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급 법정 감영병이다. 고열·오한·두통·구토·복통과 출혈성 경향 및 신부전, 그리고 심혈관 장애 등 여러 복합 증세와 일정한 임상 경과를 거쳐 회복되는 것이 특징이나, 일부 환자는 쇼크·신부전 등으로 사망한다.
이 질병은 6·25전쟁중이던 1951년에서 1954년 사이에 중부전선에 주둔하였던 유엔군 병사 가운데에서 3,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세계의학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당시 이 질병을 처음 경험하였던 서방 의학자들은 이를 한국 특유의 새로운 질병으로 간주하여 병명 또한 한국형 출혈열로 명명하였으나, 사실상 유행성출혈열의 발생에 관한 역사는 이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6년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있었던 환자발생 보고가 문헌상에 나타난 이 질병에 대한 최초의 보고였으며, 그 뒤 1940년대를 전후하여 만주지방에 주둔하였던 소련 및 일본군들에게서 수많은 환자의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유행성출혈열(한국형출혈열)과 임상적으로 매우 유사하나 증상이 보다 가벼운 질병이 동부유럽지역과 스칸디나비아지방에서 오래전부터 발생되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이는 우리 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새로운 질병이 아닌 것이 분명해졌다. 이 질병이 1950년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존재해 왔던 것인지 아니면 6·25전쟁 이후에 비로소 발생되기 시작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이 질병의 원인체를 규명하기 위한 여러 학자들의 많은 노력은 이 질병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하겠으나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체에 관한 일은 신비의 베일에 싸인 채 세계의학계의 숙제로 간주되었으나, 마침내 1976년 우리나라의 학자에 의해 경기도 동두천읍 송내리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조직에서 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 분리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뒤 이 병원체는 바이러스이며, 또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등줄쥐의 주요 채집지였던 한탄강 유역의 이름을 따서 한탄바이러스로 명명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때까지 의학계의 큰 숙제였던 유행성출혈열과 유사한 질병들이 한탄바이러스 및 이와 유사한 바이러스들에 의해 발생된다는 병원학적·역학적(疫學的) 사실을 규명하게 됨으로써 그간의 모든 의문점들을 일거에 해결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되었다.
유행성출혈열의 발생은 일 년 중 늦봄과 늦가을의 두 큰 유행 시기를 보이는데, 이 두 시기는 우리 나라에서 건기에 해당되는 시기로, 늦가을 유행기에 더욱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별 및 직업별 환자 발생은 도시지역보다는 농촌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며, 농부, 전방주둔 군인 등 자연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 직종의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성별 및 연령별 환자 발생은 남녀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주로 활동기의 청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우리 나라의 유행성출혈열과 증상이 유사한 질병들이 예전부터 발생되어 오고 있었고, 각 지방마다 나라마다 다른 병명들로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이들 질병의 증상을 고찰해 보면,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동일한 생리학적·병리학적 소견을 보임으로써 198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들을 모두 통합하여 한 가지 병명인 신증후출혈열(腎症候出血熱)로 하기로 정하였다. 따라서 유행성출혈열 또는 한국형출혈열은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신증후출혈열인 것이다.
한탄바이러스들은 자연계에서 각자 특정 자연계 숙주를 가지고 감염환을 이루며 순환한다. 즉, 숙주인 야생 들쥐에 감염된 동물의 체내에서 증식된 뒤 타액·분변·요 등을 통하여 체외로 배설되어 다른 들쥐에게 감염된다. 이때 사람에게 감염동물이나 바이러스로 오염된 야생 들쥐의 서식처에서 직접적·간접적인 방식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게 된다.
들쥐의 활동이 많은 농촌지역과 늦봄·늦가을에, 특히 자연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직종의 사람들 가운데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들쥐가 존재하지 않는 도시 및 실험실에서도 종종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집쥐나 실험실 흰쥐를 자연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서울 바이러스)에 의한 동일 경로를 통한 방식으로 감염된 결과이다.
따라서 이 질병의 예방은 농촌에서는 들쥐 제거작업과 더불어 들쥐와의 직접적·간접적인 접촉을 피하도록 해야 하며, 특히 유행 시기에는 쥐의 서식처 내에서의 활동을 삼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도시에서는 청결을 유지하여 집쥐의 접근과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방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이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환자는 절대 안정을 취하게 해야 하며, 주로 저혈압기와 집뇨기에서 많이 사망하므로 이때 순환기능의 안전을 돌보고 수분 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인공신장이나 복막투석법 등에 의한 요독증(尿毒症)을 방지해야 하며, 그 밖의 모든 치료법은 일반적인 대증요법에 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