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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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형을 이루는 음성조직의 수사적 · 미학적 효과를 가리키는 국문학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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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운율은 시형을 이루는 음성 조직의 수사적, 미학적 효과를 가리킨다. 운율의 대표적인 장치는 율격과 압운이다. 율격은 음절과 그 음절이 지닌 음운적 자질의 고저 혹은 장단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한국 시가에서 율격으로는 2음보, 3음보, 4음보격이 보편적이다. 압운은 시행의 어떤 자리에 일정한 소리를 배분하여 그것이 체계적으로 대응 반복하게 함으로써 운율을 형성하는 장치이다. 한국어는 조사나 어미로 끝나기 때문에 압운이 용이하지 못하다. 대신에 동어반복, 의태어와 의성어, 호음조(euphony) 등이 발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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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시형을 이루는 음성조직의 수사적 · 미학적 효과를 가리키는 국문학용어.
내용

운율의 상위 개념은 리듬(rhythm)으로, 리듬이란 인간의 생리나 동작에서부터 모든 자연현상, 나아가 우주의 운행에 이르기까지 그 질서를 유지하는 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리듬은 인간의 문화적 행위에도 예외없이 작용하는 것으로서 음악 · 미술 · 무용은 물론 문학 및 언어행위 일반에도 작용한다. 그래서 리듬은 청각적 · 시간적 리듬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시각적 · 공간적 리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운율은 물론 이러한 리듬 가운데서 일차적으로 언어의 리듬에 한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이 용어는 아직 다소 모호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가장 넓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언어표현에서 나타나는 리듬 전반을 두루 일컫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리듬이라고 하면 보통 심리적 기대를 충족시키는 규칙적 반복작용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그 기대를 깨뜨리는 작용도 포함하는 것이어서 한마디로 언어의 리듬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은 대단히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운율은 일반적으로 시(詩)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운율을 시의 리듬에 한정된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그러나 운율을 시의 리듬으로 한정시킨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옛날 같으면 시는 다 운문(韻文)이었기 때문에 시의 리듬은 운문의 리듬, 즉 운문율(韻文律)이 되어 운율은 산문율(散文律, prose rhythm)과 대립적인 개념이 된다.

그러나 현대시는 자유시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또 산문시(散文詩)도 있다. 자유시도 그렇지만 특히 산문시는 운문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자유시나 산문시의 리듬은 산문의 리듬과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운율이라는 용어가 나름대로의 분명한 개념을 지니기 위하여서는 시적 리듬 특유의 어떤 범주로 그 영역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특별히 시적이라고 인식하는 리듬은 예컨대 율격(律格, metre)이나 압운(押韻, rhyme)과 같은 특별한 음성조직에 의하여 형성되는 유의 것이다. 그것은 음성조직이 체계적이라는 특징과 함께 그 조직을 이루는 자질(資質)들이 음소(音素)건 음절(音節)이건, 또는 고저(高低) · 강약(强弱) · 장단(長短)이건간에 모두 음운적(音韻的) 자질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언어표현의 리듬은 언어의 음성학적 층위의 자질과 음운론적 층위의 자질은 물론, 의미론적 · 통사론적 성격, 심리적 · 정서적 요인 등이 모두 함께 관여하는 총체적 현상으로 실현된다. 그런데 율격이나 압운 등의 장치는 그 중 음운적 자질만이 관여하는 체계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운율은 언어의 음운적 자질의 체계적 조직에 의하여 형성되는 체계적 양태의 리듬으로서, 단순히 장식적인 것이 아니라 시의 형식, 그리고 의미와 정서의 효과적 표현을 위한 수사적 및 미학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라고 그 개념을 규정함이 마땅할 것이다.

