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서 무절제하게 번식하여 장기를 파괴하는 조직의 일종을 종양이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번식력이 강하며 전이성이 높아 생명을 위협하는 신생물을 악성종양 또는 암이라고 한다. 인체에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종양에는 성장속도가 느리고 어느 정도까지 자라면 더 자라지 않으며 주위의 정상조직과 경계가 분명하고 일반적으로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양성종양과,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며 주위의 정상조직을 침범하고 자라서 결국 주위의 장기를 파괴하는 악성종양이 있다.
악성종양은 무절제한 증식 및 침윤의 특성이 있으며 발생한 첫 장기를 떠나 임파선이나 혈관을 통해 신체의 각 부분, 특히 간·폐·뼈·뇌 등으로 전이하여 결국은 생명을 위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암이 ‘바위’라는 개념으로 쓰이어, ‘巖·岩·嵒·嵓’ 등으로 표기하였는데, 이것은 유암(乳癌)이 마치 딱딱한 바위처럼 만져진다는 데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암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은 강력한 핵산의 복제력과 각종 분해효소의 분비에 의한 주위 조직파괴력, 자분비물질에 의한 성장 및 증식의 촉진력이 정상세포보다 월등하다.
암은 상피세포에서 생기는 암종(癌腫)과 지지조직(支持組織) 및 결체조직(結締組織)에서 생기는 육종(肉腫)으로 대별된다. 우리 몸에 생기는 150여 종류의 암 가운데서 약 90%가 상피세포에서 생기며, 지지조직 및 결체조직, 순환세포 중에서 10%가 생기고 있다.
인체에 생긴 암에 관한 확실한 문헌은, 고대 그리스인과 페르시아인이 남긴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암의 세포학적 본태에 대해서는 뮐러가 1838년 여러 가지 종양을 현미경적으로 처음으로 명시하였고, 암종을 상피성 악성종양이라고 병리학적 정의를 내린 사람은 독일의 병리학자 비르호이다.
암은 영어로 켄서(cancer: 그리스어로 게[蟹]를 뜻함)라고 하며, 독일어로는 크레브스(Krebs: 게)라고 이르는데, 이유는 암의 표면이 게딱지처럼 울퉁불퉁하며 딱딱하고, 게가 옆으로 기어가듯 암세포가 번져 나가기 때문이라는 설로 유래되고 있다.
암의 발생원인이나 기원에 대해서는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는 밝히지 못한 실정이지만, 현재 발생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들은 발암화학물질(약 1,500여 종)·방사선·계속적 자극 및 손상, 유전력 요소, 바이러스에 의한 것 등이 인정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퍼시발·토트가 굴뚝 청소부의 음낭에 암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화학적 또는 기계적 자극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발암실험은 일본의 야마기와[山極]가 토끼의 귀에 콜타르를 같은 자리에 계속해서 발라 암을 발생시킨 것이 최초의 보고(1915년)이다. 그 뒤 영국에서 벤즈피렌으로 생쥐의 피부에 암을 발생시키는 실험 등을 하였다. 현재 발암화학물질로 생각되는 1,500여 종 가운데 50여 종이 인체에 암을 일으키고 있다.
암발생의 80∼90% 정도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환경요인과 관련되어 있으며, 외인성 발암인자의 90% 이상이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각종 화합물이라고 인정되고 있다. 즉,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공장에서 쓰는 각종 화공약품, 농약·인공감미료·식품첨가물·의약품의 일부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암의 유전적 요소에 대해서는 나폴레옹 일가가 모두 암으로 죽었다는 유명한 사실과, 또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고, 유방암의 발생도 어머니가 유방암일 때 딸에게도 2∼4배의 위험도가 있다는 것도 인정되고 있다. 그 밖에 망막아세포종이나 가족성용종 등도 유전되는 것이 사실이나, 결론적으로 유전하는 암은 극히 드물다.
암이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는 설에는 미국의 록펠러연구소의 라우스가 바이러스를 닭에 이식하여 육종을 일으키는 실험에 성공한 보고(1910년)가 있고, 갤로가 급성백혈병 환자의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을 증명하고, 이 바이러스의 배양에 성공하여 HTLV-I로 명명하였다. 간암이 B형간염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으며, EB바이러스에 의하여 임파선암이 생기는 것이 증명되었다.
