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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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
개념
시가 등에서 본가사의 앞 · 뒤 · 가운데에 위치하여 의미의 표현보다는 감흥과 율조에 영향을 미치는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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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시가 등에서 본가사의 앞 · 뒤 · 가운데에 위치하여 의미의 표현보다는 감흥과 율조에 영향을 미치는 구절.
내용

이 말은 원래 국악과 속요에서 창곡(唱曲)과 관련되어 나온 말이다.

그러나 고전시가와 민요의 문체론에서는 뜻이 없는 소리어구절(擬聲語句節)이거나 말뜻을 가진 어사어구절(語辭語句節)이 되기도 하며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쓰는 경우도 있다(고전음악에서 음률상의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이것들은 실제 노래에서 ‘앞소리 · 사잇소리 · 뒷소리’, ‘매기는 소리’, ‘후렴’ 등으로 나타난다.

여음은 서양의 발라드풍(ballad 風)의 시나 민요에서 ‘넌센스 버시스(nonsense verses)’, ‘리프랭(refrain)’이라든가, 아이누민족의 민요 ‘시노차(Shinocha)’가 이와 같은 것들이다.

여음의 발생은 ① 원시 수렵시대 또는 목축농경생활에서 동물의 지저귐과 울부짖음 소리의 흉내, ② 바람소리 · 물소리 · 천둥소리 등 자연현상의 소리시늉, ③ 타악기 · 관악기 · 현악기 · 방아질 · 달구질 등 악기나 생활도구를 다룰 때 나는 소리시늉, ④ 감동적 심리상태에서 나오는 조음기관 소리(심리적 느낌소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문헌상으로 여음은 농경생활 시대인 고조선 및 부족국가 시대에 있었던 무속의식 · 제천의식 · 전쟁의식 · 노동 · 집단무용 등과 더불어 불리던 속요와 합창에서 비롯되어 그것들이 전승가요로 정착되었다. 문헌상의 기록은 현전 고대가요 중 가장 오래된 향가에서 볼 수 있다.

≪삼국유사≫와 ≪균여전≫에 실린 향가 25수 가운데의 19수에서, 특히 10구체 형식의 향가에서 아홉째 구의 첫마디가 여음 구절에 해당한다.

10구체 향가의 여음 구절 즉, ‘後句, 落句, 後言, 隔句……’ 등은 어떤 구의 명칭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보다는 그 자리에 있을 감탄적 · 조율적 구절(句節, 여음 · 렴)의 명칭으로 보는 쪽이 옳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보기로는, 바로 그 자리에(다른 작품에서) ‘嘆曰, 打心, 病吟, 阿也, 阿耶, 阿邪, 阿邪也’ 들로 대치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음은 ≪악학궤범≫에 실린 고려가요로 알려진 <처용가> · <동동>에서 ‘어와, 아으’ 등으로 이어졌고 조선조의 가사와 시조작품들에서 ‘어와, 아이야, 어즈버, 어사와……’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민요 · 창가와 대중가요에서 ‘매김노래, 후렴’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여음은 주로 가창하는 노래에서 감흥과 리듬에 연관된 구절과 어절이었던 만큼, 그것을 시어의 의미기능에 크게 비중을 두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음을 모두 단순한 소리가락의 표현으로만 볼 수 없다.

그 시적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여음은 ① 연(聯)과 연을 나누는 분렴신호이다. ② 노래를 부를 대 호흡조절의 대문이 된다. ③ 본 시가의 소박한 기조운율을 이룬다. ④ 그 시가의 표현상의 특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⑤ 민요나 창가에서는 창의 리더(導唱, pre'lude)의 구실도 하고 합창의 대문이 되기도 한다.

⑥ 시조(가사 · 단가)에서는 문맥상 · 표현기교상 정점(climax, accent)과 여운(trailing, echo)의 구실을 한다. 여음은 한국 시가문학상 특징의 하나이며 특히, 전통적 음성 운율상, 구문적 문체상 소박한 원형(archetype)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국시가의 여음구조는 문장 배열상 · 어형상 · 음성상의 세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 앞여음(初飮)

“듥기둥 방해나 디히히얘/게우즌 바비나 지ᅀᅥ 히얘/아버님 어마님○ 받ᄌᆞᆸ고 히야해/남거시든 내머고리 히야해 히야해.”(相杵歌, 時用鄕樂譜) “에헤야 에헤야/半空에 솟은 고산준령을/거침없이 넘어가자.”(樵童謠, 경상북도 상주지방 민요)

(2) 가운데 여음(中飮)

“비오다가 개야아 눈하 디신 나래/서린 석석자리 조ᄇᆞᆫ 곱도신 길헤/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득너즈게 너우지/잠ᄯᅡ간 내니믈 너겨 깃ᄃᆞᆮ 열명길헤 자라오리잇가.”(履霜曲, 樂章歌詞)

(3) 뒷여음(後飮)

“德으란 곰ᄇᆡ예 받ᄌᆞᆸ고/福으란 님ᄇᆡ예 받ᄌᆞᆸ고/德이여 福이라호ᄂᆞᆫ/나ᄋᆞ라 오소이다/아으 動動다리.”(動動, 樂學軌範) “가시리 가시리잇고/나ᄂᆞᆫ ᄇᆞ리고 가시리잇고/나ᄂᆞᆫ 위증즐가 太平盛代.”(가시리, 樂章歌詞)

(1) 어휘종류

① 소리시늉말(擬聲餘音) : 리로리런나 로리라리로런나-악기소리시늉 입말소리(九天, 時用鄕樂譜), 허누자 척실누-널뛰는 소리시늉 입말소리(널뛰기노래 지방민요).

