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의 한문 필사본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당나라 현종 때 조주에 사는 권 처사는 불전에 시주하여 발원하고 늦게야 '운향'이라는 딸을 얻는다. 또 하간 땅에 사는 이 승상은 불전에 시주하여 발원하고 '경운'이라는 아들을 얻는다. 권 처사는 운향이 자라자 도술을 가르치다가 이후 신선을 따라 승천하고 그 부인 또한 선계로 들어간다.
고아가 된 운향은 남장을 하고 방황하는데, 이 승상이 운향을 거두어 기른다. 이 승상은 운향과 경운이 장성하자 두 사람을 혼인시킨다. 경운의 서모 전씨는 운향을 박대하고, 종을 시켜 운향을 강물에 버려 죽게 한다. 그러나 이 승상의 은혜를 생각한 노복들로 인해 목숨을 건진 운향은 산사로 들어가 일신을 의탁한다.
이때 북쪽 오랑캐가 중원을 침공하였는데, 황제는 장원 급제한 경운을 도원수로 삼아 출전하게 하고 자신은 파촉으로 피난한다. 산사에 있던 운향은 관음보살의 지시를 받고 용궁에 들어가 갑주와 신검을 얻어 당나라 진영으로 달려간다. 운향은 남편이 격파하지 못하는 오랑캐 군사를 무찌르고 다시 산사로 돌아온다.
현종은 적군을 격파한 공이 도원수의 부인에게 있음을 알고 크게 기뻐하며, 운향을 하간후(河間侯)에 봉하여 그녀의 전공(戰功)을 기린다.
「운향전」은 19세기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문소설이다. 한문소설의 형태 속에서 국문 영웅소설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한 까닭에 이 작품은 19세기 국문 소설의 양적 팽창 하에 통속적인 장편 한문소설이 창작되던 소설사적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은 영웅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간신들의 충신 모해(謀害)라는 구성은 없으나 여주인공이 시어머니의 박해를 받아 살해된다는 특이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출전한 남편이 꿈 속에서 죽은 장모의 교시를 받아 자신이 전투에서 싸우지 않고 아내가 나타나 적군을 격파하도록 하는 구성도 새로우며, 여주인공을 대원수로 출전시키지 않고 영웅적인 전공을 세우게 하는 것도 특이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작품의 서사는 철저하게 아내인 운향의 독무대가 되어 있고 남편 경운의 존재는 운향에게 가려진다.
그러나 이 작품의 여주인공은 일반적인 여성 영웅소설에서 볼 수 있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 자기를 학대하는 시어머니를 끝까지 지성으로 섬기고 남편을 공경하는 정숙한 가정주부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여성 영웅소설 속 주인공이 '공업(功業)'을 강조하고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선시 함으로써 '열행(烈行)'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전반부 서사 구성에서 여주인공의 부모가 나이 어린 딸을 남겨두고 신선이 되어 승천한다는 점에서 신선 사상의 의도가 보이기도 하나, 이것은 영웅의 일생에 겪게 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남녀 주인공들이 부처에 의하여 탄생하였고, 여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에는 부처의 지시에 의하여 산사에 들어가 피신하였으며, 여주인공이 부처의 지시에 의하여 전장에 나가 영웅적인 전공을 세우고 있다는 점 등에서 불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