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전」은 18세기에 창작된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원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조실부모하고 누이인 장 소저와도 헤어져 유리하던 장백이, 병법과 무예를 익힌 뒤 대원수가 되어 주원장의 아내가 된 누이와 상봉하고 이를 계기로 주원장의 명나라 창업을 돕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웅소설(英雄小說)이다.
1권 1책으로 구성된 국문소설(國文小說)로 필사본(筆寫本), 목판본(木版本) · 활자본(活字本) 등 다양한 유형의 판본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목판본인 경판(京板) 28장본은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활자본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소장하고 있다.
원나라 지정(至正) 말년(末年) 능주 땅에 사는 재상(宰相) 장충은 부인과의 사이에서 나이 50이 되도록 딸 하나만을 둔 채 아들을 낳지 못하자 슬퍼하던 중 벼슬에 뜻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와 농업으로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금강사 노승(老僧)이 찾아와 퇴락(頹落)한 절의 중수(重修)를 위해 시주(施主)를 청하자, 장충은 황금 100냥을 시주한 뒤 꿈에서 상제(上帝)께 죄를 얻은 천상(天上) 유성이 준 구슬을 받고 아들 장백을 얻는다. 그러나 장충 부부는 장백이 어렸을 때 연이어 세상을 떠나고, 이후 집안의 노복(奴僕)들 또한 뿔뿔이 흩어진다. 이로 인해 장백은 오직 누이인 장 소저에게 의지하여 살게 된다.
장백과 장 소저가 각각 10세와 17세가 되었을 때, 양주 땅의 왕평이 장 소저의 화용월태(花容月態)를 본다. 왕평은 장 소저를 재취(再娶)로 삼으려다가 거절당하자, 장 소저를 납치한다. 이때 장 소저는 왕평을 속이고 도망가 소상강에 투신하는데 다행히 아황과 여영의 명을 받은 여동에게 구제되어 명 태조(太祖)의 황후(皇后)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후 이 승상의 부인을 만나 이 승상 댁에서 머물게 된다.
한편, 사람들에게 누이가 자결(自決)했다는 말을 들은 장백은 누이를 따라 죽으려다 실패하고 천관도사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어 무예와 병법을 익힌다. 3년 뒤 장백은 나라에 공을 세우기 위해 하산하는데 길에서 우연히 이정이라는 장사(壯士)를 만나 의기투합(意氣投合)한다. 이후 장백은 대원수가 되고 이정은 선봉장(先鋒將)이 되어 여러 고을을 함락시킨다.
매일 동생인 장백과의 재회를 기원하던 장 소저는 꿈에서 대성사로 가면 동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노인의 말을 듣고 대성사에 가 부처님께 공양(供養)을 드리던 중 조선에서 온 주원장과 연분(緣分)을 맺게 되는데 이후 주원장은 유기와 함께 군사를 일으켜 장안(長安)을 공격한다.
한편, 풍악과 주색(酒色)에 빠져 정사(政事)를 돌보지 않던 원나라 황제는 장백의 대군(大軍)이 침입하자 맞서 싸웠으나 결국 패하여 항복한다. 이 틈에 주원장은 장안을 함락하고 국호를 ‘대명’이라 하여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이 승상 집에 머물고 있는 장 소저를 데려와 황후로 삼는다.
이때 유문정이 이끄는 백만 대군이 장백의 군사들과 싸우다 대패(大敗)하자, 유기가 구원병(救援兵)을 이끌고 갔지만 또다시 패하자, 명 태조 주원장은 직접 장백을 정벌(征伐)하기로 한다. 이때 장 황후(장 소저)는 우연히 적장(敵將)의 이름이 장백이라는 말을 듣고, 주원장과 함께 가서 그가 동생이 맞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주원장이 연 잔치에 참여한 장백을 본 장 황후는 그가 곧 자기 동생임을 알게 된다. 장백은 천관도사로부터 주원장에게 천명(天命)이 있으며 자기 누이가 명나라의 황후라는 말을 듣고, 원나라 황제의 옥새(玉璽)를 주원장에게 바친다. 명 태조는 장백을 안남왕에 봉한다. 이후 장백은 이부상서(吏部尙書)인 소주철의 딸과 혼인하여 3남 2녀를 낳고 무한한 복록(福祿)을 누린다.
이 작품은 원말 명초를 배경으로 한 왕조교체형 영웅소설의 하나로 ‘영웅의 일대기’라는 영웅소설의 보편적인 서사 구조(敍事構造)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의 제명(題名)은 18세기에 대마도통사를 지낸 일본인 소전기오랑(小田畿五郞, 1754~1831)이 쓴 『상서기문(象胥紀聞)』에 실려 있어 초기 영웅소설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작품에서 명나라 태조인 주원장은 한족(漢族)이 아닌 조선 출신의 걸인(傑人)으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상서기문』에는 주원장이 조선인으로 설정된 경상도 웅천 지역의 민간설화(民間說話)가 실려 있어, 본 작품의 서사에 당대 조선에 유포되었던 「주원장 설화」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본 작품은 주인공이자 한족 출신의 귀족인 장백이 천명에 따라 조선 출신인 주원장을 명나라의 황제로 인정하는 결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서사에는 화이(華夷)를 떠나 천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본 작품에는 당대 화이관(華夷觀)의 탈피와 더불어 청나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18세기 후반에 등장한 북학파(北學派) 등의 대청인식(對淸認識)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영웅소설이 조선 후기에 변화하는 시대사상(時代思想)을 날카롭게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