적 재생은 ‘노후 저층 거주지의 주거환경정비’, ‘구도심의 혁신 거점화’, ‘도시재생 경제 생태계 조성’, ‘풀뿌리 도시재생 거버넌스 구축’, ‘상가 내몰림 현상에 선제적 대응’이라는 5개 과제를 통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특히 노후주거지의 주거환경정비는 보존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도시재생과 구별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중앙 주도가 아닌 지역 주도 방식을 우선시하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동네 단위로 사업 규모를 바꾸었다. 이에 2017년 68곳, 2018년 99곳, 2019년 116곳, 2020년 117곳 등이 선정되었고, 지원금도 확대하여 연평균 10조 원을 투입하여 사업을 시행하였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주요 내용은 지역 주민의 주도로 도시 공간을 혁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대상 지역의 특성과 사업 규모 등에 따라 사업의 유형을 주거 재생형[우리동네 살리기, 주거지원형], 일반 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의 다섯 가지로 구분해 사업 지역을 선정하여 장소특수성을 살리고자 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와 경제력의 약 90%를 차지하는 도시의 쇠퇴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2016년 전국에서 쇠퇴 주5으로 지정된 곳이 126곳[전체의 약 56%]이었고, 지방의 도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에 기존의 도시재개발이나 거대 규모의 도시재생이 아닌, 도시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의 혁신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뉴딜사업이 시행된 것이다.
그러나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시행되었어도 주민들의 낙후된 생활환경을 개선하지 못한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도시재생사업은 기본적으로 국비를 집행하여 주민의 생활 편리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들을 정비하였는데, 지원금이 끊기면 이들 시설은 방치되었다. 심지어 광주 양동 어진마을과 같이 도시재생사업이 끝나자마자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도 생겨났다. 이 마을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마을에 CCTV를 설치하고, 담장을 정비하여 마을의 안전과 위생을 개선하였다. 또한 도시가스를 설치하여 주민의 편의를 크게 향상하였다. 5년 동안 총 36억 56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사업이 종료된 해에 지역주택조합이 설립되었고, 결국 전면 철거를 위한 원주민 이주가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지역이 너무 낙후되어 현실적으로 주거 여건의 개선이 어려웠고, 무리하게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도시재생뉴딜사업은 그 목적과 달리 실제 주민들의 삶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 사례가 보고되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정하였다.
한편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은 다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변경되었다. 다섯 가지의 사업 유형은 ‘경제 재생’과 ‘지역특화 재생’의 두 가지 유형으로 통폐합되어 2022년 26곳, 2023년 22곳으로 규모를 줄였다. 그리고 민간 주도 개발이 어려운 대상지 내 공적 개발을 통해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주거 취약지에 도서관과 체육시설, 공공주차장 등의 생활 에스오시(SOC)와 상업 기능을 맡는 새로운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 내용이 바뀌었다.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이 ‘민간 주도, 개발 위주’로 바뀐 것이다. 또한 2024년에는 뉴빌리지 사업을 발표하며 도시재생사업의 기본 방향을 주거 안정과 도심 활성화로 재설정하였다. 특히 뉴빌리지 사업은 낙후된 지역을 리모델링이 아닌 새로운 타운하우스와 현대적인 빌라로 재정비하고자 시행되며,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10조 원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은 모두 기존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의 개발 · 관리 방식이다. 특히 도시의 노후화 · 불량화된 주거 지구 등을 개조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러한 점에서 광의의 개념으로 볼 때, 도시재생을 도시재개발의 일부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이 20세기 중반 이후 먼저 경험한 바와 같이, 산업화에서 탈산업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도시 전체가 경기침체를 겪는 일이 발생하였고, 교외화 등에 의한 도시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기존 시가지의 침체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따라서 기존의 재개발 개념과는 달리, 인구의 감소와 도시경제가 쇠퇴하는 상황에서 도시 내 특정지역에 대한 재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해진 것이다.
도시재개발은 새로운 건물과 지구의 건설 등으로 기대되는 수익이 기존 건축물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클 때 투자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고 도시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수익이 충분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도시의 효율적 관리를 방해하고 소요되는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 따라서 재개발과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고, 이것이 곧 도시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도시재개발이 성행할 때는, 도시지역의 열악한 주거 환경개선과 부족한 주택의 공급, 각종 인프라 등이 선결되어야 할 도시문제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제 도시문제는 보다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뿐 아니라 도시민의 삶의 질 충족, 도시공동체의 정체성 확립과 자생적 일자리창출, 그리고 이를 통해 도시 혁신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은 결국 해결하고자 하는 도시문제에 대해 서로 다르게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