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용구(書畵用具)의 하나인 붓은 재료에 따라 모필(毛筆), 죽필(竹筆), 고필(藁筆), 갈필(葛筆) 등으로 나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필은 짐승의 털을 원추형으로 추려 모아서 죽관(竹管) 또는 목축(木軸)에 고정시켜 만든다. 붓끝이 뾰족하고[尖], 가지런하며[齊], 털의 모둠이 원형을 이루고[圓], 힘이 있어 한 획을 긋고 난 뒤에 붓털이 힘 있게 다시 일어나는[健] 네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모필은 붓털과 붓대로 이루어진다. 붓털은 청설모, 족제비, 양(羊), 토끼, 너구리, 사슴, 족제비, 노루 등의 털을 이용하는데, 진다리붓은 1월부터 4월 사이의 전라남도 섬 지역에서 채취되는 황모(黃毛)와 양털을 주로 사용한다. 필관(筆管)의 재료로는 시누대, 마디대, 오죽(烏竹) 등이 쓰인다.
붓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겨울에 대[竹]를 베어 황토와 쌀겨를 물에 이겨 여러 번 문지른 후 햇볕에 2∼3개월 말리면 대의 독특한 색깔이 나타나는데, 건조한 곳에 저장해 두고 쓴다. 붓 만들기는 ‘털 고르기→털 말기→물끝 보기→대맞추기→마무리 작업’의 공정을 거쳐 완성하는데 모든 공정을 수공으로 처리한다.
진다리붓은 첨제원건(尖齊圓健)의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예로부터 우수한 붓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털의 지방질을 적당히 제거하는 일과 털 고르기가 특히 중요한 과정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붓은 붓촉이 튼튼하여 6∼8개월 정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진다리붓은 1970년대까지 약 20여 가구가 붓을 제작하였으나 1980년대 이후 도시화에 따른 개발과 수요의 감소로 현재는 안씨(安氏) 일가만이 종사하고 있다. 형태 · 재료 · 용도에 따라 30여 종의 붓을 연간 6,000여 개 제작하여 주로 서울 지역에 보급하고 있다.
기능보유자 안종선(安種善)의 조부 안재환(安在煥)은 고향인 전라남도 보성, 그리고 만주 등지에서 붓을 만들다가 1930년대에 진다리에 정착하였다. 당시 이들의 정착으로 진다리에 붓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진다리붓이 더욱 유명해졌다. 안종선의 아들 명환 · 철환 형제가 그 기능을 전수하고 있어 4대째 전승되고 있다. 1985년 2월 25일 전라남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었으나 1987년 12월 31일 해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