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공업은 크게 정유정제품인 나프타와 에탄·LPG 등 천연가스 추출물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의 올레핀계 및 벤젠, 톨루엔 등의 방향족계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분야와 이들 기초 유분을 원료로 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등의 유도품을 생산하는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석유화학공업은 이들 유도품을 원료로 하여 제조되는 각종 플라스틱, 고무제품 및 화학섬유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최종 제품 생산 부문은 각종 제조업에 분류되므로 일반적인 의미의 석유화학공업은 기초 유분과 유도품 생산 부문만을 가리킨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는 이를 다시 석유화학계 기초 유기화합물 제조업·기타 기초 화합물 제조업·합성고무제조업·합성수지제조업의 4분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석유화학공업의 특성으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기초 소재산업이다. 석유화학제품은 합성섬유·포장필름 등의 생활용품, 자동차, 전기·전자제품의 내외장재, 고무·타이어 등의 산업용품 및 파이프, 구조재 등 건축자재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 석유화학 경기는 이들 관련 산업의 생산활동 및 성장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둘째, 콤비나트형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이다. 석유화학공업은 막대한 설비투자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으로서 고정비의 비중이 높아 그 시설규모가 생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순수한 공장 건설비 이외에 부수적으로 저장수단·수송수단 등이 포함되어 그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어 적정 경제단위규모의 건설이 중요시된다.
셋째, 자원의 결여로 원료공급원의 안정적인 확보 여부가 중대한 과제이며, 원료 및 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동향에 민감한 동시에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초 산업이다.
넷째, 고부가가치 창출산업이다. 석유화학공업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가공처리하여 투입원료의 10∼100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최근에는 정밀화학제품의 원제와 중간체 및 신소재의 원료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고부가가치화가 더욱 촉진되고 있다.
석유화학공업의 효시로는 1872년 미국에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고무제품의 원료인 카본블랙을 만들어 낸 사실을 드는 경우도 있으나, 근대적 석유화학공업의 태동은 1918년 미국 스탠더드 오일사가 열분해 가솔린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프로필렌으로부터 이소프로판올(isopropanol)을 합성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그 뒤 1950∼1960년대를 거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에 따라 선진국의 화학기업들을 중심으로 합성고무, 합성수지 및 합섬원료의 제품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1970년대에는 새로운 공정기술의 발전과 아울러 기존 소재의 대체와 새로운 용도의 개발이 확대되면서 세계적으로 대량소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석유화학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카바이드법에 의하여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해 낸 것을 그 효시로 한다. 그 뒤 울산 등 4개 지역에 4개의 폴리염화비닐공장과 폴리스티렌·카본블랙·무수프탈산 등 몇 개의 석유화학공장이 건설되었으나, 당시의 시설규모는 매우 영세한 수준에 불과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석유화학공업이 시작된 것은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정부가 석유화학공업단지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부터이다. 1964년 대한석유공사의 정유공장 가동으로 원료인 나프타의 국내 공급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기간중 섬유·플라스틱·타이어·세제 등 석유화학산업으로부터 원료를 제공받는 산업들이 개발됨에 따라 석유화학단지 건설의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업스트림 부문은 대한석유공사를, 다운스트림 부문은 충주비료를 주축으로 하여 1968년 3월 울산석유화학단지 건설이 추진되었다. 1970년에 대한석유공사가 울산정유공장 내에 석유화학의 방향족계 원료인 BTX(벤젠·톨루엔·크실렌)공장을 건설·가동하기 시작하였고, 1972년 10월에는 에틸렌 기준 연간 10만 톤 생산규모의 나프타 분해공장 및 9개 계열공장이 완전 가동되었다.
이로써 국내 석유화학공업은 대량생산으로 본격적인 자립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기초 유분에서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 뒤 정부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중화학공업 육성시책에 부응하여 공장들이 계속 신설 및 증설되었고, 특히 1979년 10월에는 에틸렌 기준 연간 35만 톤 생산규모의 나프타 분해공장을 포함한 5개사 12개 공장으로 구성된 여천석유화학 콤플렉스가 준공되어 시설능력이 크게 확장되었다. 이후에도 수요의 증가로 부분적인 시설능력의 확대가 있었다.
그리하여 불과 10여 년의 기간 동안 우리 나라의 석유화학공업은 1986년 기준으로 에틸렌 시설능력 연산 50만 5,000톤, 유도품(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의 시설능력 연산 192만 5,000톤으로 1973년에 비해 각각 5∼8배의 급신장세를 나타내었다.
한편, 여천석유화학공업단지의 준공과 함께 제2차 석유파동이 발생하여 원료가격이 상승하고 세계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공업도 큰 타격을 입어 1979년까지 9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가동률이 1980년 이후에는 계속 하락하였고, 1982년까지는 업계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였다. 이는 수요증가의 둔화, 저렴한 외국산 석유화학제품의 유입 등에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1983년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관련 산업에서의 수요증가로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1980년대 후반기에도 3저현상 등으로 인한 국내경기 호조의 지속으로 우리 나라 석유화학공업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였다.
수요증가에 대응하여 석유화학기업들이 꾸준히 신증설을 추진해 나감에 따라 합성수지, 합섬원료 및 합성고무 등 3대 유도품의 국내 자급도가 1989년에 77.8%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특히 합성수지의 경우 자급도가 105.5%에 달하여 수입대체 단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합섬원료의 자급도는 43.2%에 불과하여 품목별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계열 유도품의 생산증가로 원료인 에텔렌 등 기초 유분의 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내 석유화학공업은 1980년대 말까지도 전체적으로 공급 부족상태를 해소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 석유화학공업은 1990년대 들어 공급 측면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전 설비의 증설을 규제하던 석유화학공업육성법이 1986년 7월에 공업발전법에 흡수 통합됨에 따라 신규 기업의 석유화학공업으로의 진출이 용이해진 데 이어, 1990년 1월에는 석유화학공업에 대한 투자가 완전 자유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신규 기업의 진입과 기존 업체의 신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우리나라 석유화학공업은 이전에 품목당 1∼3개의 독과점적 생산체제에서 수개의 기업이 동일 품목을 생산하는 경쟁적인 생산체제로 전환되었다. 특히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신규 진입으로 대산이 제3의 석유화학단지로 신규 조성됨과 아울러 기존 업체에서도 신증설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생산능력이 급격히 늘어났다.
