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으로 8종의 필사본과 5종의 활자본이 현전한다. 이본 분석으로 볼 때,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필사되거나 활자본으로 출판된 것으로 추정된다.
충청도 괴산에 사는 정 진사에게는 얼굴과 목소리가 아주 닮은 ‘창린’ · '귀봉'이라는 쌍둥이 남매가 있었다. 그리고 이웃에는 박 공의 딸 춘경과 최 공의 딸 옥련이 있었다. 어느날 박 · 최 두 소저가 정 소저(귀봉)를 박 소저의 집으로 청하였으나 정 소저가 몸이 불편하여 못 가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정 공자(창린)가 여장을 하고 가서 놀다가 본색이 드러난다. 박 · 최 두 소저의 부모는 이를 인연이라 하여 정 공자와 두 소저를 약혼시킨다.
한편, 박 소저에게는 이종사촌인 김광철이 있었다. 박 소저는 김 공자를 여장시켜 정 소저의 집으로 보냈고 이 일을 계기로 김 공자와 정 소저도 약혼하게 된다. 이후 정 · 김 두 공자는 과거에 급제하고 각기 약혼녀와 혼인하였으며 정 공자는 이조판서가 되고 박 · 최 두 부인은 각각 아들과 딸을 낳는다.
정 판서에게는 일찍이 '일지'라는 첩이 있었다. 일지는 간악하여 두 부인을 시기하였다. 이때 마침 정 판서가 청나라에 사신으로 가자 일지는 방탕한 차돌을 사귀어 정부로 삼고 그와 작당하여 최 부인을 모함하고 시아버지 정 공이 최 부인을 내쫓게 하였다. 이어서 불량배 봉돌을 시켜 박 부인을 납치하여 아내로 삼도록 하고, 걸인을 시켜 박 부인의 아들을 죽이라 명한다.
그러나 박 부인이 피신한 틈에 일지 자신이 봉돌에게 납치되어 그와 같이 살면서 술장사를 하게 되고, 박 부인의 아들은 노승에게 팔린다. 일지는 봉돌의 구박을 받던 중 장돌뱅이와 눈이 맞아 함께 도망하려다가 발각되면서 장돌뱅이는 봉돌에게 살해되고 일지와 봉돌은 살인죄로 투옥된다.
이때 일지는 정 판서가 청나라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기생을 시켜 정 판서에게 자신을 구출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나 가정에 변고가 일어났음을 알게 된 정 판서는 하인들을 심문하여 사태의 진상을 밝힌 뒤 모해자들을 모조리 잡아 처형하였다. 그러고 나서 일지를 내쫓고 절에 피신하고 있던 두 부인을 찾아 데려 온다.
이 작품은 사건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인물의 개성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본 작품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전반부의 결연 사건은 매우 경쾌하고 희극적인 성격을 띤다. 남자가 여장을 하고 처녀의 집에 들어가 속이고 놀다가 발각되는 내용이 전체 작품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후반부는 처첩 갈등으로 인한 음모 · 살인 · 도피 · 처형 등 어둡고 침통한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작자가 애정 소설과 쟁총형(爭寵型)의 가정 소설에서 제재와 구성을 빌려와 이를 전 · 후로 연결하여 본 작품의 서사를 구성하였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 작품의 전반부는 「구운몽」을, 후반부는 「사씨남정기」를 전형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서사 재편은 앞뒤의 서사를 긴밀하게 연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으나 당대 독자층이 선호하는 작품 유형을 적절히 안배하면서 새로운 작품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서사 문학의 통시적 변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서사 문학이 민중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통속적이고도 서민적으로 변화하였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