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기우록 ()

고전산문
작품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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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보은기우록」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이 작품은 「명행정의록」의 전편이다. 아버지인 수전노 위지덕과 문장과 덕행이 뛰어난 아들 위연청 사이의 갈등을 주요하게 다룬다. 위지덕의 회개와 위연청의 입신출세 과정을 중심으로, 위씨 가문의 문벌 회복 과정이 전개된다.

정의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이본 현황

국문 필사본(筆寫本). 완질본(完帙本) 2종, 낙질본(落帙本) 1종이 전한다. 완질본은 ①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18권 18책). ② 서강대학교 소장본(10권 10책)이 있다.

낙질본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1책이 있다.

내용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가정(嘉靖) 연간(年間)에 중국 양주 강현통에 살던 위지덕은 원래 벼슬하던 집안의 후예였다. 그러나 위지덕은 자신의 대(代)에 이르러서는 자기가 벼슬과 인연이 없음을 알고, 장사와 고리대금업(高利貸金業)을 시작하였다. 위지덕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돈을 모아 수전노라는 악평을 듣기도 하였다.

위지덕에게는 아들이 없었는데, 부인 양씨가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린 다음 꿈에 문창성(文昌星)을 보고 아들을 낳았다. 아들 이름을 연청(延淸)이라 지었는데, 연청은 태어날 때 상서(祥瑞)로운 기운을 보였으며, 아버지와는 달리 어려서부터 비범(非凡)하였다.

위지덕은 아들이 욕심이 없다고 미워하며, 아들이 공부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연청은 외숙(外叔)을 따라가서 공부하게 되었다. 절에 가서는 승려들의 사기 행각을 폭로하고 승려들을 잡아 벌주게 한 일도 있었다.

한편, 연청은 선인(仙人)을 만나 붓 한 자루를 전해 받고, 자신의 앞날에 대한 예언을 듣는다. 연청은 아버지에게 천한 일을 하지 말고, 악업을 쌓는 일을 삼가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위지덕은 이를 듣지 않았으며, 부자지간에 사이만 더 나빠졌다.

양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위지덕은 녹운(綠雲)이라는 기생을 새로 아내로 맞이하였다. 성질이 사납고 악독하며 교만(驕慢)한 녹운이 위지덕의 돈을 탐내서 그의 새 아내로 들어오자, 아버지의 마음을 올바르게 고치고자 하는 연청은 더욱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연청은 주인의 재물을 잃고 죽게 된 유환이라는 사람을 도와, 유환이 곤경을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유환은 연청을 평생토록 은인으로 섬기게 되었다. 한편 그 고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인 백양은 이 소식을 듣고, 연청을 초대하여 칭송하고 환대(歡待)하였다. 그리고 자기 딸 백 소저(小姐)와 백년가약(百年佳約)을 약속하게 하였다.

위지덕은 아들이 유환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잃었던 재물을 찾아준 후 유환이 준 거액의 대가를 거절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아들을 꾸짖고 때렸다. 연청은 이에 굽히지 않고, 아버지의 재물을 탐내어 몰래 침입한 도둑을 막아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올바르게 고치기 위해서 계속 애썼다. 한편 연청의 서모(庶母) 녹운은 연청을 유혹하려다가 실패하자, 여러 가지 방법을 써 연청에게 복수하려 하였다.

연청은 재물 때문에 자살하게 된 여자를 구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는 연청의 약혼자 백 소저였다. 백양이 누명을 쓰고 투옥되었는데, 뇌물을 요구하는 형리(刑吏) 때문에 백 소저는 몸을 파는 기생의 처지가 되었다. 이 때문에 백 소저는 죽으려 하였던 것이다. 다행히 신선의 도움으로 백 소저는 연청에게 구출되어 살아날 수 있었다.

연청은 집을 사서 백 소저가 편하게 머무르게 하고, 유환에게 백 소저를 돌보게 하였다. 그러자 녹운은 위지덕에게, 연청이 막대한 돈으로 기생인 미녀를 데려왔다고 하였다. 이에 위지덕은 아들을 죽이겠다고 나섰다. 연청은 위지덕에게 맞아서 기절했고, 녹운의 사주(使嗾)를 받은 하인이 기절한 연청을 큰 궤에다 넣어서 땅에 묻었다.

백 소저는 신선이 주고 간 금주머니를 열어 이 위기를 알고, 유환과 함께 연청을 구출하였다. 그러나 연청은 위독해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백 소저는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신선을 만나 연청을 살려낼 수 있는 방도를 알아냈다.

이때, 신선은 연청에게 하늘이 내리는 길한 조짐을 전하여 주라고 백 소저에게 말했다. 회복된 연청은 산속의 절에서 천서(天書) 읽기에 몰두하였다.

