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제건을 신성시하려는 의도로 구성한 설화이다. 왕건의 세계(世系)로 보면, 부계(父系)로서 확실한 선조는 작제건이며 그 이전은 불분명한 상태이다. 「작제건설화」는 작제건의 탄생에 관련된 매몽(買夢) 관계와 용녀(龍女)를 취하여 아내로 맞이한 결연설화로 구분된다.
보육(寶育)이 곡령(鵠嶺)에서 소변을 보아 삼한을 덮는 꿈을 꾸고, 형 이제건(伊帝建)에게 이야기하였는데 형은 제왕을 낳을 꿈이라면서 딸 덕주(德周)를 아내로 삼아 주었다. 이어 두 딸을 두었는데 아우의 이름이 진의(辰義)였다. 진의는 언니가 꿈에 오관산(五冠山)에서 다시 오줌이 천하를 잠기게 하는 꿈을 꾼 것을 비단 치마를 주고 샀다.
당나라의 황제가 잠저 시에 송악의 보육가에 와 묵게 되었다. 찢어진 옷을 깁는데 언니가 코피가 나자, 아우가 대신한 것이 인연이 되어 동침하고 작제건을 낳았다. 이것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김유신(金庾信)의 누이동생 문희(文姬) · 보희(寶姬)의 「매몽설화」에서 유래되었다.
작제건이 장성한 다음 아버지를 찾아 신물(信物)인 신궁(神弓)을 가지고 당나라 상선을 탔다. 해상에서 풍랑을 만나 점을 치니 고려인을 섬에 내려놓으라 하였다. 한 노인이 나타나 자신은 서해 용왕인데 늙은 여우가 나타나 경을 외우면 두통을 일으키니 쏘아 달라는 것이었다. 약속한 대로 늙은 여우를 쏘아 죽이니 용왕은 용궁으로 초청하였고, 용녀를 아내로 삼아 칠보와 양장(楊杖) 및 돼지를 얻어 돌아왔다.
이 용녀와의 혼인설화는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거타지설화(居陁知說話)」에서 크게 영향을 입었고, 더 나아가 보양사(寶壤師)의 용자 이목(梨目)을 부리는 이야기와도 연관되어 있다. 또, 이 소재는 후대의 소설에도 이용되었으며, 상대의 중국 설화와도 관련되어 있다.
이 설화는 고대설화를 이용하여 계통이 약한 고려 왕계의 우수성을 내보이려고 신성화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매몽 관계나 용신 관계 설화가 공히 우리 민족의식 속에 깊이 뿌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