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사기한」은 1949년 발표한 오영진의 단막극이다. 정직한 사기한에서 ‘사기한’이란 사기꾼이나 사기범을 지칭하는 의미로 정직하다는 도덕적인 바름의 뜻과 남을 속이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는 사기꾼을 나열하여 표현의 불일치를 의도하였다. 이를 통해 어울리지 않는 세계의 공존과 그 속에 담긴 인간 군상의 모습을 희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를 담아내고 있다.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외형적으로는 사장, 사원, 타이피스트로 신분을 위장하여 회사처럼 꾸미지만, 실상 이들은 미국 달러를 위조하여 광복의 혼란을 틈타, 주1가 통용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위폐를 쓰다 적발되면 처벌이 따르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거짓 회사를 차리고, 구인 광고로 모집한 지원자에게 위폐를 사용하게 한다.
결국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한 청년에게 입사를 조건으로 위폐를 주고 양복과 구두를 사게 하지만 위폐는 바로 발각되고 청년은 경찰에 잡히고 만다. 이를 관찰하던 사기단은 거짓 회사를 철수하고 도망친다. 남겨진 위폐를 보고 건물 관리인조차도 실제 돈으로 착각해 몰래 챙긴다. 가족들의 거짓에 속아 순진한 청년이 구속된 사태에 딸은 더 이상의 잘못을 거부하고 도망 가지 않는 것으로 작품은 끝난다.
광복 후 살아가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주2 행태와 일을 얻기 위해 무작정 도시로 모여드는 청년들, 그리고 돈벌이가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거짓을 일삼는 사회 분위기를 작가는 위조지폐 사기단과 거짓된 건물 임대 광고, 그리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청년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전화선도 끊어진 사무실을 임대하려는 관리인이나 거짓 회사를 차리는 가족, 갓 시골에서 상경하여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지원하는 구직인의 모습은 모두 광복 후 혼란한 도시의 자화상이다. 다만 이런 혼돈의 결과가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비판 정신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까닭에 결말에서 도망가지 않고 남은 딸의 대사는 이 작품의 주제를 명확히 보여 준다. “정직하고 착실하고 그런 사람이 감옥살이를 가요, 아버지. 미련한 것두 죄예요?”라는 딸의 독백은 당시의 혼돈과 가치관을 극적으로 전달하는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