운율을 이처럼 음운적 자질의 체계적 조직에 의한 체계적 양태의 리듬으로 한정시킬 때, 운율은 어떤 경우에도 운율만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여타의 자질 및 요인들과 함께 작용하여 총체적 현상의 리듬으로 실현된다. 그러나 그러한 리듬 속에서 운율은 그것대로 분명히 감지되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정형시인 단형시조(短型時調:平時調)를 낭송하면 모든 작품마다 독특한 리듬이 나타나지만, 그와 함께 우리는 모든 작품에서 같은 양태의 운율을 그 속에서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운율의 대표적인 장치는 율격과 압운이다. 율격은 운율을 형성하는 일종의 음성조직의 체계로서, 음절과 그 음절이 지닌 음운적 자질의 강약 혹은 고저 혹은 장단이 특정한 조직을 이루고, 그것이 기층단위(基層單位)가 되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때 그 규칙적 반복의 기층단위가 되는 것을 음보(音步, foot)라 하며, 그 음보가 모여 시행(詩行)을 이루고, 시행이 모여 연(聯)을 이룬다.

율격체계의 유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음수율격(音數律格) · 강약율격(强弱律格) · 고저율격(高低律格) · 장단율격(長短律格) 등이다. 음수율격은 음보 또는 시행이 오직 음절의 일정한 수에 따라 결정되는 체계로서, 흔히 4 · 4조니 7 · 5조니 하는 것이 이를 뜻한다.

강약율격은 음절과 그 음절들이 지닌 음운적 자질의 강약(stress accent)이 어떤 체계에 따라 배열되어 음보 또는 시행을 이루는 체계이다. 따라서, 이 율격체계는 언어 자체가 음운적 자질의 강약을 지닌 언어라야 가능한 것이다. 영시(英詩)의 율격체계가 이에 속한다.

고저율격은 음절과 그 음절들이 지닌 음운적 자질의 고저(pitch accent) 또는 대립적인 성조(聲調)가 어떤 체계에 따라 배열되어 음보 또는 시행을 이루는 체계이다. 따라서, 이 율격체계는 성조를 지닌 언어일 때 가능한 것이다. 한시(漢詩)의 율격이 그 예가 되는데, 한시는 중국어의 사성(四聲:平 · 上 · 去 · 入聲)을 평성(平聲)과 측성(仄聲:上 · 去 · 入聲)으로 양분, 대립시켜 평측법(平仄法)이라고 하는 율격을 이룬다.

장단율격은 음절과 그 음절들이 지닌 음운적 자질의 장단이 체계적으로 배열되어 음보 또는 시행을 이루는 체계이다. 고대라틴어 시의 율격이 그 예가 된다. 음수율격처럼 율격을 형성하는 자질이 단일한 것을 단순 율격체계라 하고, 고저 · 강약 · 장단 율격처럼 복합적인 것을 복합율격체계라고 한다.

압운은 시행의 어떤 자리에 일정한 소리를 배분하여 그것이 체계적으로 대응 반복하게 함으로써 운율을 형성하는 장치이다. 한시와 영시 등의 각운(脚韻, end rhyme)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각운은 단어의 후미(後尾)가 같은 소리(음운조직)로 되어 있는 말들을 시행의 끝[詩脚]에 체계적으로 배분하여 같은 소리가 규칙적으로 대응, 반복되게 하는 압운양식이다.

압운의 다른 양식으로는 행간에 압운하는 중간운(中間韻, internal rhyme), 단어의 머리소리를 같은 것으로 하는 두운(頭韻, alliteration), 모음을 같은 소리로 하는 모운(母韻, assonance) 등이 있다.

한국시가의 율격체계는 앞에서 보인 그 어느 체계에도 해당되지 않는 특이한 것이다. 한국시가에서 율격을 형성하는 기저자질은 음절뿐이다.

그러나 음수율격과는 달라서 음절이 모여 음보를 이룰 때 음절의 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절들을 발화(發話)할 때의 음 지속량(音持續量)에 의존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시가율격의 음보는 발화상 시간적으로 등장(等長)한 단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시가의 율격이 박자관념에 입각한 등시적 기식율(等時的氣息律)에 기초하고 있음을 뜻한다. 음보가 등시성을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음절수가 꼭 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음절수에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말의 단음절(短音節) 한 음절의 길이를 편의상 1모라(mora)로 칠 때 한국시가율격의 음보 유형은 2모라 · 3모라 · 4모라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 3모라 유형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4모라 길이로 실현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결국 2모라와 4모라의 두 가지가 된다. 그 중 2모라 유형은 주로 동요에 한정되고 일반 시가에서는 4모라 음보가 지배적이다.

