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문화에 있어서 국가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짐에 따라 한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갖가지 체제나 기조가 변화의 속도를 더해 가고, 급변하는 삶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청소년 문제는, 한 사회 문화의 미래를 형성하는 청소년층이 갖는 중요성으로 인해, 활발한 연구 및 논의의 주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들을 살펴보면 청소년 문제를 청소년비행, 즉 폭력·강도·살인 등 형법에 저촉되는 범죄 행위나 음주·흡연 등의 각종 불량 행위 등과 동일시하여 청소년 비행에 관한 연구로 그 초점을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논의의 대상이 비행을 일삼거나 비행 가능성이 있는 일부 청소년들에게 국한되는데, 이는 청소년 문제가 성인 또는 지배층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급속한 사회변화는 사회구조나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며 동시에 개인에게는 새로운 사회의 가치관에 빠르게 순응해야 하는 과제를 지운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욱 커다란 문제를 접하게 되는데 하나는,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변화에 적응하는 문제와 다른 한편으로는 본인 스스로의 발달 심리학적인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를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이라고 하는데, 청소년 문제는 포괄적인 의미로 하나의 ‘사회문제’라는 입장에서 ‘청소년에 관한 사회문제’라고 규정할 수 있다.
사회문제에 관한 정의도 이론적 시각에 따라 다양하다. ‘사회문제는 영향력 있는 집단이 특정 사회현상을 사회의 가치관을 저해한다고 규정할 때 존재한다. 그런 사회현상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공동의 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라고 전제한다.
그러면 청소년 문제 또한 “영향력 있는 집단에 의해 사회의 가치관을 위협하고 영향을 미쳐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청소년에 관한 사회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정에 있어서도 문제의 주체이자 하나의 객체인 ‘청소년’이 제외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 규정을 보다 포괄적으로 하기 위해서, ‘청소년 자신들이 자신들의 가치관 또는 인간적인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규정하는 문제, 즉 청소년들만의 고민, 욕구 좌절, 문제 의식 등’ 까지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 문제를 청소년 비행, 문제 청소년으로 동일시하는 입장을 견제하고, “인생에서 가장 예민한 감성대를 지닌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부딪치고 있는 크고 작은 모든 현상들에게 대해서 그들이 반응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과 행동(무의식적이거나 의식적인 행동 포함)”이 모두 청소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청소년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청소년의 개념과 그 시기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기본적인 작업이므로 아래에서 보다 상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우리 나라의 아동청소년 관련법규는 해당규정에 따라 아동, 소년, 미성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법에서는 “만 20세 미만의 자를 미성년”이라고 하며, 소년법에서는 “20세 미만인 자를 소년”이라고 규정하며, 근로기준법에서는 “여자와 18세 미만의 자는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위험한 사업에 사용치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청소년기본법에서는 청소년의 연령을 9세 이상 24세 이하의 자로 규정하며, 청소년보호법에서는 19세 미만인 자를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행 청소년의 연령에 관련한 법적 규정은 대부분의 구분이 중복될 뿐만 아니라 통일된 연령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각 나라에 따라 연령적 차이를 보이는데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는 청소년의 연령적 구분을 14세 이상 18세 미만, 핀란드는 16세 이상 18세 미만, 프랑스는 13세 이상 18세 미만, 영국은 8세 이상 17세 미만, 캐나다는 7개 주가 16세까지, 3개 주가 18세까지를 청소년이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16세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한 곳이 8개 주이고, 17세까지는 11개 주, 18세까지는 24개 주, 19세까지는 1개 주 그리고 21세까지는 2개 주이다.
청소년의 연령 구분은 대체적으로 18세 미만으로 규정하며, 19세 이상을 청소년으로 규정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한편 일본을 비롯한 동양권에 속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20세 미만의 자를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에서 그 두 시기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아동에서 성인으로 발달되는 과정중의 한 시기로, 과도기적 성격을 띤다. 때문에 이중적 성격 즉, 주변인(marginal man)으로 정신적·신체적으로 불안정과 불균형이 심하게 일어나는 ‘폭풍과 노도(怒濤)의 시기’이다. 따라서 청소년기는 발달 과정상으로 그들의 내적 세계(성격이나 정신 세계)나 그것이 발현되는 생활에서의 행동 징후상으로도 혼란하고 불안하다.
특히 이 시기는 성적 관심도 뚜렷해지고 심리적으로 성인과 같은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렬해져 부모로부터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려는 성향이 크다. 독립된 생활을 위하여 직업선정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되고 자아를 인식하여 자기대로의 인생관, 생활관, 사회관 그리고 도덕관 등을 확립하는 시기이다.
청소년기의 특성은 크게 일반적 특성과 사회심리적 특징, 그리고 정신적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일반적 특성
① 자아정체감:자아정체는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일관성을 자각하는 것으로 주체적 본질을 형성한다. 청소년기는 주관적 측면인 개인적 정체감과 객관적 측면인 심리사회적 정체감이 분화된다. 그리고 이들의 재통합화와 구조화가 요구되는 시기로, 이 때에 청소년들은 대개 정체감 위기를 체험하게 된다.
