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3책의 필사본이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소장하고 있다. 중국의 재자가인 소설인 「인봉소(引鳳簫)」를 번역한 것으로, 번역본임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필사본의 겉장에 적혀 있는 대로 ‘麟鳳韶(인봉소)’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그러나 이는 ‘引鳳簫’(인봉소)의 잘못으로 밝혀졌다. ‘인봉소’라는 작품명은 내용에 등장하는 '백인(白引)'이라는 남주인공과 ‘봉랑(鳳娘)’ · '하소(何簫)'라는 두 여주인공의 이름에서 각각 ‘인(引)’ · ‘봉(鳳)’ · ‘소(簫)’ 한 자씩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인봉소(引鳳簫)」는 국역본이 현전하고 있고, 영빈 이씨의 『중국소설회모본』 소서(小敍)와 윤덕희(尹德熙)의 『소설경람자(小說經覽子)』에 서목(書目)이 존재하는데, 영빈 이씨와 윤덕희의 기록은 공히 1762년에 작성된 문건들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늦어도 1762년 이전에 국내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의 한문 원본에 대해 중국의 쑨 카이디[孫楷第]는 그의 『중국통속소설서목(中國通俗小說書目)』에서 "「인봉소」 4권 16회는 청무명씨(淸無名氏) 작으로, 일본 나이가쿠문고[內閣文庫]와 대련만철도서관(大連滿鐵圖書館)에 있으며, 풍강반운우(楓江半雲友)가 편집했다."라고 하였다.
백인의 자(字)는 미선(眉仙)으로, 미선은 눈 덮인 산 경치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매화 숲 속에서 '황소를 탄 노인[黃犢客]'을 만나게 된다. 이 노인은 미선의 앞날을 예언한 몇 줄의 시구와 함께 들고 있던 산호 채찍을 주며, 명심해서 잘 간직하면 앞으로 유리한 징험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눈 속으로 사라진다.
이때 조정은 기강이 문란해졌고 왕안석(王安石)이 신법을 행한다며 선량한 충신들을 내쳤다. 미선의 아버지 백양 등도 화를 입고 그 화는 미선에게까지 미친다. 미선은 난을 피해 정처 없이 유랑하다가 은신처에서 '봉랑'과 '하소'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난날 노인에게 받은 산호 채찍이 그들의 결연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 그 노인으로부터 받은 시구가 모두 징험을 나타냈음을 깨닫게 된다.
송나라 희령 연간(熙寧年間), 즉 신종(神宗) 때로부터 시작되어 원우 연간(元祐年間), 즉 철종 때에 이르기까지의 사실(史實)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법당(新法黨)과 구법당 사이의 당파 싸움이 허구화되어 있으나, 몇몇 가상적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부차적 인물들은 대부분 역사상의 실존 인물들이다.
전반적으로 황소를 탄 노인의 예언이 실현되어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체적인 작품의 주조(主潮)는 ‘도교적 운명론’으로 일관되어 있다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국역본과 중국 소설의 비교 · 대조를 통해 국역본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역본에 나타난 표제와 체제의 특징을 살펴보면 현전하는 국역본이 전사본이었을 가능성과 궁궐 안에서 필사되었을 가능성보다 궁궐 밖에서 필사되어 궁내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국역본은 화제 전환사와 문예문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제 전환사의 경우 형식적인 술어구이면서도 장면 혹은 사건 진행의 전환을 가져오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문예문은 재자가인 소설에서 재자와 가인의 재학을 드러내 주는 요소이다. 화제 전환사와 문예문의 국역 양상을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국역본은 장회 소설의 화제 전환사가 전면적으로 활용될 즈음에 필사되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셋째, 국역본은 사건 진행 서술 과정에서 생략과 축약이 나타난다. 이는 국역본이 사회적 · 정치적 관심보다는 재자와 가인의 만남과 결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