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어머니의 자매를 가리킨다. 이모의 배우자를 이모부(이모부)라 부르고, 자녀는 이종형제(姨從兄弟)·이종누이라고 칭한다. 우리의 친족 호칭 체계에서 아버지쪽과 어머니쪽의 친족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부계 중심의 친족 제도에서 연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모는 어머니 쪽으로 연결된 외척이다. 또한 외가에서 혼인하여 떠나간 여자라는 점에서 외가의 부계친족 집단에 남아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모는 우리의 부계친족 제도에서 이중적·제한적인 의미를 가진 친족원이다.
그 배우자를 이모부(이모부)라 부르고 자녀는 이종형제(姨從兄弟) · 이종누이라고 칭한다.
서양의 영어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형제자매에 대하여 남녀의 성별로만 구분하고 아버지쪽의 사람인지 어머니쪽으로 연결된 사람인지를 구분하지 않는 데 반하여, 우리의 친족호칭체계에서는 아버지쪽과 어머니쪽의 친족을 친족호칭상 분명히 구분짓고 있다.
그리하여 부모의 형제도 아버지쪽의 백부(큰아버지) 및 숙부 · 삼촌(작은아버지)과 어머니 쪽의 외삼촌은 분명히 구분되고, 이와 같은 분류는 부모의 자매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아버지의 자매인 ‘고모’와 어머니의 자매인 ‘이모’가 호칭상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은 서양의 영어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이웃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고모와 이모는 호칭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아버지 쪽의 친척과 어머니 쪽의 친척을 분명히 구분하고, 이들이 각기 다른 범주에 속하는 친척으로 간주되는 등 우리의 부계 중심의 친족제도의 구조적인 틀에서 연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이모는 어떤 성격의 친척인가? 어머니와는 자매관계에 있고, 같은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해 결혼 후 친정을 떠나 살고 있다는 점에서 어머니와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이모는 어머니와 친정을 같이하고 있어서, 친정의 번성을 함께 기원하고 기뻐하며, 혹시 친정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함께 걱정하는 등 친정의 친족집단 외곽에 위치하면서도 항시 친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부계친족제도에서 이모와의 친족관계의 폭은 아주 좁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은 고모와 대비해서 생각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고모는 아버지의 남매이기에 나의 부계친족집단 또는 문중의 사람들과는 친족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나의 집에서 거행되는 조상제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것은 고모에게는 친정의 제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모는 어머니의 자매이기에 이모와의 관계는 내 집에 국한되고, 나의 부계친족집단과는 관계 없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혹시 내 집에 기제사가 있는 경우 이것은 이모가 관심을 두거나 참여할 성격의 행사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가족 이외의 부계친족집단의 사람들에게 고모는 혈족(血族)인 반면, 나의 이모는 인족(姻族)에 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어려서는 이모를 접하는 기회가 많지만, 세월이 갈수록 접촉의 빈도는 낮아진다. 이것은 한 가정에서 자란 자매가 혼인과 함께 친정을 떠나갔을 때 처음에는 비교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각기 자신의 가정에 뿌리를 내리고 친정출입 및 친정식구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를 점차 상실해가는 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모와 어머니가 각기 자신의 가정에 충실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지면 이모와 조카간의 관계도 단지 명목상의 친족관계로만 남게 된다.
친족호칭으로 보면, 어머니의 자매인 이모를 지칭하는 관계지시호칭은 그리 많지 않다. ‘이모’ · ‘이모님’ · ‘이모주(姨母主)’ · ‘비이모(鄙姨母)’ · ‘귀이모부인(貴姨母夫人)’ 등이 있고, 직접 호칭으로는 ‘이모’ · ‘이모님’ 외에 지역에 따라서는 고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친족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 ‘아주머니’로 호칭하기도 한다.
친족의 호칭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은 그리 긴밀하게 접촉하거나 중요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상의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해 본다면, 이모는 우리의 부계친족제도에서 이중적 · 제한적인 의미를 가진 친족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이모는 아버지 쪽이 아니라 어머니 쪽으로 연결된 외척(外戚)이며, 또한 외가에서 혼인하여 떠나간 여자라는 점에서 외가의 부계친족집단에 남아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이모는 나와는 혈연을 같이하고 있는 친척이며, 외가를 떠나 있다는 점에서는 어머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으로, 권위보다는 애정에 바탕을 둔 친족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