각 유형의 음보가 수용할 수 있는 음절수의 한계는 2모라 음보는 2음절까지이고, 4모라 음보는 4음절까지이다. 그래서 2모라 음보는 1, 2음절로 이루어지고, 4모라 음보는 2∼4음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국시가율격의 음보체계가 이와 같이 되는 까닭은 물론 우리 국어의 언어적 특성과 그에 연계된 우리 민족의 율격의식 및 율격관습 때문이다.

국어의 구체적 음성요소의 실현은 발화시에 있어서의 잠재적 단락(꼭 끊어 발음한다는 것이 아니고, 끊어 발음하여도 발화의 자연성을 해치지 않는 단락을 말함)을 단위로 성립되는 것인데, 이런 단락을 ‘음운론적 단어’ 또는 ‘기식(氣息, breath group)’, ‘신태그머(syntagma)’라 이르기도 하는바, 이 말은 일반적으로 ‘어절(語節)’이라는 말로 바꾸더라도 큰 무리는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한다.

이 어절은 일반적으로 긴밀연접(緊密連接, close juncture)에 의하여 하나의 기식으로 발화되고, 인접어절과는 개방연접(開放連接, open juncture)에 의하여 구분된다.

이와 같은 우리 국어의 어절은 2∼4음절로 되는 것이 절대다수인데, 이것은 곧 4모라 음보가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음절수이며, 동시에 그 어절은 어절 내부에서는 긴밀연접되고 인접어절과는 개방연접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그 구분되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음보 분할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한국시가율격의 음보가 대체로 어절 단위가 되는 연유가 여기 있다. 다만 드물게 5음절 이상의 어절이 섞여 나올 때는 율격관습에 의한 조작으로 어절 내부에서 음보 분할이 일어나며, 2모라 음보의 동요에서는 3음절 이상의 어절은 아동들의 특수한 율격관습에 따라 두 음보로 분할하는 율격적 조작을 가하게 된다.

한국시가의 율격체계는 이와 같은 체계의 음보가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그 상위단위인 시행을 이루고, 시행의 체계는 2음보 · 3음보 · 4음보격이 보편적인 것이며, 5음보 이상의 시행은 전통시가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개화기의 시가와 1920년대 일부 시가 음수율격체계로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 외국시가의 영향으로 한때 성행한 것일 뿐 그것이 우리 고유의 율격체계는 아니다.

한국시가에서 압운은 발달되지 못하였다. 특히, 압운을 요건으로 하는 시가양식은 없었다. 이처럼 압운이 발달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역시 우리 국어의 언어적 특성으로 볼 수 있다. 한국시가는 국어의 언어적 특성으로 대부분의 어절과 시행이 조사나 어미로 끝나기 때문에 압운이 용이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점은 개화기에 한시 절구를 흉내낸 소위 언문풍월(諺文風月)이라는 것의 각운과, 1920년대에 각운을 시험해 본 몇몇 시편들이 하나같이 어색하고 졸렬한 시가 되고, 또 압운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동어반복(同語反復)이 되고 만 사실들이 잘 증명하고 있다.

한국시가는 압운이 발달되지 못한 대신 동어반복, 의태어와 의성어, 호음조(euphony) 등의 구사와 여음(餘音)이 발달하였다. 그 중 여음은 운율을 위한 시적 요구 때문이기보다 가창(歌唱)을 위한 음악적 요구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시가구조(詩歌構造)연구』(김대행, 삼영사, 1976)
『한국시가율격의 이론』(성기옥, 새문社, 1986)
「고시가운율론서설(古詩歌韻律論序說)」(정병욱, 『최현배선생환갑기념논문집』, 1954)
「한국시가율격(詩歌律格)의 이론」 Ⅰ(김흥규, 『민족문화연구』 13, 1978)
「한국시가운율연구(詩歌韻律硏究)에 대한 통시적성찰」(예창해, 『한국학보』 11,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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