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의인화한 자서전식 작품으로, 신하들의 직간(直諫)을 주제로 하여 위정자들에게 올바른 정치를 권유하는 교훈을 기술하였다. 저술 시기는 작가의 말년인 태종(太宗) 연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문선(東文選)』권101에 실려 있다.
내용은 서두(序頭)·선계(先系)·사적(事蹟)·후계(後系)·평결(評結)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서두에서 저생의 성은 저(楮, 닥나무), 이름은 백(白, 흼), 사는 곳은 종이의 생산지인 회계(會稽)라는 것을 밝혔으며, 선계에서는 종이를 처음으로 만든 채륜(蔡倫)의 후예라는 것을 서술하였다.
사적에서는 본래 그는 천성이 정결하여 무인보다 문인을 좋아하고 모학사(毛學士, 붓)와 교분이 두터웠으며, 학문을 하여 천지음양의 이치와 성명(性命)의 근원에 통달하였고, 제자백가(諸子百家)의 글까지 모두 기록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종이의 내력을 통시적으로 언급하여, 종이의 발명시기인 한대(漢代)부터 진(晉)·수(隋)·당(唐)과 작자 당시인 원(元)·명(明)에 이르기까지 종이의 용도와 내력을 기술하였다.
후계는 종이의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었다. 평결부에는 후손들이 천하에 가득하다고 칭찬하였는데, 나라가 변하여 집사람이 된 채(蔡)의 역사를 통해 집안이 변하여 나라를 이룩한 이씨 조선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종이의 고사를 토대로 의인화한 것으로, 고려말 조선초의 가전문학을 대변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