② 뜻말(語辭餘音) : 아소 님하(思母曲-樂章歌詞 · 時用鄕樂譜, 鄭瓜亭曲-樂學軌範), 긔 엇더해잇고(翰林別曲, 樂章歌詞 · 樂學軌範). 절우자 절우자(모심기노래, 지방민요).

③ 소리말 뜻말 섞임(擬聲語辭混成餘音) : 다롱다로리 三城大王(三城大王, 時用鄕樂譜), 어루마 둥둥 내 사랑아(신난봉가, 지방속요).

(2) 한 여음구의 어절구성에 따른 유형별 기표표

다음은 여음을 지닌 고려가사 16수와 시조(珍本靑丘永言 소재) · 가사(이상보외 공저 가사집) · 민요(임동권 민요집) 등 720수를 대상으로 여음을 가려내어, 작품 단위 및 여음구 단위로, 어절 또는 구절의 각각 결합상태를 분석하고 통계를 내어 기호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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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호 a, b, c, d는 한 여음구 안에서 같은 어절이나 구절을 단위별 한 기호로 표시한 것이다. 좌우는 같은 여음줄(1 余音行)이며, 상하는 다른 여음줄을 말한다. 또 괄호 안의 숫자는 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빠르기의 순서이다.

이상으로 보아 한 작품 안에서 한 여음의 어절구조는 2,3어구절로 된 것이 비교적 많고, 한 여음 안에서 같은 것끼리 되풀이되는 것이 많으며, 또 두 줄 형식이 많음을 볼 수 있다.

(3) 음절구조

① 단음절형 : 위(翰林別曲), 아(履霜曲), 흥(흥타령, 속요), 허(자진난봉가, 속요). ② 두 음절형 : 阿也(祭亡妹歌, 鄕歌), 어와(思美人曲), 야루(竹枝詞). ③ 세 음절형 : 어긔야(井邑詞, 樂學軌範), 아즐가(西京別曲, 樂章歌詞 · 樂學軌範), 어즈버(시조).

④ 네 음절형 : 두어령셩, 다링디리(西京別曲), 노나느니, 닌니루나(行軍樂, 12歌詞의 하나). ⑤ 다섯 음절형 : 다리러디러(雙花店, 樂章歌詞). 얄라리얄라(靑山別曲, 樂章歌詞).

이 밖에 6음절 여음은 3+3, 2+4, 4+2의 구성이고, 7음절 여음은 3+4, 4+3, 2+2+3…… 등으로 나타난다. 그 예로는 다로리 거시로(雙花店), 어럴럴 상사뒤야(樵夫歌), 나니난실네요, 네루난실네루(山念佛, 속요)가 있다.

결국 시가에서의 여음은 1음절어 내지 2음절어가 앞뒤에 붙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시가의 음절수는 2,3음절이 주된 바탕이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살어리 살어리랏다/靑山에 살어리랏다/멀위랑 다래랑 먹고/靑山에 살어리랏다/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靑山別曲).”,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아리랑).” 등에서 볼 수 있다.

(1) 모음(母音)-여음 어구 음절 구성에서

① 양성모음과 음성모음 : #/a/+/i, o/-는 밝고 경쾌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靑山別曲),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강수월래(圓舞謠).

#/ə/+/u, -/-는 어둡고 슬픈 느낌을 준다. 어노 어노 어한이 넘차 너노(香徒歌, 엘레지), 너화늘 어허늘(輓歌, 민요).

(2) 자음(子音)-여음 어구 음절 구성에서

① 거센날숨소리(多氣音):# · kh, ○, ○, h · 이런 소리들이 있는 여음은 힘차고 거친 느낌을 나타낸다. 쾌지나 칭칭 나네(집단 원무요, 민요), 히얘(相杵歌), 오호(달구질노래, 민요), 옹해야(보리타작노래 민요).

② 콧소리(鼻腔共鳴音)-여음 어구 음절 구성에서 : #/n, l, ŋ/소리를 음절 끝소리로 가진 여음들은 명랑한 느낌과 여운을 낳게 한다. 아으 動動 다리(動動), 강강수월래 (원무요, 민요), 노런나 오리 리라리로런나(別大王, 時用鄕樂譜). 늴니리야 늴니리야(늴니리타령).

(3) 음성률과 음위율

한국어는 성조어(tone language)가 아니므로 서양 인구어의 영시 · 독일시와 같이 작시법(prosody)이나 율격소(metric, prosodeme)가 없다. 또한, 중국 옛 시처럼 압운(rhyme) 규칙도 없다. 다만, 음수율이 비교적 정형성을 지닌 시가(가창성을 지녔던 전통시가)에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여음에서도 어떤 율격이나 정형시와 같은 규칙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여음은 시가문학(가창시대 가사로의 전승문체)상 하나의 특성이며, 그것은 현대시문학에 별다른 영향을 끼쳤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만, 민요풍의 자유시 또는 가요의 가사나 종교적 시가(찬송가)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고, 시조에서는 구절상의 정형성(3章 6句 12語節)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시(특히 시조와 같은)의 문체적 특성은 줄(行), 구절, 어절의 배합에 있다.

이 여음은 한국 고전음악과 고전시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소재이며, 또한 우리 겨레가 예로부터 창조해 오던 서정시의 옛 모습의 바탕을 가장 오래도록 지니고 있는 원형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삼국유사(三國遺事)』
『악학궤범(樂學軌範)』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악장가사(樂章歌詞)』
『운률(韻律)연구』(황희영, 동서문화비교연구소, 1959)
『국악개요』(장사훈, 정연사, 1961)
『한국어음운연』구(황희영, 이우출판사, 1985)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의 한 고찰」(이병기, 『한글』 113호, 1955)
「한국시가 여음고」(황희영, 『국어국문학』 18호, 1956)
「민요여음고(民謠餘音考)」(진동혁, 『국어국문학』 36호,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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