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현존동물 중 극히 일부의 살아있는 동물을 수집하여 사육하고 번식시켜 일반인에게 관람시키는 사회교육시설이다.
동물원은 동물들을 자연서식환경과 비슷하게 만든 일정한 격리공간에 전시시킴과 동시에 살아 있는 동물들의 관람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은 창경원 동물원으로 1909년에 개원하였다. 창경원은 본래 수강궁(壽康宮)이라 하여 1419년(세종 1)에 상왕인 태종이 한동안 거처하던 곳인데, 1483년(성종 14)에 세조비인 정희대비와 소혜왕후·안순왕후의 처소로 중건된 뒤 창경궁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창경궁은 1907년 일본에 의하여 고종이 강제 폐위된 뒤 순종의 처소가 되었으며, 순종을 위로한다는 구실 아래 창경원으로 고쳐 꾸미게 되었다. 그들은 창경궁 내의 행각·궁장(宮墻)·궁문을 헐어버렸으며, 이어서 창경궁 북쪽 춘당대에 식물원을 세우고 보루각 자리에는 동물사를 지어 유서 깊은 궁궐의 모습을 다른 형태로 바꿔버렸다.
1909년 전국에 산재하여 있는 각종 동물과 식물을 수집하고, 일본으로부터 코끼리·사자·호랑이·곰·낙타·원숭이·공작 등 인기 있는 짐승과 파초·바나나·고무나무 등 열대식물을 수입하여 동물원과 식물원을 개원하였다. 이 때 전시된 동물은 70종 500여 마리에 달하였다.
그러나 이 동물원의 설립은 국권을 빼앗긴 순종에게 동식물이나 감상하며 세월을 보내라는 저의에서 행해진 것이었기에 망국의 뼈아픈 설움이 담긴 개원이었다. 순종이 이를 공개하여 온 백성이 구경할 수 있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창경원으로 개칭되어 일반에게 공개되었으며 서울의 명물로 사랑을 받게 되었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이때의 사육사는 모두 일본인으로, 사전에 치밀한 훈련을 받고 일본 왕에게 충성을 서약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라 일본의 패망이 짙어지면서 극심한 식량난을 겪게 되자 맹수들은 총살 또는 독살되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작은 동물들과 조류는 굶어 죽어버려서 빈 동물사만이 남게 되었다.
1954년에 동·식물원 재건위원회가 발족되어 동물 수입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고, 이듬해 모금된 4만 2000달러로 코끼리·호랑이·사자·표범·하마·낙타·백곰 등을 수입하여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1984년 창경궁 복원과 동시에 전시된 동물들을 서울대공원으로 이전하여 국제규모의 동물원으로 만들었다.
동물원은 단순한 동물의 관람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보존, 교육, 오락, 과학적 연구의 기능을 가지며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① 교육 : 동물원은 지구상에 살아 있는 동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며, 사회교육시설이다. 동물원에서는 동물교실·동물애호동호회 등을 설치하여 시민이나 청소년의 교육활동, 동물애호사상의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② 정서적 효과 : 현대의 기계문명과 공해, 물질만능의 풍조 등 긴장이 많이 쌓이는 생활환경에서 야생동물을 통하여 자연의 모습에 접하고 자연을 음미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정신적·육체적인 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③ 연구 : 동물원의 경영은 국가·공공단체·사립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나 그 목적은 동일하다. 즉, 동물의 습성·생태·번식에 관한 연구, 멸종위기의 동물을 번식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 학술잡지의 발행, 동물원 연감의 발행, 유익하고 유효한 연구자료의 보관 등을 담당한다.
④ 자연보호 : 인구의 증가와 기계문명의 발달, 삼림의 벌채와 개발로 인한 자연의 황폐는 동물의 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동물원에서는 사라져 가는 동물의 보호를 위한 가장 좋은 정책이 자연보호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공원을 지정하여 동물을 위한 최소한의 자연서식지를 만들어 주고 이들을 보호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동물원의 기능은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동물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동물복지문제는 동물원의 역할과 목적을 멸종위기의 종 보존의 장소로 동물원의 설립목적을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동물원은 주로 오락적인 기능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 주체인 동물에 대한 배려가 매우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의 동물원에는 약 900여 종의 척추동물들을 보존하기 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으며 19세기 런던동물원을 시작으로 근대동물원의 건립이 본격화된다.
아시아에는 베트남의 사이공동물원이 1865년에 처음으로 건립되었으며, 그다음 해에는 인도에 빅토리아가든(Victoria garden)이 설립되었다. 일본에는 도쿄의 우에노동물원이 1882년 창설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서울대공원 및 애버랜드를 비롯하여 현재 약 20여 개의 동물원이 있다.
서울대공원은 단계적으로 동물들의 사육우리 면적을 넓히고 서식 지대와 유사한 환경을 만드는 생태동물원의 개념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또 서울대공원은 동물들을 가두어 두는데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서울대공원은 대부분 시 예산으로 이루어져 부족한 예산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동물원은 야생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종 보전을 위한 투자를 하여 자연생태계로 복원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환경변화와 개발에 의한 서식지 감소와 인간의 탐욕이 부르는 남획으로 오갈 곳이 없는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종 보존과 증식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서식지파괴와 밀렵·남획으로 인해 야생동물의 숫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야생동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즐거움을 주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휴양의 기능을 한다. 또 동물의 생태와 습성,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순환원리, 자연환경의 소중함 등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동물원은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연구하는 동물학과 행동학, 수의학, 유전학 등 여러 가지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이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번식시키고 이를 자연환경에 방사하여 생태계를 보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