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 활자본(活字本). ‘서용전(鼠勇傳)’ · ‘서옹전(鼠翁傳)’ · ‘다람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쥐들의 소송 사건을 소재로 한 의인소설(擬人小說)로, 풍자소설(諷刺小說)의 유형을 띤 작품이다. 소재가 유사한 「서옥기(鼠獄記)」 · 「서대주전(鼠大州傳)」 등의 한문본과는 전혀 별개의 작품이다.
중국 옹주(雍州) 땅 구궁산 토굴(土窟) 속에 서대주(鼠大州)라는 짐승이 살고 있었다. 당 태종이 금용성을 치려고 할 때, 서대주는 종족을 거느리고 금용성 창고에 양식으로 쌓아둔 쌀을 없애 버리는 큰 공을 세운다. 이 일로 서대주는 세민 황제로부터 벼슬을 제수(除授) 받고 잔치를 베풀어 여러 쥐를 초대한다.
이때 하도산에 다람쥐라는 짐승이 살고 있었는데, 다람쥐는 성품이 간악하고 집안 형편이 가난한 데도 게을러서 생활이 어려웠다. 다람쥐는 서대주가 잔치를 베푼다는 말을 듣고 서대주를 찾아간다. 다람쥐는 잔치가 끝난 뒤 서대주에게 자기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여 날밤[生栗]과 잣[栢子]을 얻어서 돌아온다. 다람쥐 부부는 그것으로 봄을 무사히 지냈으나, 겨울이 돌아오니 다시 굶는 신세가 된다. 다람쥐는 다시 서대주에게 가서 구걸하나, 서대주는 종족의 형편을 들어 거절한다.
이에 다람쥐는 원한을 품고 아내의 충고도 듣지 않은 채 곤륜산의 백호산군(白虎山君)에게 거짓으로 소송장을 올린다. 아내 다람쥐는 남편에게 소송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힘껏 충고하다가, 도리어 남편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분한 나머지 집을 나가고 만다.
백호산군은 서대주를 잡아 오게 하여 서대주의 말을 들어보고, 다람쥐가 서대주를 허위로 고발하였음을 알게 된다. 이에 산군은 허위로 서대주를 고발한 다람쥐를 유배 보내고, 서대주를 풀어 준다. 마음이 착한 서대주는 다람쥐를 불쌍히 여겨, 다람쥐도 함께 풀어 주길 산군에게 간청한다. 산군은 서대주의 어질고 후한 마음과 덕성에 감동하여 다람쥐를 풀어 준다. 이에 다람쥐는 자기의 배은망덕한 처사를 반성하고 서대주에게 사과한다. 서대주는 다람쥐를 불쌍히 여겨 황금을 주어 돌려보낸다.
「서동지전」은 서대주에게 은혜를 입고도 배은망덕하게 서대주를 백호산군에게 허위로 소송한 간악한 다람쥐가 현명한 판관(判官)을 만나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줄거리를 통해, 인간사회에도 간악한 다람쥐와 같은 배은망덕한 인간이 있음을 경계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권선징악의 교훈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 작품에 등장하는 쥐(서대주)는 종족이 멸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을 때, 강인한 생명력과 엄청난 결속력을 바탕으로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다. 이로써 현실의 당면한 문제를 냉철하게 직시하여 강자에게 직언하고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쥐는 당대의 시대상에 적합한 사회적 동물로서 위상을 갖춘다. 그러나 쥐는 부패한 송사(訟事) 제도를 바로잡아 사회적 규율을 세우는 당대의 절대적 정의를 실현할 만큼의 위상을 보여 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
더불어 작품 내면에는 봉건적인 정치 · 윤리 · 경제 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인간상을 추구하려는 근대지향적 주제도 내포되어 있다. 특히, 오소리와 너구리 등에 의해 표현되는 현실비판은 당대의 정치적 현실이 지닌 모순에 대한 풍자이다.
또한, 다람쥐와 아내의 다툼은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 주고 있어 주목된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투철했던 당시 윤리관으로 볼 때, 올바른 충고를 들어주지 않고 욕설을 퍼붓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항거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아내 다람쥐가 남편을 버리고 집을 뛰쳐나오는 내용도 당시의 윤리관이나 인습(因習)의 관점으로 보면 과감한 저항으로 판단된다. 이는 부창부수(夫唱婦隨)와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봉건적인 사고방식과 도덕관에 대한 비판으로, 전통적인 윤리관을 타파하고자 하는 작자의 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