이후 연청은 백 소저와 혼례를 치른다. 백 소저는 어질고 정숙한 부인이었으며, 시아버지 위지덕을 매우 정성껏 섬겼다. 위지덕이 아들을 죽이고 괴로워하며 병들자, 녹운은 약에 독을 넣어 위지덕을 죽게 만든다. 그런 후 녹운이 재산을 팔아 도망가자, 백 소저는 남자로 변장하고 재산을 찾아와 위지덕을 선약(仙藥)으로 살린다.

연청 부부가 아버지 위지덕을 극진하게 섬기니, 위지덕도 마침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편, 연청은 과거에서 장원 급제하고, 벼슬길에 올라 국난을 평정한 후 부귀를 누렸다. 위지덕도 아들 덕분에 벼슬을 하였다.

의의와 평가

이상의 간추린 내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아버지 위지덕과 아들 위연청은 서로 용납할 수 없는 관계일 뿐만 아니라, 소설의 주인공인 인간형으로서도 아주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아들 위연청의 생애는 이른바 ‘영웅의 일생’에 따라서 전개된다. 위연청은 하늘의 문창성의 적강(謫降)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거듭되는 고난을 겪다가 죽을 고비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스스로 타고난 능력과 신선의 도움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한다.

더욱이 백 소저와의 인연도 온전하게 이루며, 장원 급제를 거쳐 벼슬길에 올라서는 나라의 위기까지 해결하고 지극히 영화(榮華)로워진다.

한편 위연청을 주인공으로 이해하면, 영웅소설(英雄小說) 또는 창작 군담소설(創作軍談小說)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될 수 있는 특징이 이 작품에도 보인다. 위연청은 이미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나서 예사 사람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가문을 다시 일으켰다.

가문을 일으키는 것은 주인공의 출세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무너지고 있는 질서를 다시 온전히 만들자는 주장을 통해서 그 의지가 정당화되는 점도 널리 지적되고 있는 바와 같다. 녹운은 전처의 자식을 해치는 계모형 인물(繼母型人物)이라 할 수 있겠으나, 전처의 자식을 유혹하려다가 실패하자 보복의 길에 나섰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버지에 대한 위연청의 효도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극악한 인물이어서 아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아들은 끝까지 아버지가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게 하여, 마침내 아버지가 마음을 바르게 고치고 딴사람이 되도록 하는 데에 이른다.

승려들의 타락상, 도적의 출현, 벼슬하던 사람이 자기 잘못이 없는데도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사태, 품위 있는 집안 규수가 몸을 파는 기생의 처지로 떨어지는 형편 등은 모두 다 한탄스러운 일이며 바로잡아야 할 사회상이다. 위연청이 이 모든 일을 맡아 나서야만 하였다.

그런데 아버지 위지덕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다. 위지덕은 자기 대에 살아갈 길이 막히자, 스스로 노동하고 장사를 하는 길을 택하였다. 그리고 인륜(人倫)이나 염치(廉恥) 같은 것들을 아예 부정(否定)해 버렸기 때문에 재물을 모을 수 있었다. 위지덕은 오직 이익만 소중하게 여기고, 그 밖의 어느 것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체득한 사람이다.

탐욕은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의 생리(生理)이다. 이 점에서 위지덕은 놀부와 상통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아들에 대한 위지덕의 불만은 아들이 현실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위지덕의 생활 방식은 이미 도덕군자(道德君子)가 소용없게 된 시대에 헛된 꿈을 버리고, 장사라도 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에 근거를 둔다. 그런데 아들은 헛된 꿈을 버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 꿈은 하나씩 실현되어 나갔다. 신선과의 만남이 실제로 이루어졌고, 신선으로부터 천서(天書)를 받았다. 그리고 위연청 자신은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르고 국난을 평정하기도 한다.

이로써 이 작품은 아버지를 통해서는 현실을, 아들을 통해서는 이상을 그렸다고 할 수 있으며, 그들 사이의 논쟁을 심각하게 다룬 셈이다.

참고문헌

원전

『보은기우록』 상·하(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76)
임치균 외, 『보은긔우록: 교주본』(한국학중앙연구원, 2019)

단행본

김기동, 「<보은기우록>과 <명행정의록>」(『도남조윤제박사고희기념논총』, 형설출판사, 1976)
정병욱, 『한국고전의 재인식』(홍성사, 1979)
임치균 외, 『보은기우록: 현대어역』(한국학중앙연구원, 2019)

논문

이재춘, 「보은기우록 연구」(영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0)
이지영, 「조선시대 장편한글소설에 나타난 "못된 아버지"와 "효자 아들"의 갈등」(『고소설연구』 40, 한국고소설학회, 2015)
최수현, 「<보은기우록>의 구성과 갈등구조 연구」(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5)
홍현성, 「〈보은기우록〉 속 아버지 모습과 문제적 父性의 의미」(『돈암어문학』 32, 돈암어문학회, 2017)

인터넷 자료

국립중앙도서관(nl.go.kr)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디지털 아카이브(yoksa.aks.ac.kr)
관련 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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