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선』 제2권에 실려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인로가 한림원(翰林院)에 들어가니, 푸른 수염 난 군자(蒼髥君子)인 잣나무가 한그루 서 있는데, 여윈 학이 날려는 듯, 늙은 용이 일어나는 듯하였다.
본래 한림원은 신선부(神仙府)라고 일컫기 때문에 보통 화식(火食)하는 자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데, 어찌 여기에 와서 서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를 내가 아무리 소용 없고 비틀어져서 나를 알아주지 아니하나, 빙설(氷雪) 같은 모습은 선생의 높은 지취(志趣)를 짝할 만하고, 풍우같이 휘몰아 뿜음은 선생의 걸작(傑作)을 이을 만하며, 천년을 지나도 더욱 무성함은 선생의 장수를 축복할 만하니, 나이를 가리지 않고 교분을 맺어주시면, 다른 초목과 함께 썩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이 작품은 옥당 앞에 서 있는 잣나무의 청고(淸枯)함을 자신의 고취(高趣)에 비하여 지은 것이다. 이는 잣나무를 의인화시킨 점에서 의인문학으로도 볼 수 있으며, 그의 「홍도정부(紅桃井賦)」와 함께 쌍벽(雙璧)으로 일컫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