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담(神異譚) 가운데 변신담(變身譚)에 속한다. ‘나중미부(螺中美婦)’·‘조개색시’ 등으로도 불리며 전국 여러 곳에서 구전되고 있다.
가난한 노총각이 밭에서 일을 하다가 “이 농사를 지어 누구랑 먹고살고?” 하자, 어디선가 “나랑 먹고살지, 누구랑 먹고살아.”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총각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우렁이 하나가 나왔다.
우렁이를 집에 가져와 물독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 뒤부터는 매일 들에 갔다 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총각이 하루는 숨어서 살펴보았더니, 우렁이 속에서 예쁜 처녀가 나와서 밥을 지어 놓고는 도로 들어갔다.
총각이 처녀에게 같이 살자고 하자, 처녀는 아직 같이 살 때가 안 되었으니 좀더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총각은 억지로 함께 살았다. 하루는 우렁이각시가 들일을 나갔는데, 지나가던 관원이 보고는 자기 처로 삼으려고 데려오게 하였다.
우렁이각시는 자기를 데리러 온 관원의 하인에게 반지·비녀·옷고름·겉옷을 차례로 내주면서 이것 밖에 없더라고 말해 달라고 했으나, 끝내 관원에게 붙잡혀 가게 되었다. 이를 안 총각은 애를 태우다가 마침내 죽어서 파랑새가 되고, 우렁이각시도 죽어 참빗이 되었다는 설화다.
이 설화는 중국 문헌인 『수신후기(搜神後記)』나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실려 있는 ‘백수소녀(白水素女)설화’나 ‘오감(吳堪)설화’와 비슷하나, 중국 설화의 결말은 여자가 떠나면서 남자를 부자가 되게 한다든지, 관원을 신통술로 응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변이형으로 관원의 탈취 부분이 없고 총각과 우렁이각시가 잘 살았다는 이야기는 소박한 이상과 아름다운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또 관원에게 각시를 빼앗겼다가 속임수로 그 관원을 물리치고 각시를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벼슬까지 했다는 이야기에는 부당한 횡포는 받아들일 수 없고 물리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조되었다.
관원의 탈취 부분이 없고 기한이 안 되었는데도 혼인했기 때문에 우렁이각시가 완전한 사람이 될 수가 없어서 불행한 결말이 왔다는 경우도 있다. 혹은 시어머니가 우렁이를 거름통에 버려서 각시가 죽게 된다는 변이형도 있다.
여기에서 나타난 파랑새는 자신의 정당한 배필을 빼앗긴 억울함을, 여자의 필수품인 참빗은 성취되지 못한 애정을, 우렁이는 여자의 성기를 각기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설화는 남녀의 만남조차도 쉽사리 이룰 수 없었던 하층민의 운명적인 슬픔이나 현실적인 고난을 담고 있다. 새가 된 총각이 우렁이각시를 향해 불렀다는 민요도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