에틸렌의 경우 1988년 50만 5,000톤에서 1991년에는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대산단지 설비 완공 및 럭키석유화학(현재 LG석유화학)과 대한유화의 신규 진입으로 255만 5,000톤으로 급팽창하였다. 그 뒤 호남석유화학과 한화종합화학이 신규 진입하여 1993년에는 생산능력이 다시 357만 톤으로 확대되어 우리나라는 에틸렌 기준으로 세계 5위의 생산국으로 급부상하였다.
또한 기초 원료의 생산능력 확충과 아울러 주요 업체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을 기하고자 관련 유도품에 대한 투자도 확대함으로써 합성수지의 경우 품목별 생산업체 수가 이전의 2∼3개 사에서 5∼8개 사로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공급능력의 확대에 따라 석유화학산업의 국내 자급도는 1989년 77.8%에서 1993년에는 124%로 높아졌으며, 합섬원료를 제외한 합성수지와 합성고무는 국내 생산물량의 40% 가까이를 수출하게 됨으로써 석유화학제품이 주요 수출산업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공급능력의 급팽창으로 인해 공급 과잉이 문제시된 가운데 1992∼1994년 사이의 국제 석유화학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기업채산성은 크게 악화되었다.
1995년을 전후하여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수입국의 경기 호황과 구미의 석유화학공장 폭발사고 등으로 인하여 세계 석유화학산업은 일시적으로 이상 호황을 맞이하였다. 이 시기에 국내의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향후의 세계 석유화학 수출 전망을 낙관하는 한편, 수직계열화 투자의 확대를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1990년대 들어 두번째로 대대적인 신증설 붐을 조성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추진된 신증설사업이 1997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완료됨에 따라 1998년 3월 기준으로 우리 나라 석유화학공업의 생산능력은 에틸렌 492만 톤, 합성수지 886만 2,000톤, 합섬원료 566만 5,000톤, 합성고무 44만 7,000톤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와 같이 1990년대 들어서 2차에 걸친 대대적인 신증설이 이루어짐으로써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 주요한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급능력의 급신장과는 달리 국내 수요는 1990년대 들어 1980년대 말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되어 연평균 9%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에 국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에 힘입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은 1992년 이후 1997년까지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우리 나라 석유화학산업의 전반적인 채산성은 수출 여건과 성과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1990년대의 대폭적인 신증설과 신규 진입으로 인하여 석유화학공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제고되었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석유화학공업의 비중을 보면, 생산액의 경우 1985년 3.0%에서 1990년에 2.8%로 낮아졌으나, 1996년에는 3.4%로 높아졌으며, 부가가치의 경우에도 1985년 2.1%에서 1996년에는 2.8%로 크게 향상되었다.
1985년 1.3%에 불과하던 수출 비중은 1990년에 1.9%로 높아진 데 이어 1997년에는 5.0%로 제고되어 석유화학공업이 주요 수출산업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화학공업에서 차지하는 석유화학공업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생산의 경우 1990년 31.3%에서 1996년에는 37.5%로, 수출의 경우 1990년 50.0%에서 1996년에는 68.1%로 급상승하였다.
우리나라 석유화학공업은 1990년대의 공급능력 급신장에 힘입어 물량 면에서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내수는 1980년대에 비하여 신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세계 석유화학 경기도 불규칙한 사이클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는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1998년부터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편입되면서 국내 경기가 수축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동남아에서도 금융 위기에 따른 경제 사정의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동남아시아의 석유화학 경기 회복 여부도 매우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우리 나라 석유화학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 동안의 설비 신증설을 통한 양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적정 설비를 유지하고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신증설투자는 개별기업의 독자적인 국내외 수요 예측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자율적인 조정을 거쳐 공급부족 예상품목과 고급제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수출 비중이 높은 폼목의 경우에는 중국과 동남아 등 주요 수입국의 설비투자 동향과 중장기 수요 전망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규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개별기업의 독자적인 설비 확충을 지양하고 업체간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한 수평적인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유국이 아니므로 원료면에서의 경쟁력은 취약하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직계열화 생산체제를 강화해 나가는 한편, 공정 운영의 개선과 에너지 사용의 합리화 등을 통해서도 원가절감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또 물류의 개선을 위해서는 나프타 등 원료의 공동 저장시설을 확충하고 업체간 물류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 분야의 경우 지금까지 국내업계의 연구개발은 다운스트림 분야의 물성 개선이나 컴파운딩과 같은 위험률이 적은 분야에서 주로 모방기술을 개발하는 데 치중하였으나, 장기적인 화학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핵심기술인 공정개발과 촉매 제조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업계의 경우 기술 축적이 미약한 데다 선진국의 다국적 화학기업들에 비해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업체간 공동연구 또는 산학연 협동연구체제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원천기술의 개발 노력과 아울러 범용제품의 신규 용도개발과 특수제품의 개발에 주력하되, 각 기업별로 특정한 분야의 고급제품 개발에 특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국내의 공급 여유를 해소하고 적정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수출물량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야 하는바, 이를 위해서는 중국 등지로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수출 확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수출에 감소되는 부문을 포함한 해외 직접투자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국제분업체계에서 능동적인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