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식(食)·주(住)와 함께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섬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만년 전으로 여겨지며, 인류문명의 4대 발생지에서 각기 다른 종류의 섬유가 개발되고 사용되어 왔다. 이집트의 나일강변에서는 아마가, 인도의 인더스 강변에서는 면이, 중국의 황하 유역에서는 명주가, 메소포타미아, 티그리스의 유프라테스 강변에서는 양모가 사용되었다.
최초의 인조섬유는 19세기 말에 비로소 개발되었는데 인조섬유 발상의 기원은 5천여년 전의 중국인이 누에고치로부터 명주실을 뽑은 뒤 연속 섬유를 만든 때로 잡고 있으며, 그 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여왔다. 20세기의 3대 발명품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나일론의 경우에는 ‘물과 공기와 석탄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강철보다도 강하고 거미줄처럼 섬세한 나일론’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의 등장과 함께 모든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20세기의 찬란한 문명발전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6·25 전쟁 때 미군에 의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57년 4월에 설립된 한국나일론(주)이 월산 12.6t의 능력으로 나일론 스트레치사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한국에 함성섬유산업을 도입한 최초의 일이다.
1960년대 화학섬유 제조 공업은 신규 성장산업으로서 세계적으로 급성장을 이룩하던 때이다. 지리적으로 천연섬유의 생산이 극히 제약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화섬공업의 육성은 필연적인 것이었고, 군사혁명정부의 민생문제 해결이라는 정책 방향과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역점산업의 하나로 추진되었다. 비닐론·나일론·레이온·아크릴 섬유 등 갖가지 화학 섬유가 국내에서 생산됨을 계기로 먼저 내수에서 수입품의 자리를 메워가면서, 수출용 수요에 기여하기에 이르러 화학섬유의 수요가 괄목할 만큼 신장되었다.
1963년 429t을 생산하는데 불과했던 것이 10년 후의 4대 합섬을 비롯한 모든 품목을 다 갖추고 12만 1,943t의 생산고를 기록하였으니, 이 숫자는 당해 면사 생산량 10만 5,426t을 능가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의생활 패턴을 서서히 바꾸어 나갔다. 그리하여 다시 10년 뒤인 1983년 화섬 생산량은 5배가 넘는 68만 3,285t으로 확대되고, 드디어 1988년에는 100만t을 넘어섰으며, 1992년에는 1,499만t으로 세계 5위의 화섬 생산국으로 성장하였다.
섬유는 의류문화에서 출발하였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단순한 치장이나 실내장식품의 한계를 넘어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고기능성 섬유재료가 개발되어 우주항공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분야에까지 그 사용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섬유산업은 전통적이면서도 발전의 중심에 위치한 산업이며, 또한 농업에서부터 첨단 전자공업까지 관련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많은 영역에 걸쳐 있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동 집약적인 분야가 아니라, 기계·전기·물리학·화학·의학 등의 기초 과학분야까지도 포함하며, 나아가 인터넷 실시간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주문형 의복생산 및 의복 평가 시스템 등의 21세기를 좌우할 정보화 기술, 전자상거래 등 거의 모든 첨단 과학의 집약체로서 존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이다.
섬유공학은 섬유의 제조에서부터 가공, 판매, 서비스 분야를 총 망라하기 때문에 매우 넓은 영역을 그 연구 분야로 한다. 섬유의 제조과정 자체가 고분자의 물리·화학적 조작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리·화학·수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섬유공학분야를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누면 고분자 합성분야, 섬유·직물 제조 공정분야, 물성 연구분야, 섬유 가공 및 염색분야, 기능성 재료분야, 섬유 복합재료분야와 의류, 패션 산업을 포괄한 섬유기술의 정보화 분야로 구분된다.
(1) 고분자합성 분야
고분자 단량체의 제조, 중합 및 고분자 중합체의 물리 화학적인 조작이 이 분야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 추세는 고분자 단량체에 특수기능을 갖는 작용기(functional group)를 도입하여 압전성 고분자(piezoelectric polymers), 전도성 고분자(conductive polymers), 지능형 고분자 센서(intelligent polymer sensor), 의료용 고분자 등의 단량체를 제조하고 이를 중합하여 기능성 고분자를 합성하는 방향으로 지향되고 있다.
