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 필사본. 표제는 ‘새벽젼’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말미에는 “뎡유뎡아오스딩셔우등셔졍이라.”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정유년인 1777년(정조 1)에 정약종(丁若鍾)이 창작한 것이라는 설이 있었으나, 작품의 내용을 통해 볼 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필사 시기는 정유년인 1897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뎡아오스딩’ 역시 정약종이 아닌 정규하 신부라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내용은 이벽(李檗)과 정학술(丁學述)의 대화로 전개되고 있다. 갑자기 천지가 혼미해진 가운데 한바탕 상서로운 기운이 비치더니 홀연 괴암상에 마치 신선과 같은 풍채를 지닌 한 선비(이벽)가 나타나 학술에게 대화의 문을 연다. 이벽은 천상선인(天上仙人)으로 지상 세계에 하강하여, 학술에게 우주 창조의 원리, 낙원 추방과 예수의 구원, 유불도(儒佛道)의 허망함, 조상 제사와 우상 숭배, 신유옥사와 진리의 승리, 하느님의 최후 심판 등을 이야기한다. 말을 마치면서는 『천주밀험기(天主密驗記)』를 전하고 다시 승천한다.
이 작품은 몽유록의 형태로 구성된다. 이벽은 죽고 60년 뒤 1846년 병오 6월 14일의 꿈에 다시 현세에 나타난다. 이는 초기 서학 박해 당시 천진암(天眞庵) · 주어사(走魚寺) 강학회에서의 이벽의 공덕과 그의 죽음이 작자에 의하여 신성화되어, 박해에도 신앙을 강화시킬 것을 당부하는 주인공으로 형상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천주밀험기』는 천당지옥기, 영득경신기, 험세문득기, 내세예언기가 있는데, 그 중 내세예언기는 천주 심판의 기록으로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기록에는 신유사옥 · 기해사옥 등 50여 년간의 예언적 사건들이 기술되어 있으며, 이벽의 재현을 통하여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니벽선ᄉᆡᆼ몽회록」은 초기 서학의 대표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중니공이 천주교 박해 사건을 예언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믿음을 강조하는 보기 드문 종교 소설의 하나이며, 조선 후기에 민간에서 유행하던 예언서인 『정감록』의 형식이나 문체와 상당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몽유록이면서 필사자 · 몽중 설화자가 실제 인물이라는 점과 유불도를 부정하는 새로운 서학 사상을 설득하고 있다는 점, 『천주밀험기』라는 예언서를 통하여 천주의 재림을 예언하되, 그것을 이벽의 환생을 통해 실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이 책은 김양선(金良善)의 수장본인데, 1983년 숭전대학교 기독교박물관에 기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