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명행록」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 소설이다. 명나라를 배경으로, 한성규와 윤 소저가 여러가지 결연 장애를 극복하고 인연을 완성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태학산, 용궁 등 현실계와 연결된 이 세계가 나타난다. 할아버지 한운, 아버지 한연희, 아들 한성규 등 3대가 등장하여 가문소설의 면모를 다소 보이고 있다.
상하 2권 2책이며 총 109장의 국문 필사본이다.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 소장본이 유일본이다. 상권 말미에 오 월 초육 일에 필서했다는 말에 이어 “충남 직산군 동편리 책 보는 이는 고이 보고 신권하라.”라는 필사기가 첨부되어 있다.
이야기의 초점은 주인공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에 놓여 있지만, 가문소설처럼 부군의 일생이 자세히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구성이 산만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대명 시절에 승상 한운의 아들 연희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한림어사 윤현기의 아들 혁과 더불어 급제하였다. 한연희와 부인 정씨 사이에서 아들 성규가 태어나고 윤혁과 부인 심씨 사이에서 딸 홍옥이 태어나자 정혼하였다. 여러 차례 변방에 도둑이 침노하자 매번 한 상서가 나가 이를 평정했는데 고향 사주에서 쉬다가 병을 얻어 죽었다. 한성규가 상을 치르고 경사와 윤 공에게 흉보를 전했다.
마침 황제의 인척인 연한이 아들 백으로 윤 소저에게 청혼했다 거절 당하자, 목준을 시켜 경사로 오는 한 공자를 회수에서 죽이게 하였다. 대풍이 불어 목숨을 구한 한 공 모자는 추위와 기한에 시달리다 천명을 받은 마고할미에게 구출되었다. 한 공자는 화덕진군을 만나, 자신이 태을선군이 적강하여 인간으로 태어났음을 알게 된다.
정 부인이 꿈에서 윤 소저가 낙수에서 죽었다는 말을 들으나 한 공자는 구하러 가지 못한다. 이때, 윤 공 부부와 윤 소저는 한 공자가 죽은 줄로 알았고, 어사 조윤이 윤 공에게 청혼을 하였지만 윤 소저가 거절한다.
한편, 연한은 정권을 잡아 폭정을 일삼다가 다시 윤 공에게 청혼하지만 윤 공은 이를 거절한다. 윤 공은 찬적되고 윤 소저는 호수에 몸을 던진다. 윤 공이 한 공자가 은거하고 있는 곳에 찾아가 극적인 상봉을 하고 두 사람은 심 부인 집으로 살아 돌아온다.
연한이 마침내 반란을 일으켰고, 이때 윤 공은 유배가 풀려 복귀한다. 그리고 한 공자는 연한을 평정하러 원수가 되어 출전한다. 윤 소저는 은풍도사의 도움으로 살아나 태학산 청운동에 있으면서 도사에게 한 공자 현황을 듣게 된다. 이에 윤 소저는 남장을 하고 출전하여, 마침 적의 화살을 맞고 죽은 한 원수를 환약으로 소생시킨다.
한 원수는 우연히 윤 소저가 그린 그림을 보고 누구인지 알지만 아는 체 하지 않는다. 윤 소저가 연한을 물리칠 계책을 일러 주니, 한 공자는 연한을 사로잡아 압송하고 윤 소저는 태학산으로 돌아간다. 태학산으로 윤 소저를 찾아온 한 공자는 용궁에 갔다 오는 윤 소저를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듣고, 어머니를 모시고 경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윤 소저는 경사로 가던 중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가던 동생 진수 · 한림을 만난다. 윤 소저의 덕으로 심 부인은 소생하고, 경사로 온 한 공자와 가약을 맺고, 두 사람은 황제로부터 칭송과 아울러 높은 벼슬을 제수 받았다.
주인공이 천상에서 적강(謫降)한 인물로 그려진 이원론적 소설이지만, 다른 이원론적 소설처럼 천상과 지상의 뚜렷한 구분이 없다. '태학산'이라는 곳은 지상에 존재하는 천상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주인공들은 자유로이 출입한다. 이러한 공간은 도교 경전 『진고』의 공간 상상력을 토대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진고』는 지상의 천상 공간인 ‘성악(聖嶽)’과 현실의 비현실 공간인 ‘몽계’를 제시하는데, 이들 공간은 선(仙) · 속(俗) 간 소통의 공간이다. 『진고』 속 초월 공간은 인간계와 별도로 존재하는 신들만의 세계를 추구하지 않으며, 『진고』의 초월계는 현실계와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이 작품 속 태학산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