(2) 섬유·직물 제조공정 분야
천연 섬유고분자의 가공과 합성, 고분자의 방사 공정을 통하여 스테이플사와 필라멘트사를 제조하는 분야와 제작된 스테이플사와 필라멘트사를 방적 및 직조과정을 거쳐서 직물의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 추세는 초고속 생산공정의 개발 및 생산 공정의 자동화, 효율적인 생산시스템 구축을 통한 생산력 극대화 분야와 제조공정에 부가가치성을 부여하는 방향(신합섬·스판덱스·초극세사의 제조 등)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3) 섬유 가공 및 염색 분야
섬유에 난연성, 항균성을 부여하거나 천연섬유와 똑같은 감촉을 부여하는 촉감섬유, 온도나 빛의 조건에 따라 색깔이 변하거나 섬유 표면에서의 난반사·굴절 등을 통하여 섬유 제품에 환상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시각섬유, 방향성을 부여하는 후각섬유 등의 고감성 섬유재료 개발 등의 의류 제품으로서의 일차적인 기능성을 부여하는 분야와 염색 분야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 동향은 흡습, 흡한성 및 보온, 발수성이 있는 쾌적성 의류용 섬유소재, 난연성 섬유소재, 초제전성 섬유재료, 자외선 차단 섬유 등이나 태양광을 흡수하여 그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보온성을 증대시킨 축열 보온재료의 제작과 플라즈마 염색 가공 등의 첨단 기술을 통한 염색공정의 개발 및 특수 염료 합성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4) 물성연구 분야
섬유제품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규명하여 고부가가치성 섬유제품 개발에 응용하는 분야와 제조된 섬유제품의 물리 화학적 거동을 규명하는 분야로 나뉘어진다. 기초과학 지식활용도가 높은 분야이다.
(5) 기능성 재료 분야
고강도 고기능성 섬유재료에 대한 연구분야로서 고분자의 개질 및 고강력, 고탄성 섬유재료 및 고분자 센서, 압전성 고분자, 고분자 반도체 재료 등 우주항공 및 전자재료, 첨단 복합재료에 사용되는 보강섬유의 제조 및 물성 연구의 분야로 구분된다. 여기에는 탄소섬유, 아라미드섬유, 유리섬유, 고강도 폴리에틸렌섬유 등이 연구대상이 된다.
(6) 섬유 복합재료 분야
섬유 및 섬유 직물을 보강재로 복합재료를 제조하는 복합재료 성형 공정, 제조된 복합재료의 물성 분석 및 유한 요소 해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역학적 거동 해석, 다축 경편성물(multiaxial warp knitted fabric)을 이용한 복합재료의 내충격성 증가의 예처럼 복합재료의 물성 향상과 항공기 자동 운항 제어 시스템에 사용되는 지능형 복합재료 제조 및 물성 연구 등의 고기능성 복합재료의 개발 및 섬유 복합재료의 전반에 걸친 연구가 이 분야에 해당한다.
(7) 의류 패션 및 섬유기술의 정보화 분야
통합 3차원 어패럴 캐드 시스템 개발분야, 인터넷 웹서비스를 이용한 주문형 의복생산 시스템 개발 및 의복제조와 패션 정보의 웹 서비싱 분야, 실시간 고객관리 및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프랙탈 기하학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하여 직물의 주름 및 구김, 심 퍼커 등의 직물의 객관적 평가시스템 구축 분야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섬유공학 교육은 광복 후 서울대학교의 발족과 더불어 비롯되었으며, 학문 활동을 목적으로 한 학회로는 1945년 광복 이전부터 있었던 그 당시 유일의 학술단체인 조선기술연맹 조선섬유산업회가 있었으나, 그 학문 활동은 미미한 상태에 있었다.
이 단체는 광복 이후, 섬유분야의 원로 인사들이 방직 기술자간의 상호 친목과 방직기술 향상 및 기술진흥 도모를 목적으로 1945년 10월에 창립한 대한방직기술협회로 확대 개편되었다.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부산 피난지에서 임시사무소를 설치하여 1954년 2월 환도 이후 한국섬유과학기술협회가 창립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이어 문교부로부터 사단법인 한국섬유과학기술협회의 설립허가를 얻어 1964년 5월 회지 정기간행물 등록을 필하고 같은 해 6월 계간 『섬유』 창간호를 발행하게 되면서 연구논문이 실리는 학회지가 처음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1967년 6월 학회명칭을 한국섬유공학회로 개칭하였으며, 이듬해인 1968년 3월 학회지 『섬유』를 『섬유공학회지』로 고치고, 1973년 2월에는 이를 『한국섬유공학회지』로 다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통권 36권까지 발행하여 다양한 연구논문과 기술해설을 발표하였다. 또한, 한국섬유공학회 외에도 섬유관련 학회로서 한국복합재료학회·한국재료학회·한국유변학회·한국염색가공학회·한국의류학회 등이 발족되어 학술 발표회 개최 및 학회지 발간 등의 사업으로 연구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