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초대 주미전권공사로서 미국을 시찰, 견문한 사항을 기록한 책이다.
고종은 갈수록 심해지는 청국의 내정간섭에 대항, 자주권 행사의 일환으로 미국에 상주공사관을 개설하기로 하고, 1887년 8월 18일 협판내무부사(協辦內務府事) 박정양을 주미전권공사로 임명하였다.
청국은 조선을 자국의 속국이라고 주장하며 주미공사관 개설을 반대하였지만, 결국 미국 정부의 압력 등을 고려해 ‘영약3단(另約三端)을 준수한다’는 조건으로 박 공사의 부임을 허락하였다.
박정양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1888.1.1∼11.27) 자주외교를 전개하는 한편, 자신의 시찰 · 견문 사항을 낱낱이 「해상일기초(海上日記草)」 · 「미행일기(美行日記)」 · 「종환일기(從宦日記)」 등에 적어 두었다. 이들을 바탕으로 총 90면, 44개 항목으로 『미속습유』를 집필하였다.
미국의 지리 · 역사의 개요〔지세(地勢) · 개국사적(開國事蹟) · 독립사정(獨立事情) · 민주병역대(民主幷歷代) · 토지개척(土地開拓) · 병주군(幷州郡) · 인종(人種)〕, 정부기관의 체제와 사무분장〔국헌(國憲) · 민선원(民選院) · 원로원(元老院) · 재심원(裁審院) · 국무부(國務部) · 호부(戶部) · 육군부(陸軍部) · 해군부(海軍部) · 내무부(內務部) · 체신부(遞信部) · 농무부(農務部) · 형부(刑部) · 교섭(交涉)〕, 경제 및 재정제도〔봉교(奉敎) · 농업(農業) · 공업(工業) · 상무(商務) · 물산(物産) · 지조(地租) · 전폐(錢幣) · 은행(銀行) · 회사(會社) · 인민재화(人民財貨)〕, 사회 · 교육시설 및 문화〔선거(善擧) · 인수기(引水機) · 구화기(救火機) · 기명(器皿) · 도로(道路) · 차량(車輛) · 철도(鐵道) · 신문지(新聞紙) · 제조(製造) · 속상(俗尙) · 력법(曆法) · 척도(尺度) · 칭형(秤衡) · 화성돈경도(華盛頓京都)〕 등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이 책에서 박정양은 미국의 전반적인 상황을 대체로 호의적 · 긍정적인 관점에 서서 정리, 소개하되, 양국간의 상이한 체제를 감안, 미국 제도의 장점을 천천히 받아들일 것을 암시하였다. 특히, 조선의 자주 ·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부국강병할 방안을 찾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양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소개서로 간주되어 온 유길준(兪吉濬)의 『서유견문(西遊見聞)』보다 1년 앞서 탈고된 『미속습유』는, 미국의 문물 · 제도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소개서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 책은 저자의 생전에 발간되지는 않았지만, 탈고 이후 원고본 형태로 국왕을 비롯한 정부 요로의 관리들이 돌려가며 읽음으로써, 그들이 대미외교를 펴나가는 데 크게 기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