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소설은 주인공의 영웅적 일대기를 서사의 기본골격으로 하는 고전소설이다. 보통사람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개인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위대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집단의 추앙을 받게 되는 영웅을 그린 소설이다. 영웅의 일생은 고구려 건국신화의 서사구조를 따랐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친 조선후기에 영웅소설들이 대거 출현했다. 영웅 출현 기대에 부응하여 생겨난 이 소설은 주로 한글로 쓰였고 필사본·인쇄본으로 유통되었다. 18세기에 출현하여 19세기에 크게 유행했으며 20세기 초까지 계속 창작되고 출판되었다.
주인공의 영웅적 삶은 ‘영웅의 일생’이라는 영웅신화에서 추출된 서사유형을 근간 구조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서사유형을 골격으로 한 작품들을 모두 영웅소설의 범주에 포함시켜 다루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웅의 일생’이라는 전기적 유형은 주인공의 일대기를 기술하는 후대의 많은 소설로 수용되었고, 그 가운데는 주인공의 행적을 영웅의 행적으로 보기 어려운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구운몽」 · 「춘향전」 등의 고전소설과 신소설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일생이 영웅의 생애와 유사하게 펼쳐지고 있으나, 이들 주인공은 대개 개인적 욕구인 애정의 성취를 추구하는 인물들로서 집단적 가치를 실현하여 집단의 숭앙을 획득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작품들을 영웅소설의 범주에 넣는 것은 부당하다.
영웅이란 보통사람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개인의 이익이나 행복을 위해서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위대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집단의 추앙을 받게 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하여 개인적 가치보다도 집단적 가치를 우선하여 실현하고 성공한 인물이 영웅이다. 영웅은 그가 소속한 집단의 범주에 따라 씨족의 영웅, 부족의 영웅, 민족의 영웅, 국민의 영웅으로 나눌 수 있고 특정 집단의 권익보다도 모든 인류를 위해서 공헌한 인물을 문화영웅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물들은 대체로 정형화된 삶을 사는데, 신화에서 추출된 영웅들의 일생은 ① 고귀한 혈통, ② 비정상적 출생, ③ 시련(기아), ④ 구출자에 의하여 양육됨, ⑤ 투쟁으로 위업을 이룸, ⑥ 고향으로의 개선과 고귀한 지위의 획득, ⑦ 신비한 죽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영웅의 일생은 일찍이 고구려 건국신화인 「주몽신화(朱蒙神話)」에서 구축된 것으로서 영웅소설에서도 계승되고 있는데, 임진 · 병자 양란을 거친 조선조 후기에 많은 영웅소설이 출현하였다. 영웅소설 작품으로는 「소대성전」 · 「장풍운전」 · 「장백전」 · 「황운전」 · 「유충렬전」 · 「조웅전」 · 「이대봉전」 · 「현수문전」 · 「옥루몽」 · 「남정팔난기」 · 「정수정전」 · 「홍계월전」 · 「김진옥전」 · 「곽해룡전」 · 「유문성전」 · 「권익중전」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외적의 침략이나 간신의 반란으로 인해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에서 조정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주인공은 명문대가의 후예로 천지신명께 기자치성을 드린 결과 회잉(懷孕 : 임신)되어 탄생하며, 어려서 부모와 분리되어 고난을 겪다가 구출자를 만나고 도승을 만나 신이한 도술과 무예를 습득하고 국가 위기에 출현하여 국난을 평정하고 고귀한 벼슬을 받으며 헤어진 가족과 재회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영웅성은 바로 전쟁에서 발휘되는데, 군대의 지휘자로서 탁월한 무예와 뛰어난 지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출하며, 국가 사직을 반석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처럼 국가적인 공훈을 세울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 추구에도 소홀하지 않아 천상에서부터 정해진 배필과 인연을 성취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고 간신의 박해로 훼손된 가정을 복구하며 자손을 영귀하게 한다. 이처럼 한국 고전영웅소설은 국가 차원의 가치와 가정 차원의 가치를 아울러 실현하고 있다.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은 대부분 도선적 신비주의에 근거한 허황한 도술에 의존하여 주술적으로 전개되며, 왕권의 수호에 기여하고 그 보상으로 천자로부터 작록을 받는다. 따라서 주인공은 국권의 상징인 천자를 위하여 충성하는 종속적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가진다.
이러한 작품은 주로 한글로 쓰여졌고 필사본 · 방각본 · 구활자본으로 유통되어 널리 읽혔다. 영웅소설이 출현하게 된 동인은 조선 후기의 여러 가지 시대 상황과 관련을 가진다. 임 · 병 양란 이후 국난을 당할 때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가 확산되었다. 아울러 당쟁으로 권력투쟁만 일삼다가 국가 위기를 당해서는 무능을 드러낸 집권층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면서 백성들은 권력층의 갱신을 요구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의 전쟁소설 「삼국지연의」가 전래되어 널리 읽히면서 무사적 영웅의 호쾌한 활약과 전쟁 이야기가 문학의 흥미소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한글이 보급되어 한글로 쓰여진 문학을 향유할 소설 향유층의 기반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대 의식에 부응하여 영웅소설은 18세기에 출현하여 19세기에 크게 유행하였으며 20세기 초까지 계속 창작되고 출판되었다.
영웅소설은 주인공이 남성인 작품과 여성인 작품, 그리고 남녀 영웅이 함께 등장하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소대성전」 · 「조웅전」 · 「유충열전」 · 「장백전」 등은 남자 주인공이 활약하는 작품이고, 「옥루몽」 · 「황운전」 · 「이대봉전」 · 「권익중전」 등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모두 장수로 등장하여 전란을 평정하는 활약을 하며, 「정수정전」 · 「홍계월전」 등에서는 여성 영웅이 남성보다도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체로 평민들이 탐독하던 대중소설로서, 조선 후기의 문학적 관습과 평민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