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간행되었다. 한국에서의 가족연구는 김두헌의 ≪조선가족제도연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연구서는 한국가족연구의 기초를 마련해 주었다.
본문만 A5판 772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연구서는 적어도 한국가족연구의 분야에서는 이정표적인 업적이다. 특히 한국가족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연구서라기보다는 제도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한국가족연구이다.
전체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게는 가족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사회학적인 이해를 시도한 전반부와 가례, 즉 관혼상제에 관한 예속(禮俗)의 본질과 그 변천에 대하여 고찰한 후반부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구체적으로 전반부는 제1장 씨족[고조선의 혈연적 씨족제, 종족국가의 흥기(興起), 성(姓) · 씨(氏) · 족(族)의 형성발전], 제2장 종족[종족의 구조와 그 기능, 종족지연공동체], 제3장 친족[친족의 범위, 친족간의 죄율(罪律), 친족 호칭], 제4장 가계존속[상속제 · 양자제 · 서얼], 그리고 제5장 가족(가장적 가족, 가산, 가족의 구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제6장 가례(예의 기원, 예속의 변천), 제7장 혼인(관혼의 의례, 통혼조건, 축첩, 이혼, 재혼), 제8장 상제[상장(喪葬)의 의례, 상복제, 조제(祖祭)] 등 관혼상제의 측면에서 한국의 가족제도를 고찰하였고, 마지막의 제9장 ‘가족제도의 붕괴과정’에서는 대가족제의 붕괴과정과 현대적인 개별가족형태의 출현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 연구서에서 저자가 취한 접근방법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한국의 가족제도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전통사회가 조선시대를 통하여 중국으로부터 유교의 전래와 함께 예교(禮敎)의 보급으로 중국 가족제도의 영향을 받은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저자는 중국으로부터 전파된 외래적인 문화요소들이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적 · 역사적인 특수성과 함께 어떤 식으로 변용되어 ‘한국가족제도’로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둘째로, 한국가족의 특수성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비교문화론적인 시각에서 세계의 수많은 다른 민족들의 가족제도와 비교하면서 한국가족의 위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용되고 있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부터의 민족지들은 이 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1969년 조판형식을 세로에서 가로로 바꾸어 ≪한국가족제도연구≫(서울대학교 출판부)라는 수정된 책명으로 다시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