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사(遊仙詞)」는 조선 중기에 허난설헌(許蘭雪軒)이 선계에서 노니는 일을 엮어 지은 칠언절구 87수의 연작 한시이다. 허난설헌의 대표작으로, 현실의 고통을 선계에 대한 상상을 통해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신선이 되어 선인들과의 교유하는 장면을 형상화하였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꿈을 선계에서 실현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을 위로하였다. 화려한 색상 시어와 선시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상승구조를 사용하여 작가의 의식세계를 표현하였다.
내용은 작자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꿈을 선녀가 되어 선계(仙界)에서 이루는 것이다. 실제 작가는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여러 신선과 옥황상제, 서왕모(西王母)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임금 목왕(穆王), 무제(武帝)도 만나고, 도사(道士) 소모군(小茅君)도 만난다. 유명한 시인 이하(李賀)를 만나고 천하 미인 양귀비(楊貴妃)도, 천수를 누렸다는 동방삭(東方朔)도 만난다.
더구나 「유선사」에서 작자는 늘 그리워하던 3형제와 사랑하는 아들과 딸도 함께 선계에서 노니는 것으로 형상화한다. 신선 세계에서의 노닒은 인간 세상의 시간과 크게 달라서, 작가는 인간 세상의 1만 년이 지나가 버린 것을 깨닫고는 꿈에서 깨듯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서 시상을 마무리한다.
유선시(遊仙詩)는 속세에서 벗어나 선계에서 노니는 것을 그린 한시로 불우한 신세에 대해 읊조린다는 평을 듣는다. 허난설헌도 현실의 고통을 선계에 대한 상상을 통해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이 스스로 신선이 되어 선인들과 교유하는 장면을 형상화하였으며, 임을 기다리는 여신선을 통해서 남편과 소원했던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현실에서 불가능한 재가(再嫁) 문제를 선계로 가져감으로써 현실에서 불가능한 꿈을 선계에서 실현시키는 방식으로 자기 위안을 삼았다.
이 작품에서 허난설헌은 많은 색상 시어(色相詩語)와 화려하고 다채로우며 환상적인 선시어를 사용하여 고독한 자신의 삶을 87수의 연작시 속에서 중복되지 않게 서술하면서, 풍부한 상상력과 사실적 기법으로 정한(情恨)을 풀어나갔다.
작자는 평소에 『태평광기(太平廣記)』나 도가서(道家書)를 즐겨 읽었기 때문에 자서전적 소재를 가지고 선계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되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다. 이때 작자의 의식 세계는 상승 구조로 형상화하였다.
허난설헌은 1585년 선계를 그린 또 다른 작품 「몽유광상산시(夢遊廣桑山詩)」에서 ‘연꽃 스물일곱 송이, 찬 달빛 서리 위로 붉은 꽃 지네[芙蓉三九朶, 紅墮月霜寒]’라고 적었는데, 1589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