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말엽(末葉) 충신 장필한(張弼漢)은 송나라가 원나라에 망하자, 부인 한 씨(韓氏)와 아들 장영(張榮, 張英)을 데리고 낙향(落鄕)한다. 그 고을 태수(太守) 오세신(吳世臣, 吳世信)은 한 부인을 탐내어 장필한을 죽이고 한 부인을 납치한다. 한 부인은 죽은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오세신과 혼인한다. 그리고 오세신에게 독주를 먹여 그를 살해한 후 도주한다.
오세신의 부인 진 씨(陳氏,秦氏)는 남편이 한 부인에게 독살된 것을 알고 관원(官員)을 풀어 한 부인을 추격하게 한다. 관원에게 쫓기던 한 부인은 아들 장영을 시비(侍婢) 계향에게 맡기고 헤어진다. 관원들은 한 부인을 잡았으나 한 부인의 정절에 감동하여 그녀를 놓아 준다. 한 부인은 제인사라는 절에 들어가 여승(女僧)이 된다.
한편, 남편의 원수를 갚지 못한 진 부인도 실의(失意) 끝에 제인사로 들어가 여승이 된다. 한 부인은 진 부인을 알아보지만, 진 부인은 한 부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한 부인의 아들 장영은 금악산 밑에 사는 원 부인의 양자로 들어가 자란다. 장성(長成)한 장영은 친어머니를 찾으러 제인사까지 가게 된다. 장영은 제인사에서 여승이 된 진 부인을 만나는데, 진 부인은 장영에게 한 부인이 피살(被殺)되었다고 거짓말한다. 진 부인은 다시 한 부인과 장영 모자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하산한다.
어머니를 찾지 못한 장영은 병서(兵書)와 무술을 배워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한다. 그때 남양 태수 진한(陳漢)이 반역을 꾀하여 군사를 일으켰는데, 장영은 출전하여 진한을 격파하고 황제를 위기에서 구한다. 장영은 익주 자사로 임명되어 부임(赴任)하고는 제인사를 찾아가 어머니와 감격적으로 상봉(相逢)한다. 장영은 진 부인을 잡아들여 죽이려 하나, 남편에 대한 진 부인의 정절이 가상하니 용서해 주라는 어머니 한 부인의 말을 듣고 놓아준다.
이때 진 부인의 아버지인 진무(陳武)가 외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온다. 진무는 자신의 아들 진건이 진한의 역모에 가담하였다가 장영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알고 복수하고자 한다. 진무는 형주 자사가 되어 장영을 위협한다. 장영은 경사(京師)로 돌아오라는 황제의 칙명(勅命)을 거역한 채 익주의 군사를 몰아 진무의 형주 군을 제압한다. 이후 황제에게 상소(上疏)하여 진무의 죄상을 밝히고 자신의 무고함을 인정받는다.
이 작품은 복수 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의 고전소설에서 복수를 주제로 한 작품은 「 김학공전(金鶴公傳)」 한 편이 있으나, 복수의 성격은 각각 다르다. 「김학공전」에서는 아들이 노비에게 살해된 부모의 원수를 갚는데, 이 작품에서는 여성들이 각자의 상황 속에서 남편의 원수를 갚는다는 새로운 상황을 설정하였다.
이때, 한 여성은 복수에 성공하지만, 다른 한 여성은 복수에 실패한다. 여기에서 복수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잣대는 복수의 정당성이다. 한 부인의 복수는 정당했기 때문에 성공했고, 진 부인의 복수는 부당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그러나 진 부인의 복수가 부당하긴 하지만, 한 부인이 남편에 대한 진 부인의 정절을 가상히 여겨 진 부인을 용서해 준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여기서 당시 여성들에게 무조건적인 정절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충(忠)과 불충(不忠), 수절(守節)과 실절(失節)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장영은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황제의 명령을 거역하는 불충을 행하였으나, 이것은 결국 충으로 인정받는다. 한 부인은 죽은 남편의 복수를 위해, 남편의 원수인 태수 오세진과 혼인한 뒤 그를 독살한다. 한 부인이 오세진과 혼인한 것은 절개를 잃는 것이었지만, 결국 한 부인은 절개를 지켰다고 인정받는다. 이러한 점에서 「장한절효기」는 충 · 효(孝) · 열(烈)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