일반적으로 암의 조기증상에 유의해야 할 점은, ①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위암), ② 유방에 무통성의 응어리 및 유두 출혈(유방암), ③ 계속되는 기침이나 혈담(폐암), ④ 성대의 변성이나 목이 쉼(후두암), ⑤ 쉽게 피로가 오고 안색이 나빠짐(대부분의 암의 공통 증상), ⑥ 대변의 습관 변화와 설사와 변비의 교차(대장암), ⑦ 구강이나 피부의 잘 낫지 않는 궤양(구강암·피부암), ⑧ 배뇨 곤란이나 혈뇨(신장암·방광암·전립선암), ⑨ 질(膣)의 부정출혈 및 나쁜 분비물(자궁경부암), ⑩ 보통 사마귀나 검은 사마귀가 커지거나 빛깔 변조(기저세포암·흑색종) 등으로, 이럴 때는 전문의사의 진단을 반드시 받아서 암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암역학의 기초가 되는 통계자료를 얻기 위하여 1975년 대한암협회가 암등록사업을 시도하였으나 경제적 문제와 상호 협력 부족으로 실패하고, 1980년 7월 1일부터 세계보건기구의 후원으로 전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다시 암등록사업을 실시하여 나타난 경제기획원 통계에 의하면, 1981년부터 1985년까지 암으로 사망한 수는 해마다 1만 7599명, 2만 2962명, 2만 6632명, 2만 8862명, 3만 272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보고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해마다 4만∼5만 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믿어지며, 현재 약 30만 명의 암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질병에 의한 사망률은 뇌졸중에 의한 것 다음이 암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은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 다음으로 암에 의한 사망률이 높고, 일본에서는 1981년부터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보다 암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 제1사망원인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암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의 원인으로는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른 고령층의 인구증가, 산업화에 따른 공해문제, 청장년층의 흡연인구 증가, 음주 및 성생활의 변화와 건강에 대한 안심도가 높아져 의료 혜택에 의한 수진자(受診者)의 증가 및 진단기술의 발달 등에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남자 암발생 빈도는 위암·간암·폐암·대장암의 순이고, 여자 암발생빈도는 자궁경부암·위암·유방암·대장암 순서이며, 도시가 농촌보다 26% 정도 암사망률이 높고, 남자가 여자보다 1.2∼1.4배나 발생률이 높다(사망 원인 통계, 경제기획원보고, 1985).
우리나라에서도 연령 증가와 함께 암 발생도 증가하는데, 남자는 40세부터, 여자는 35세부터 전체 암 발생 연령보다 상회하여 증가한다.
의사의 시진(視診)과 촉진(觸診), 기계에 의한 방사선진단법·초음파사용법·내시경법·전산화단층촬영법·자기공명전산화촬영법 등이 있고, 혈청검사에 의한 종양표식인자 검출법 등이 있으나 최종적으로 암조직 생검(生檢)으로 확진한다.
암은 종류가 많고, 또 종류마다 병기에 차이가 있으며, 치료방법이나 원칙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복잡다단하다.
(1) 수술요법
암의 외과적 치료에 대한 기술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고 추정되나, 실제 종양에 대한 수술방법은 물몬의 에틸 마취의 소개와 리스터의 무균법의 소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수술요법은 암치료의 근본적이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암환자 3명 중 2명은 수술만으로 고칠 수 있다.
암수술은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근치적 수술, 정확한 병태를 파악하기 위한 진단적 수술, 암이 될 수 있는 병변(病變)이 있을 때 시행하는 예방적 수술이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최초의 암수술요법은 1928년 서울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시작되었다.
(2) 방사선요법
방사선 치료는 1895년 뢴트겐의 X선 발견, 1898년 퀴리가 라듐을 발견한 직후부터 암치료법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여 1936년 심프슨에 의하여 발견된 코발트60 등이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 X선이나 감마선 등 광자방사선으로 고칠 수 없는 몸속 깊은 곳의 저산소 암세포를 고칠 수 있는 중성자라는 입자방사선을 낼 수 있는 고에너지 ‘선형가속치료기’ 등 초성능 치료기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1986년 11월 원자력병원에서 한국 최초로 시작).
1980년 미국 암협회의 보고에 의하면, 암환자의 12%가 방사선으로 고쳤다고 한다. 또 방사선요법은 수술 전후의 보조적 요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발트방사선 치료기는 1963년 방사선연구소(현 원자력병원의 모체)에 설치되어 암환자치료를 하였다.
