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 2책. 『속장경(續藏經)』 권40,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 권33, 『한국불교전서』 제1책 등에 실려 있다.
인왕반야경소는 네 부분의 큰 분단이 있다. ① 설경의의(說經意義)는 경을 설하는 의의와 제목을 해석하는 부분이다. ② 소전종(所詮宗)과 능전(能詮)의 교체(敎體)는 객관적인 종지(宗旨)와 주관적인 가르침의 본질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부분이다.
③ 교(敎)의 소의(所依)와 소위유정(所爲有情)은 이 가르침이 근거하는 바와 그것을 행하는 중생의 행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④ 의문정석(依文正釋)은 번역의 연대에 대한 논의와 글월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는 부분이다. 즉, ①부터 ④의 번역의 연대까지는 『인왕경』의 대의를 개설적으로 논하였고, ④의 의문정석 부분 아래에서는 『인왕경』의 8품에 대하여 차례로 주석을 가하였다.
먼저 경의 대의와 제목을 해석하는 부분에 대해서, 원측은 여러 경전과 각 종파에서 가르치는 대의가 같지 아니함을 열거하였다.
즉, 살바다종(薩婆多宗)과 비담(毘曇)·구사(俱舍) 및 구비바사(舊毘婆娑)에서는 모두 양설이 있음을 설하였다. 그 다음으로 『정리론(正理論)』·『유마경(維摩經)』·『대계경(大界經)』·『성유식론(成唯識論)』·『무구칭경(無垢稱經)』·『유가론(瑜伽論)』·『해심밀경(解深密經)』·『아함경(阿含經)』·『반야경』·『광백론(廣百論)』 등 여러 불전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의를 논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청변(淸辨)·호법(護法)·진제(眞諦)·자은(慈恩) 등 여러 고승들의 가르침을 열거한 뒤 자신의 비판을 가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그는 이 경이 “성언청정묘지(聖言淸淨妙旨)에 의하는 까닭에 대승불이(大乘不二)의 중도(中道)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학문의 태도는 원측의 기본적인 입장으로서 특수한 자기 종파의 종지를 앞세우는 종파불교적 견해를 지양하는 탁월성을 입증하고 있다.
역경의 연대에 대한 논의에서 원측은 동일한 범본(梵本)을 가지고 세 가지의 한역(漢譯)이 있었던 사실을 지적하고 그 전후를 논술하였다.
첫째는 진(晋)나라 때인 356년 월지국(月支國)의 담마라밀(曇摩羅密:法護)의 번역이며, 둘째는 진(秦)나라 때인 401년구마라습(鳩摩羅什)의 번역이며, 셋째는 양(梁)나라 때인 554년 우선니국(優禪尼國)의 바라말타(波羅末陀:眞諦)의 번역이다. 원측이 의거한 번역본은 둘째의 진본(秦本)이다. 의문정석에서는 『인왕경』의 해설을 시도하였다.
『인왕경』의 8품 가운데 서론 부분과 본론, 그리고 유통분(流通分)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다. 서론은 경의 제1 서품(序品)이고, 본론(正宗分)은 제2 관공품(觀空品), 제3 보살교화품(菩薩敎化品), 제4 이제품(二諦品), 제5 호국품(護國品), 제6 산화품(散華品), 제7 수지품(受持品)까지의 6품이라고 하였다. 유통분은 제8 촉루품(囑累品)으로 보았다.
서론 부분은 다시 증신서(證信序)와 발기서(發起序)로 나눌 수 있다. 발기서에서는 16국의 국왕이 나란히 앉아서 법론(法論)을 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였다. 그런데, 특히 파사익왕(波斯匿王)이 중심이 되어 석가모니와의 문답을 시작하는 광경을 서술하였다.
본론 부분의 6품 가운데에서는 반야(般若)가 주관(主觀)이 되는 이유, 즉 능호(能護)와 그 반야에 의하여 수호되는 국토, 객관적인 외호(外護)를 밝혔다.
아울러 국토를 지키려는 주관적 신념과 지켜지는 국토 사이에 놓인 인과관계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국왕은 반야를 지닐 때 나라를 지킬 수 있으며, 나라는 반야에 의하여 다스려질 때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상호의 물리적 수평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의 유통분에서는 반야의 법문을 수지(受持)함으로써 일곱가지 위난(危難)이 모두 소멸할 수 있고, 동시에 일곱가지 복이 모두 생겨날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이것을 듣고 16국왕들은 동시에 환희하며 기꺼이 이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겠다고 하는 서원(誓願)을 발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를 정당하게 수호하여 영구히 번영하게 하는 근본의의가 불교의 지혜에서 솟아남을 역설하고자 하였으며, 그것이 지배자의 마음 바탕에 자리잡아야 함을 천명하고자 한 호국호교적 가르침인 것을 원측은 강조하고 있다.
원측은 이 『인왕경소』의 구성과 논리전개서 먼저 국토평안과 국가번영의 방책을 불교의 본래 가르침에서부터 찾아 논증하고자 하였다.
즉, 내외(內外)의 수호나 인과의 상호의존적 관계가 선명하고 청정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하였고, 아울러 그 본질을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 즉 부처님의 지혜의 증오(證悟)에 있다고 보았던 것은 탁월한 논리전개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에 국가의 존망이 걸린 위급한 사태가 발생하거나, 또 그를 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반야지혜를 이해하여야 하며, 동시에 그 반야지혜를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인과설을 제창하였다. 그리고 불교적 견지에서 보는 효와 충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도 이 책을 통해서 밝혀질 수 있다.
이 책에 인용된 불경과 조사(祖師)들의 견해 등은 어느 한 종파에 치우침이 없이 다양하며, 제설(諸說)을 일승(一乘)으로 회향(廻向)시키고자 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인용된 경전은 45종, 논(論)은 29종, 학자는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