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연전」은 중국 소설 「수상회도재생연(繡像繪圖再生緣)」의 번역 소설이다. 이 작품은 중국 여성 작가 진단생(陳端生)이 창작한 「수상회도재생연」을 번역한 것으로 번역자와 번역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이 번역되어 낙선재에 소장되어 있었으므로 고종 때 번역가 이종태에 의하여 번역된 중국 소설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52권 52책. 국문 필사본. 역자와 간행 연대는 미상이다. 중국 소설 원본은 총 20권으로 7자탄사(七字彈詞) 형태이다. 고종 때 번역가 이종태에 의하여 번역되어 낙선재로 들어간 다수 중국 소설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많다. 원제목 ‘재생연’에 ‘전(傳)’을 첨가한 것은 한국 고전소설적 표제로 변모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각 권의 첫부분에 시(詩)와 왈(曰)이 있으나 서두의 일부와 끝부분의 필사자 후기는 번역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송나라의 사옥후(謝玉厚)와 부인 정여소(鄭如素), 총첩 진방소(陳芳素)는 죽어서 각각 동두성군(東斗星君) · 집불선녀 · 범향선녀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인연을 잊지 못하는 까닭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받아 재생한다. 동두성군은 도독(都督) 황보경의 아들 소화(昭華)로 태어난다. 집불선녀는 승상 맹사원의 딸 여군(女君)으로 동두성군의 부인이 되고, 범향선녀는 소씨가의 딸로 동두성군의 첩이 된다.
황보경의 부인 윤씨가 남녀 한쌍, 소화와 장화(薔華)를 낳고, 맹사원의 부인 윤씨가 딸 여군을 낳는다. 조신(朝臣) 유점(柳○)은 죽은 오 부인 소생의 죽은 연옥(蓮玉)과 부인 고씨 소생의 규랑(奎郎) · 규벽(奎璧) · 연주(蓮珠)를 슬하에 두고 있는데, 고 부인은 연옥의 결혼을 방해하려고 한다. 규벽이 소화를 불러 술을 먹이고 연옥의 유모 강마마의 아들 강진휘(姜振暉)를 시켜 불을 지르게 한다. 연옥은 귀인과 결연하라는 꿈을 꾸고 소화와 인연을 맺고 피신한다. 연주가 황후가 되고 유점이 황제의 장인이 되자, 황보경과 맹사원을 모해하여 여군과 혼인하려는 규벽의 소원을 풀어주려 한다.
이때 고려가 원나라를 침범하자 유점이 황보경을 천거하고, 조카 팽시택을 시켜 황보경이 고려와 내통하였다는 거짓 통보를 올리게 한다. 황보경이 고려에게 사로잡히니 조정에서는 황보경의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까지도 처벌하려 한다.
소화가 고비를 겪다가 미인 웅지학(熊枝鶴)과 의남매를 맺고, 장화는 의적에게 붙잡힌다. 황제가 맹사원에게 규벽을 사위로 맞게 하나 맹 소저 여군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유모의 딸 영선(英善)으로 하여금 대신하게 하고 유서를 남긴 채 남장하여 도주한다. 영선이 규벽의 얼굴에다 칼을 던지고 도망해 나와 투신한 것을 양 승상 부인이 배를 타고 가다가 구출하여 옥화로 개명하고 양녀로 삼는다.
여군옥(呂君玉)이라 개명한 맹 소저는 남장하여 강 공(姜公)의 양자가 된다. 강 공의 딸 세금(世錦)과 사위 황전이 여군옥을 미워하여 내쫓으려 하나 강 공의 도움으로 오도암(吾道庵)에 가서 공부하고 향시에 장원 급제한다. 연옥은 고 부인의 이종 사촌인 최반봉(崔伴鳳)에게 출가시키려 하자 자살하려 한다. 산적을 치러 갔던 규벽이 생포되자 황제, 황후, 유점이 대경실색한다.
여군옥이 상경하여 과거를 보아 장원 급제한다. 양 승상이 사위를 고르고자 하여 예물을 받아보니 여군의 것이어서 옥화는 여군이 남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군옥은 혼인하는 날 양 승상의 집에 온 아버지를 보았으나 모른 체하고 맹사원은 자기 딸을 생각하며 이상해한다. 여군옥과 옥화는 남이 볼 때에는 부부와 같이 행동하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유가에서는 강진휘와 강마마가 모의하여 연옥을 만년암(萬年庵)에 있게 하고, 규벽의 고모 매(梅) 부인의 딸 설정(雪貞)을 연옥 대신 시집보낸다.
유 황후가 잉태한 지 아홉 달 만에 죽고 여군옥이 황태후의 병을 낫게 하자, 황제가 크게 기뻐하며 여군옥을 병부상서로 삼는다. 또한 강 공을 충헌대부로 삼고, 부인 손씨를 공인으로, 양 승상을 태자태부로 삼는다. 여군옥은 소화를 찾기 위하여 황제에게 청하여 무술 대회를 열기로 하고 고려에 출전할 장수를 뽑는다. 이 때 황학산인에게 수학하던 소화와 지학이 하산하여 연옥을 찾아 운남에 가서 집을 지키고 있다. 소화는 의적에게 의탁하고 있는 어머니, 누이와 상봉하고 두목에게 규벽을 돌려보내라는 부탁을 한다. 무술 대회에서 소화가 1등, 지학이 2등을 하여 각각 도원수, 선봉장이 되어 출전한다.
소화가 양 승상을 찾아오자 여군옥과 옥화는 크게 기뻐한다. 여군옥은 황제에게 취연산의 산적 위용달을 용서하여 같이 출전하게 해달라고 하고 규벽의 패전을 용서한다. 출전하여 고려군을 격파하고 회군하니 드디어 중원에 평화가 온다. 연옥이 본부의 소식을 듣고 소화와의 가약을 성취하려고 한다. 충효왕의 책봉을 받은 소화는 유가일문의 죄를 다스려 유점만은 용서하고, 맹 소저의 화상을 그려 방에 걸어놓고 아내라 한다.
황제는 소화에게 여군과 영선의 이야기를 듣고 양 소저를 찾도록 한다. 맹사원의 부인이 딸 생각 끝에 위독하여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딸밖에 없다고 하니, 여군옥이 비로소 어머니에게 자신이 여군임을 실토한다. 소화가 이 사실을 알고 황제에게 여군옥의 신원을 아뢰나 여군옥은 황제에게도 실토하지 않아 하옥된다. 이에 황후의 청으로 여군옥, 즉 여군을 석방하여 소화와 혼인하게 하고 영선 또한 소화에게 혼인하게 한다.
「수상회도재생연(繡像繪圖再生緣)」은 1784년 경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번역한 「재생연전」의 번역 시기 및 번역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상회도재생연」은 80회 20권으로 구성된 반면, 「재생연전」은 52권 52책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번역자가 번역본의 분량에 따라 일정하게 재단한 까닭이다. 또한 번역의 양상을 살펴보면 줄거리 전개에 불필요한 묘사와 시(詩) 등을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축약한 경우가 빈번하다.
장편 번역 소설로 일반 독자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전생의 인연을 잊지 못해 천상계에서 죄를 짓고 재생하여 인연을 맺는 것은 고전 창작소설의 적강형태(謫降形態)와 구별된다. 남녀의 혼인으로 작품을 결말짓는 것도 독특하여, 한 · 중 소설의 차이뿐 아니라 번역의 태도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유일본으로 장서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