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이란 비인격적인 사상(事象)이나 동식물 등에 형태적 또는 심리적으로 인격을 부여하는 수법을 말한다. 이러한 의인 수법이 소설구조를 관통하면서 나타날 경우 이를 의인소설이라 한다.
한국 의인소설의 역사적인 발달과정은 크게 네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맹아기(萌芽期)로서 소설의 전단계이다. ≪삼국사기 三國史記≫의 <화왕계 花王戒>와 <구토지설 龜兎之說> 등 고려 이전의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구토지설>은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며, ≪육도집경 六度集經≫의 ‘미후(獼猴)와 자라 이야기’, ≪자타카 본생경(本生經)≫의 ‘용왕과 원숭이 이야기’와 그 구성이 유사하다.
둘째, 융성기로서 고려시대가 해당된다. 이 시기에는 불완전하나마 소설적인 경지에 이르고 있는 작품들이 나왔는데, <국순전 麴醇傳>·<공방전 孔方傳>·<죽부인전 竹夫人傳>·<국선생전 麴先生傳> 등이 그 예이다.
셋째, 발전기로서 조선 초기부터 신소설 이전 시기이다. 이 시기는 의인소설이 가장 활발하게 창작된 시대로서, <장끼전>·<서동지전 鼠同知傳>·<화사 花史>·<천군전 天君傳>·<천군연의 天君演義> 등 많은 작품들이 등장했다.
넷째, 위축기로서 신문학 이후의 시대이다. 개화의 물결에 힘입어 의인의 수법을 쓰지 않고도 정치상이나 사회상을 풍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인소설이 위축된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금수회의록 禽獸會議錄>과 <경세종 警世鍾> 등 몇 편만이 나왔을 뿐이다.
또한 의인소설은 그 대상에 따라 동물을 의인 대상으로 한 동물의 의인소설, 식물을 의인 대상으로 한 식물의 의인소설, 심성(心性)을 의인 대상으로 한 심성의 의인소설, 기타 사물을 의인한 기타 사물의 의인소설로 크게 나눌 수도 있다.
동물의 의인소설로는 <장끼전>·<별주부전>·<서동지전>·<섬동지전 蟾同知傳>·<녹처사연회>·<까치전>·<황새결송(決訟)>·<곽색전 郭索傳>·<오원전 烏圓傳>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동물의 의인소설은 대체로 서두가 소설 내용과 관계되는 분위기 묘사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소재는 연회나 쟁년(爭年)·소송·해몽 등이 주류를 이루며 대체로 근원 설화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모습을 교묘히 의인하여 위선적인 양반과 탐관오리 등 부패한 정치상과 사회상을 풍자하고 있다. 따라서 위정자의 무능과 부패상, 양반계급의 위선에 대한 비유 풍자, 여권주창 등 평민의식의 고취가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식물의 의인소설로는 <화사>·<화왕전 花王傳>·<포절군전 抱節君傳>·<매생전 梅生傳> 등이 있는데, 이들 식물의 의인소설은 다른 고소설처럼 서두가 주인공의 가계 설명으로 시작되며, 소재는 중국의 사실(史實)에 근원하고 고사성어의 남용이 심하다. 주제는 당시의 문란한 정치상과 사회상에 대한 비유풍자에 두고 있고, 작품의 결말은 대체로 주인공의 사거(死去)나 자손의 이야기로 끝나면서 사신(史臣)의 총평을 첨부하고 있음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심성(心性)의 의인소설로는 <천군전 天君傳>·<수성지 愁城誌>·<천군연의>·<천군본기 天君本紀>·<천군실록 天君實錄> 등이 있는데, 이들 작품은 모두 마음[心], 곧 천군(天君)이 주인공이고 천군의 나라에서 사건이 전개되므로 천군소설이라고도 불린다.
이와 같은 심성의 의인소설의 특징은 서두가 주인공의 가계 설명과 출생담으로 시작되고, 소재는 심성론(心性論)에 근거하며, 고사성어의 남용이 심하고, 주제는 군자로서의 마음가짐, 즉 심경정학(心經正學)으로서 군자로서 마음 가지는 방법을 설파하는 데에 있다.
사건은 충신형과 간신형의 대립 갈등으로 전개된다. 이는 성(性)과 정(情)의 갈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간이 정을 억압하고 성을 회복하는 데는 그만큼 역경과 진통이 따른다는 작가의식을 작품을 통해 소설미학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또한 대개 작품 말미(末尾)에 작자의 주관인 논공행상이나 총평이 붙어 있음이 특징이다.
기타 사물의 의인소설로는 <여용국전 女容國傳>·<꼭독각씨실기>와 권필(權韠)의 <주사장인전 酒肆丈人傳> 등이 있는데, 이들 작품은 대체로 의인을 우의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당시의 부패한 사회상을 풍자함으로써 교훈적인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의 활동무대는 대개 가설적인 지역이며, 한글본은 민간설화를, 한문본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심성론, 고사(故事) 등에서 그 소재를 취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