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공학계에서는 인류가 개발한 기술을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사용할 방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한편 의학계에서는 결핵이나 폐렴 같은 전염병이 줄어든 대신 암이나 각종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성인병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새로운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하며 치료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또한, 보다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비침습적(noninvasive)인 진단이나 치료 방법에 대한 요구도 급증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눈부신 발전을 계속하고 있던 전자공학 기술은 이러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급속도로 의학 분야에 응용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학문 분야의 정립과 그 개념 설정이 이루어지기에 이르렀는데, 1958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처음으로 의학에 전자공학 기술을 도입한 연구 분야를 ME(Medical Electronics, 의용전자공학)로 명명하기로 제창하였다.
그 후 이 분야의 학문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1965년 동경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는 응용 범위가 의학과 이와 관련된 생물학 전반으로 확대되었으며, 응용 대상인 공학 분야도 전자공학뿐 아니라, 유체역학·재료역학·제어공학·정보공학·고분자화학 등 응용공학 기술 전분야를 총망라하게 되었다.
또한 이 회의에서는 이 분야를 ‘Medical Electronics and Biological Engineering(의용전자 및 생체공학)’이라고 정의하였으며, 1967년 스톡홀름 대회에서 ‘Medical and Biological Engineering(MBE, 의용생체공학’)이라고 개칭하였다.
그 후 오늘날에 와서는 응용 범위와 대상이 점점 더 확대되어 ‘Medical Engineering(ME,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BME, 의용공학)’ 등으로 불리며 학문의 중요한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의공학의 학문적 개념이 정립되고 그 명칭이 제정된 것은 대략 제2차 세계대전 후로 볼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1677년 레벤후크(Leeuwenhoek, A. van)에 의해 발명된 현미경, 1895년 뢴트겐(Rontgen, W. K)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X-선, 1903년 에인트호벤(Einthoven, W.)이 심장 박동시 발생되는 생체 전기신호인 심전도를 기록한 것 등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수많은 발명과 발견들이 있었다.
이러한 기술 응용들은 기본적으로 인체를 이해하고 다루는 인류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의공학의 추구 목표와 일치하므로, 의공학의 역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의공학이 이룬 가장 빛나는 업적 중의 하나는 아마도 1970년에 발표된 전산화 단층촬영술(Computer Tomography, CT)일 것이다. 체내 기관의 단층면상의 구조를 뛰어난 해상력으로 재구성해 주는 CT의 도움으로 의사들은 환자의 체내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CT 개발이 의학계에 미친 영향은 CT를 개발한 코맥(Allan Cormack)과 하운스필드(Godfrey Newbold Hounsfield)가 1979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사실이 대변해 주고 있다.
그 후 핵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 MR) 현상을 이용한 핵자기공명영상기(Magnetic Resonance Imager, MRI)까지 개발되어 방사선 동위원소(Radio Isotope, RI)를 이용한 핵의학영상(scintigraph)과 함께 현대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의공학을 영어로 표기하는 경우 ‘Biomedical Engineering’·‘Medical Engineering’·‘Medical & Biological Engineering’ 등으로 표기하는데, 각각 의미와 포함되는 영역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의공학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정도의 학문 분야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Bioengineering’이라고 하는 경우에는 의공학을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생물공학의 범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요즈음 새로 등장한 ‘Clinical Engineering’은 병원 등의 임상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각종 의료기기의 관리 및 보수 등을 주 관심으로 하는 분야이다.
국내에서도 의공학이 ‘의용생체공학’·‘의학공학’·‘의료공학’·‘의료전자공학’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지칭되기도 하지만, 각기 부분적 특성에 비중을 두어 강조하거나 관련된 인접 분야와의 상호관계 등에 의하여 달리 불리고 있을 뿐 실제로 다루는 분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의공학은 공학의 여러 분야가 의학의 여러 분야에 응용된 것이므로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달리 분류할 수 있다. 공학적 관점에서는 적용되는 공학적 기술에 따라 분류하는 경향이 있으며, 의학적 관점에서는 그 기술이 의학의 어떠한 분야에 응용되는가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응용되고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의공학의 주요 연구 분야를 분류해 보면, 생체신호처리, 의학 영상 처리 및 분석, 의료기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생체역학, 생체재료, 재활공학, 인공장기, 의료정보, 진단 보조 시스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의 의공학 관련 기관으로는 의공학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각 대학의 학부 및 대학원 과정, 연구소, 병원, 기업체 연구소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 의공학에 관한 학술적인 모임이 산발적으로 열리기는 하였으나, 정식으로 학회가 발족된 것은 1979년이다.
대한의용생체공학회(KOSOMBE:Korea Society of Medical and Biological Engineering)는 창립학술대회를 시작으로 하여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1,1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2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술지를 6회 발간하고 있다.
그 동안 의공학의 학문적 목표는 의학 분야에서의 수많은 새로운 진단 및 치료 수단의 개발과 공학 분야의 생체 시스템의 원리 응용과 생체 응용 기술 들에 의해 달성되었으며, 오늘날 현대 의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없지는 않으나, 의공학의 발전은 이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들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