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用事) · 성률(聲律) · 수사(修辭) 등에 대해 논한 것으로 시작법에 있어서 피해야 할 구체적인 예를 제시한 것이다.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권22에 있는 「논시중미지약언(論詩中微旨略言)」에 실려 있다. 홍만종(洪萬宗)의 『시화총림(詩話叢林)』 첫머리에 있는 「백운소설(白雲小說)」에 실려 있다. 「구불의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한편의 시 속에 사람의 이름을 많이 쓰면, 귀신을 수레에 가득 실은 것과 같은 문체인 재귀영거체(載鬼盈車體)이다. ② 옛 사람의 글뜻을 몰래 취해쓰면 서툰 도둑이 잡히기 쉬운 것과 같은 문체인 졸도이금체(拙盜易擒體)이다.
③ 강운(强韻)으로 압운(押韻)하되 근거가 없으면 쇠뇌를 당기나, 그 쇠뇌를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문체인 만노불승체(挽弩不勝體)이다. ④ 그 재주는 헤아리지 않고 정도에 지나치게 압운하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과 같은 문체인 음주과량체(飮酒過量體)이다.
⑤ 어려운 글자 쓰기를 좋아하여 사람을 미혹하게 하면, 구덩이를 파놓고 장님을 이끄는 것과 같은 문체인 설갱도맹체(設坑導盲體)이다. ⑥ 말이 순탄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그것을 쓰도록 하면, 남에게 억지로 자기를 따르도록 하는 것과 같은 문체인 강인종기체(强人從己體)이다.
⑦ 일상용어를 많이 쓰면 촌사람들의 이야기식과 같은 문체인 촌부회담체(村夫會談體)이다. ⑧ 성인의 이름쓰기를 좋아하면 존귀한 이름을 함부로 범하는 것과 같은 문체인 능범존귀체(凌犯尊貴體)이다. ⑨ 글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으면 강아지풀이 밭에 가득찬 것과 같은 문체인 낭유만전체(莨莠滿田體)이다.
‘구불의체’는 이규보가 시를 창작해가는 가운데 체험으로 깨닫고 스스로 터득한 것임을 먼저 밝혔다. 이러한 시의 병폐를 극복한 뒤에라야 더불어 시를 논할 수 있다고 설파하였다.
이것은 실제 창작상의 문제이다. 용사와 독창성, 압운의 문제, 시의 난해성과 논리성 · 참신성 등을 두루 지적한 뒤에 마지막으로 시적 형상화의 문제를 언급하였다. 각체의 명칭을 비유의 방법을 써서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이규보는 신의(新意)를 중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구불의체를 통해서 보면 설의(設意)와 시어를 다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의 내용과 형식미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구불의체의 특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