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생산, 소비되는 물자를 경제재 또는 재화라고 하며,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성능을 사용가치라고 한다. 그런데 재화가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생산된 경우, 이 재화를 특히 상품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상품은 교환가치를 목표로 하여 생산되고 판매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좁은 의미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함께 가지는 실질재만을 지칭하지만, 넓은 의미로 해석할 때는 교환가치만을 지닌 유가증권·상품권·특허권·저작권 등도 이에 해당한다. 상품의 종류는 대단히 많다. 따라서 각종 통계, 관리상의 편의를 위하여 적당히 분류할 필요가 있는데, 보통 다음과 같이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① 산업원에 따른 분류:1차산업품·2차산업품·3차산업품 또는 농산품·수산품·임산품·광산품·공산품·용역 등으로 분류된다. ② 생산과정에 따른 분류:원료품·반제품(중간제품)·완제품(정제품) 등이다. ③ 용도에 따른 분류:식료품·의료품·주택용품·연료 등이다. ④ 구매동기에 따른 분류:필수품·편의품·일용품·선매품·사치품·특수품 등이다. ⑤ 가격에 따른 분류:저가품과 고가품이다. ⑥ 수출입관계에 따른 분류:국산품·외국상품 또는 수출품·수입품 등이다.
⑦ 사용상태에 따른 분류:생산재상품(원유·광석 등의 소비재와 산업용기계·기계설비 등의 내구재상품)·최종소비재상품(식료품·연료 등의 소모재와 옷감·가구 등의 내구재) 등으로 분류된다. 이 밖에 상품이 생산되어 소비될 때까지의 과정에서 소재·성인·용도·기능·경제성의 다섯 가지 조건에 따라 본질적인 분류를 할 수 있으며, 이 중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분류체계를 세워 다시 세분화하는 실제상의 분류를 하기도 한다.
상품은 이처럼 그 분류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실제로 산업통계·관세부과 등의 목적에 따라 분류제도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제간에는 그 분류를 표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교환되는 모든 생산물은 상품이다. 교환은 우선 교환대상에 대한 사유(私有)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의 상품교환은 원시공동체 내부의 개개 성원 사이에서가 아니라, 공동체와 공동체간에 잉여생산물의 교환이라는 형태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교환의 발달은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하고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가져왔으며, 결국 생산물의 상품화를 촉진하였다.
또한 점차 사회적 분업이 확립됨에 따라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 즉 상품생산이 나타나게 되었다. 상품이 상거래의 대상으로서 본래의 경제적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시장, 즉 유통과정에 놓여 있을 때이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상품의 뚜렷한 등장은 조선시대의 시전의 출현과 맥을 같이하는데, 당시 관납품과 더불어 여러 가지 농산물·축산물·수산물·광산물·공예품·공산품 등이 상품으로서 매매되기 시작하였다. 각지에 향시가 서게 되어서 사람들은 각자의 생산물을 장터에 내다 팔고 필요한 물품은 시장에서 교환하거나 사서 수요를 충족시켰다.
이와 같이, 시장을 중심으로 하여서 물자의 매매·교류를 하는 시장경제체제의 발달에 따라, 우리 나라의 각종 생산물도 상품으로서 시장에서의 거래대상물이 되었던 것이다.
상품교환은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구성체 아래서 이루어져 왔으나, 그것이 지배적으로 행해지게 된 것은 자본주의 단계에 이르러서의 일이다. 여기에서는 노동력이 상품으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원래 상품으로 생산된 것이 아닌 것, 가령 토지·명예까지도 상품으로 의제(擬制)되어 매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생산물의 교환은 물물교환에서 화폐를 중심으로 하는 교환으로 발전하게 되고, 물건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측정, 표시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그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교환과정에서 실질가치보다 더 많은 화폐가치를 얻으려는 이익실현행위가 전개되면서, 상품은 이제 영리의 모체로서 발전하게 되었다.
상품이 매매의 대상물이라고 할 때, 판매자는 상품과 교환으로 얼마나 많은 화폐를 얻을 수 있는가의 가치, 즉 교환가치를 따지고 그것을 화폐단위로 재어 가격으로 나타낸다. 상품을 사는 사람은 그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욕구만족의 정도인 유용성을 따져 사용가치가 인정될 때 그 정도에 따라 화폐를 내고 사게 되는데, 이로써 매매가 성립된다.
