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록지에 반대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한지(韓紙), 중국의 한지(漢紙), 일본의 화지(和紙)가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후한(後漢) 말기로 추정되는 108년의 낙랑시대 고분채협총(古墳彩篋塚)에서 종이로 보이는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무렵에 수록지가 수입 또는 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 뒤 삼국시대인 백제의 근초고왕과 근구수왕 때 왕인(王仁)이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한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수록지가 많이 생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때에는 610년(영양왕 21)에 담징(曇徵)이 일본에 제지술을 전하였고, 고려지(鷄林紙, 繭紙)가 송나라와 원나라에 수출된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그리고 고려 때에는 1145년(인종 23)부터 1188년(명종 18)까지 지소(紙所)가 설치되었던 것으로 보아 수록지가 많이 생산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1415년(태종 15)에 조지소(造紙所)가, 1466년(세종 12)에 조지서(造紙署)가 각각 설치되어 제지술이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수록지는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대표적인 것은 신라의 백추지(白硾紙), 고려의 계림지, 조선의 자문지(咨文紙), 근래의 백지·창호지·장판지·화선지 등이다. 주원료는 닥피[楮皮]·상피(桑皮)·안피(雁皮)·마류(麻類)·대나무·볏짚 등이고, 부원료는 닥풀·느릅나무 점액과 수용성 고분자 물질이 쓰여지고 있다.
만드는 법은 원래의 나무껍질인 흑피는 외피를 벗겨 백피로 하고, 그 밖의 원료는 잘게 썰어서 알칼리성 용액 등으로 삶는다. 그리고 이를 물로 씻어 잘 두드려 풀어 점액과 같이 지통(紙桶)에서 일정한 농도로 균일하게 혼합하고, 발로 떠서 압착, 탈수한 뒤 가열한 철판 또는 목판에서 말려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