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의 한문 필사본으로, 서류(鼠類)의 소송 사건을 다룬 동물 우화소설(寓話小說)이다. 한글본 「서동지전(鼠同知傳)」이나 한문본 「서대주전(鼠大州傳)」과는 별개의 작품이다.
한 마리의 쥐가 그의 무리들을 이끌고 쌀 창고를 뚫고 들어가 배불리 먹고 지내다가 곳간을 지키는 신인 창신(倉神)에게 발각되어 신병(神兵)에게 잡혀간다.
창신은 누가 여기에 쌀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는지를 신문한다. 쥐는 쌀 창고 앞의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라고 대답하지만, 창신이 그들을 잡아 물어보니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창신이 다시 쥐를 신문하자, 이번에는 문신(門神)과 호신(戶神)이라고 하더니, 다시 고양이와 개라고 했다가, 다시 백호(白狐)와 반리(斑狸)라고 했다가, 토끼 · 사슴 · 염소 · 기린 등이라고 말을 바꾸며 거짓말을 한다. 그 뒤로도 쥐는 계속해서 두견 · 앵무 · 꾀꼬리 · 나비 · 박쥐 · 참새 등의 이름을 댄다.
이에 격분한 창신은 쥐를 기둥에 묶고 다섯 가지 형벌을 갖추어 처형하려 한다. 쥐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하면서 여러 동물들의 간사함을 얘기하고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창신이 하늘에 올라가 상제께 소송 사건의 전모를 아뢰자, 상제는 쥐 도둑들의 목을 베어 거리에 버리고 다른 새와 짐승들은 놓아주도록 명령한다. 이에 창신은 쥐 도둑들을 베고, 쥐구멍을 파헤쳐 모두 죽였다. 그 뒤부터는 창고의 곡식이 소모되지 않았다.
이 작품에서는 의인화된 쥐들의 소송 사건을 통하여 자기의 죄를 남에게 전가시키려는 교활하고도 비굴한 인간들의 행동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늙은 쥐는 세 차례의 공방을 벌이며 84종의 무고한 동식물을 재판에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때 작품의 초점은 재판의 지연이 아닌 흥미로운 공방 양상 그 자체에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양상은 「서옥기」가 다른 송사형 우화소설 작품들과 변별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이 작품은 재판의 양상을 흥미로운 읽을거리로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였다는 점에서 소설사적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은 무고 대상자들의 진술과 이에 대한 늙은 쥐의 반박으로 전개된다. 동식물의 진술이 인간적 통념과 편견에 기반하고 있다면 늙은 쥐의 반박은 상대주의적 세계관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작자가 늙은 쥐의 반박을 통해 인간적 통념과 편견을 부정하거나 재고하기를 촉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늙은 쥐는 복숭아나무, 반딧불, 닭, 달팽이, 개미 등 여러 동식물이 각자의 본성에 따라 활동한 것이 범행을 실행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겉으로 보면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형상과 현상이 역학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역학적 세계관의 반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