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법」·「수표법」은 형식적 의의와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형식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은 어음·수표에 특유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된 「어음법」·「수표법」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형식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은 1961년 1월 20일 법률 제1001호로 공포된 「어음법」과 같은 날 법률 제1002호로 공포된 「수표법」을 가리킨다.
「어음법」은 제1편 환어음 74조와 제2편 약속어음 4조 및 부칙 7조로 되어 있다. 제1편 환어음에 관하여는 환어음의 발행과 방식, 배서, 인수, 보증, 만기, 지급, 인수거절 또는 지급거절로 인한 상환청구, 참가, 복본과 등본, 변조, 시효, 통칙 등 12장으로 나누어 규정하였으며, 제2편 약속어음에 관하여는 대부분 환어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그리고 「수표법」은 11장 62조와 부칙 9조로 되어 있다. 수표의 발행과 방식, 양도, 보증, 제시와 지급, 횡선수표, 지급거절로 인한 상환청구, 복본, 변조, 시효, 지급보증, 통칙 등에 관하여 각각 별개의 장으로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은 어음법·수표법학의 연구대상으로서 체계적·통일적인 법역(法域)을 뜻하는데, 이것은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로 나누어진다. 넓은 의미에서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은 ‘어음·수표에 관한 법규 전체’를 말하며, 어음·수표에 관한 사법(私法)뿐만 아니라, 어음·수표에 관한 공법(公法)도 포함한다. 이때의 어음·수표에 관한 사법에는 어음·수표관계에 고유한 사법(私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법(民法)」이나 「상법」의 규정 중에서 어음·수표에 적용되는 법규인 「민사어음법(民事어음法)」·「수표법」을 포함한다. 좁은 의미에서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은 넓은 의미의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에서 어음·수표에 관한 공법 및 「민사어음법」·「수표법」을 제외하고 ‘어음·수표관계에 고유한 사법’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이라고 하면 좁은 의미의 개념을 가리킨다. 좁은 의미에서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이란 대체로 형식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과 같으나, 양자가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다. 즉, 형식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은 좁은 의미에서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 외에 어음·수표의 실질관계에 관한 사항(예컨대, 이상환청구권)에 대하여도 규정하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좁은 의미에서 실질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에 속하는 「거절증서령(拒絶證書令)」은 형식적 의의의 「어음법」·「수표법」에 속하지 않는다.
「어음법」·「수표법」은 원래 관습법(慣習法)의 형태로 존재하였다가, 1673년의 프랑스 「상사칙령(商事勅令)」 이래 각국에서 잇달아 성문법(成文法)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국제간의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각국의 「어음법」·「수표법」을 통일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독일, 프랑스, 일본을 포함한 31개국 대표들이 제네바에서 1930년 「어음법통일조약」 및 1931년 「수표법통일조약」을 체결하였다. 「제네바어음법조약」과 「수표법통일조약」에 참가한 국가들은 이 조약에 기하여 종래의 「어음법」·「수표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영국, 미국 기타 영미법계 국가들은 통일조약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일조약을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어음법」·「수표법」은 통일법계와 영미법계의 두 법계로 나뉘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음이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고 하지만, 문헌상 확실하게 어음이 사용된 것은 17세기 후반으로 보인다. 그 명칭은 어음, 어음(於音), 어험(魚驗) 등으로 다양하며, 어음은 초기에 송금수단으로 사용되다가 19세기에 들어서는 상품거래의 지급수단 외에 자금차입을 위한 담보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고유한 어음제도는 법제화되지는 못하였다.
우리나라는 1894년 갑오경장 이후에 서구의 제도를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는 입법작업을 하였다. 이때에 제정된 어음·수표관계법령으로는 1905년에 탁지부령(度支部令) 제19호인 「수형조합조례(手形組合條例)」, 1906년에 칙령 제71호인 「수형조례(手形條例)」 등이 있으나, 1910년 국권의 상실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1912년 조선총독부의 제령인 「조선민사령(朝鮮民事令)」에 의하여 일본 「상법」 중 어음에 관한 규정과 단행법인 「수표법」이 우리나라에 의용(依用)되었다. 1899년에 제정된 일본의 「상법」 제4편 어음[手形]에 관한 규정은 독일법을 모델로 하였고, 당시의 일본 「수표법[小切手法]」은 영국 「수표법」을 모델로 하여 제정된 것이다. 그 후 일본은 「제네바어음법통일조약」에 따라 1932년 「어음법」을 제정하고, 「제네바수표법통일조약」에 따라 1933년 수표법을 제정하여 1934년부터 시행하였는데, 우리나라에도 이 「어음법」·「수표법」이 의용되었다. 1945년 광복 후에도 「미군정령(美軍政令)」 제21호 제1조 및 제2조에 의하여, 그리고 「제헌헌법(制憲憲法)」 제100조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일본의 「어음법[手形法]」·「수표법[小切手法]」이 계속 의용되었다.
현행 「어음법」과 「수표법」은 1962년 1월 20일 법률 제1001호와 법률 제1002호로 각각 공포되어 196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역시 「제네바어음법통일조약」과 「제네바수표법통일조약」에 따른 것으로 「의용어음법」 및 「의용수표법」과 유사하다. 그동안 「어음법」과 「수표법」은 제정 이후에 세 차례의 개정을 하였는데, 1995년 12월 6일 개정을 통하여 기명날인 또는 서명으로 어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부 용어를 순화하였으며, 기타 시행상 나타난 일부 규정의 미비점을 정비·보완하였다. 또한 2007년 5월 17일 개정에는 어음·수표의 교환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의 절감과 업무처리의 효율화를 위하여 어음정보의 전자적 송·수신에 대하여 「어음법」 및 「수표법」에 따른 지급제시의 효력을 부여하고, 금융기관 사이의 조사업무 위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어음·수표 교환업무 전자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2010년 3월 31일에는 「어음법」과 「수표법」의 법적 간결성·함축성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법 문장의 표기를 한글화하고,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쓰며, 복잡한 문장은 체계를 정리하여 간결하게 다듬기 위한 개정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어음법」·「수표법」은 어음과 수표의 경제적 기능의 차이를 중시하고 또 통일법의 규정형식에 따라 양법을 각각 독립하여 단행법(單行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음과 수표는 기본적으로 법률적 성격에서 공통된 점이 많기 때문에 「어음법」과 「수표법」에서는 많은 규정이 중복되어 있다. 이것은 어음법 및 수표법통일조약의 규정 형식에 따라 양법의 형식적 독립성을 철저히 준수하여 준용형식을 배제하였기 때문이다.
「어음법」·「수표법」은 어음·수표와 관련된 다수 이해관계인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지급의 확실성과 유통의 안전성 확보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이념의 실현을 위하여 「어음법」·「수표법」은 유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규정을 당사자가 자유로 변경할 수 없도록 강행규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어음법」·「수표법」은 금전지급수단인 어음·수표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므로 윤리적 색채가 희박하고 기술적 성질과 수단적 성질을 가진다. 그리고 어음·수표는 국제대차의 수단으로 국제적으로 유통되므로 「어음법」·「수표법」은 세계적으로 통일적 경향을 띠고 있다. 「제네바통일어음법조약」·「제네바통일수표법조약」도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