즉 판매자에게는 수익인 영리가 목적이므로 영리성이 있어야 하고, 구매자에게는 품질과 가격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영리성·유용성·가격의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적정상품으로 결정되고 유통된다. 그리고 신용경제시대가 됨에 따라 화폐와의 직접교환 없이도 신용에 의하여 거래가 이루어진다. 상품은 현품이 아니더라도 견본이나 이름(brand)만으로 거래대상이 되고 있으며, 현금 없이도 신용을 바탕으로 외상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대부분의 산업품은 시장을 목표로 한 상품생산이 되었고, 사람들은 모든 필요한 물자를 시장에서 화폐나 신용에 의하여 상품으로서 사서 쓰게 됨으로써 상품중심의 경제생활시대가 된 것이다.
광복 후 우리 나라에서는 경제변화추세에 발맞추어, 상업고등학교·전문대학·종합대학교의 상과 및 무역학과 등에서 ‘상품학’을 필수과목으로 하여 상품에 관한 전문지식을 교육시켜 우리 나라 상품경제의 발전기틀을 마련하였다. 1954년 <대한민국표준상품분류>가 성안되어 이용되었으며, 1964년 4월 7일 <한국표준상품분류>가 제정, 시행되었다.
그러다가 1977년 1월 24일 <한국표준무역분류>로 개편되었는데, 이것은 원칙적으로 국제표준무역분류의 기본항목과 일치시키는 한편, 그 이하에서는 국내실정과 관세행정통계분류와의 연관관계를 고려하여 세분한 것에 그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계속하여 국제표준에 맞추어가고 있다.
1981년 한국상품학회가 조직되어 상품에 관한 다각적인 연구와 상품지식 보급에 힘쓰고 있으며, 국제상품학회에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국제상품학 교류에 의한 국제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소비자보호단체들이 활성화되어, 소비자들의 현명한 상품구매를 선도하고 불량품거래 방지에 힘쓰는 등, 상품구매와 소비에 의한 생활향상운동을 벌이고 있다.
상품생산면에서의 기술발달과 인류문화의 발달에 따른 수요욕구의 다양화·개성화·고급화는 표리의 관계를 가진다. 상품은 기술혁신에 따라 신제품이 개발되고 기존제품이 폐기되며 상품의 수명이 단축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기업성장에 큰 의미와 영향을 준다.
그런데 신상품의 개발, 기존상품의 개량이나 새 용도의 발견 등은 기술적 측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 그리고 다양화·고급화의 요구에 따라 발전하게 된 것이다. 특히, 오늘날에 와서는 오히려 사람들의 필요나 구매력의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이처럼 상품생산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의 문화수준의 향상에 따라서 이루어지고, 우리들의 문화향상은 그 요구를 채울 수 있는 생산기술·유통의 발달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품과 문화의 발달은 긴밀한 의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상품과 문화의 교류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상품의 국제화는 우리 상품과 외국상품의 교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호혜적인 시장개방에 힘입어 부족한 것, 필요한 물건은 물론,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비교우위성이나 정책에 따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써 외화를 획득하고 해외기술 및 문화를 흡수하여 우리의 경제발전은 물론, 문화수준을 높이고 국제화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외래품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나머지 국산품을 경시하여 우리 상품의 개발가능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산품의 국제경쟁력 강화나 질 좋은 상품의 개발은 제조업자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정책적 뒷받침과 현명한 수요자를 요구한다.
따라서 “품질은 그저 그런데 값이 휠씬 싸서 구매한다.”고 하는 국제시장에서의 평을 탈피하여, “품질 좋고 값도 싸다.”는 명성으로 국제경쟁력을 가지는 상품이 될 수 있도록 생산자·유통업자·소비자 그리고 정책자들이 다같이 총력을 발휘하여 상품을 통한 기술과 문화수준을 과시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와 변화에 따라 상품의 생산기술은 경쟁적으로 발달하게 되어 같은 종류 유사상품의 홍수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하여 상품의 시장판매가 더욱 어려워지고 세계무역기구의 탄생, 세계시장의 개방과 교류의 확대에 따른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신상품개발과 한국 특유의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특성있고 질이 좋아서 비교우위성을 발휘하면서도 값이 싸서 판매자에게는 편익과 소비만족을 주는 가치있고 생명있는 상품이 되도록 해야 한다.
팔리지 않는 제품은 상품이 아니다. 팔리는 제품이어야 경제발전에 공헌할 수 있으나 팔리지 않는 상품은 낭비가 되어 오히려 경제발전을 저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