(3) 암화학요법
1941년 후긴스가 남성 전립선암에 에스트로겐을, 1946년 길만 등이 나이트로겐무스타드로 임파선암을, 1948년 화버가 아미노푸테린으로 백혈병을 치료한 것이 암화학요법의 시초이다.
현재 항암제 단독으로만 고칠 수 있는 암들은 융모성상피암(絨毛性上皮癌)·소아의 급성백혈병·호지킨병·악성임파선암·고환암·난소암·급성골수성백혈병·윌름스종양·버키트종양·태아성횡문근육종·우잉육종·소세포폐렴암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암환자의 6% 정도는 화학요법만으로 고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공인된 항암제 수는 50여 종에 달하고 있으며, 오늘날은 단독항암제 사용보다는 효과가 높고 전체적 약제의 양을 줄일 수 있고 각 약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병용화학요법으로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
(4) 면역요법
1970년 후반부터 쓰게 된 새로운 암치료법으로, 자기 몸속에 있는 방어력을 이용하여 암을 치료해 보자는 방법이다. 즉, 암에 대한 모든 치료가 정상조직에도 부담을 주어 환자에게 부작용을 나게 하는 것이 큰 문제인데, 면역요법은 비교적 암세포에만 작용하여 암세포를 사멸시키므로 환자에게 부작용이 적게 나타난다.
1896년 암으로 죽어가는 환자가 연쇄상구균에 의한 단독증을 앓고 나서 기적적으로 암이 나은 것을 부시가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암치료에 면역요법의 가능성이 나타났고, 그 뒤 BCG·레비미졸·MER 등 비특이성 능동적 면역법이 이용되고 있으며, 1986년 제14차 국제암학회에서 미국의 로젠버그는 암환자의 임파구를 채취하여, 인터푸킨그라는 물질로 몸 밖에서 자극하여 만든 LAK세포를 재주입하여 암세포에만 작용한 것을 보고하였다.
(5) 다학적 병용요법
앞에 적은 방법들을 적당히 겸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단독요법보다 치유효과면이나 미용 및 기능면에서도 월등한 결과를 얻고 있다.
(6) 기타
유전학적 치유방법으로서 발암유전자를 없애거나 발암억제유전자가 모자를 때는 그 유전자를 채워 주는 일들을 하는 유전공학적 방법도 시도하고 있고, 단세포군 항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진단 및 치료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결국 암환자 치료는 암전문 치료 의사와 환자 및 환자 가족이 삼위일체가 되어 최선을 다해야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7) 예방
암의 원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서 완전 예방은 어려운 형편이지만,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위험요인을 가능한 한 피하고 암발생을 억제하는 요인을 살려 나가는 1차 예방과,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로 장기 생존율을 추구하는 2차 예방이 있다.
1차 예방 가운데에서 흡연이 암의 단일 위험요인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모든 사람이 흡연하지 않는다면 남자에서는 전체의 30%, 여자에서는 15%의 암 발생 빈도가 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폐암의 발생은 80∼90%가 흡연이 원인으로 인정되므로 폐암 발생 빈도가 줄 것이며, 구강암·식도암·인후암·방광암 등도 줄 것이 기대된다.
또, 1차 예방으로 황색 또는 녹청색 채소는 비타민 A와 C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험통계상 인정되어 있으므로 신선한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고지방 음식은 대장암·유방암·자궁체부암 등의 발생 빈도를 늘리므로 저지방 음식을 권장하고 있다.
2차 예방은 위암의 경우는 위내시경과 상부위장관이중조영술에 의하여, 자궁경부암은 부인들의 6개월마다의 세포 검진에 의하여, 유방암은 한 달에 한 번 자가진찰법에 의하여 조기 진단할 수 있고, 또한 조기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서 일반적 암의 예방법을 기술하면, ① 맛과 영양소가 조화된 음식을 먹는다, ② 똑같은 음식이나 약을 계속 먹지 않는다, ③ 과식과 과음을 삼간다, ④ 흡연을 금한다, ⑤ 적당량의 비타민을 섭취한다, ⑥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는다, ⑦ 너무 짜거나 너무 뜨거운 음식을 삼간다, ⑧ 너무 타거나 그을은 음식을 피한다, ⑨ 곰팡이가 핀 음식은 삼간다, ⑩ 햇볕에 너무 쬐지 않는다, ⑪ 과로하지 않는다, ⑫ 항상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