다시 말해, 그들이 부딪치는 여러 가지 일에서의 실패, 성적 성숙으로 인한 내적 충동의 질적·양적 변화, 성인기를 준비하기 위한 직업이나 배우자의 강요받는 선택, 경쟁적 분위기와 자기 능력 등의 문제 속에서 이상적 자기개념과 실제적 자기개념 간의 갈등, 포부 수준과 현실적 상황 간의 갈등 등 많은 좌절들이 있다. 때문에 그들의 정신세계와 현실세계 활동에서 혼란과 불안정이 노출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객관적 측면의 자아정체인 심리사회적 정체 혼란의 경우, 인간발달이 개인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제라는 전제 하에, 사회는 정체혼란을 극복하여 자신의 정체를 확립하고자 하는 청소년에게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최적의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② 사회적 미성숙성:가정, 학교 및 교우 집단이 주된 생활환경인 청소년들은 그들의 경험영역이 좁을 뿐만 아니라 활동 종류도 제한된 범위 내에 머물기 쉽다. 직업 생활이나 사교 활동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많다. 따라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생활 공간은 폭이 좁으며 낮은 현실 감각과 불안정한 사회적 성숙도를 지닌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려는 특성이 높은 반면 기존 사회제도와 관습에의 동화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자연히 청소년들은 현실 생활에 적지 않은 부적응 현상을 경험하게 되고 좌절감이나 불만감도 높기 마련이다.
③ 생리, 신체적 특징:청소년기에는 신체적 성숙이 뚜렷이 나타나는데, 가장 중요한 변화로서 성적인 성숙과 성 의식의 변화현상이 두드러진다. 남녀 모두 성기능의 발달이 현저하며 남녀 구별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며 마음의 불안과 갈등을 발산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운동이나 자극적인 매체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시기도 바로 이 때이다.
이 시기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신체적·성적 변화에 대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몰라서 당황하고 성적 발달에의 수치심과 불안감을 느낀다. 또한 신체 각 부분의 불균형적 발달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데 이것이 심리적 측면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 부적응 현상을 초래한다.
그 결과 사회심리·정서적 특징으로는 무엇보다도 빠른 생리변화에 따른 자신감의 상실과 심각한 정서불안 현상을 들 수 있다.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이 시기의 초기에 청소년들은 민감하고 성적 색채가 강한 정서의 변화로 극심한 감정 변화와 외계의 자극, 대상에 대한 과민 반응을 나타내고 신경질적이며 불안과 공포감에 쉽게 휩싸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후기로 발달되면서 격심한 정서 표출보다는 자아의식의 고양과 아울러 내부로 침체, 고독을 즐기며 낭만적, 감상적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2) 사회심리적 특징
청소년기가 되면 타인이나 자신을 둘러싼 외계의 사상(事象)과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점차 감춰졌던 내면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주관적 세계 속에서 자아를 찾고 자기를 발견하여 독립적인 자아형성을 희구한다.
이에 청소년들은 정신적 의존 관계에 있는 부모로부터 이탈하여 자기자신의 판단과 책임에 따른 독립적인 개인으로 인정받기를 바라면서 소속감의 바탕도 가정과 부모에서 동료와 이성 등 그 외의 사회집단으로 변화되어 간다.
이러한 자아의식의 발달과 독립심으로 말미암아 부모에 대한 신뢰감이나 존경심이 줄고 자립적·독립적 인간관계가 가능한 교우나 동료집단 관계를 중요시하는데, 자신 스스로가 선택한 친구와 상호대등한 수평적 입장에서 자신의 내면적 생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친구에의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때 독립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아가 성인들로부터 수용 받지 못하고 거부당하거나 청소년 자신의 가치 및 이상과 맞지 않는 기성세대의 가치, 제도, 관습을 강요당할 경우,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신적 자주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더욱 자기 스스로만의 세계를 찾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이이며 자신의 올바른 성장을 도와 주는 부모나 선생도 적대시할 만큼 반항적 성향이 크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반항성을 발달심리학적으로 보면, 자기준거와 현실을 비추어 보는 하나의 과정이며 보다 큰 성인기로 지향해 가기 위한 변증법적 도피의 과정으로서 긍정적 수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청소년의 반항성에 대한 기성세대의 대처 방식인데,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무조건적인 강요나 강압적 금지는 청소년의 반항심리를 문제행동으로 일탈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3) 정신적 특징
청소년기는 지적 발달이 이루어져 문제 해결 능력이 최고 수준에 이르고 통찰력·판단력은 물론 사고력으로서의 추상력과 논리성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상상력과 철학적 사고의 발달로 문학이나 예술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고, 선·악의 가치 기준에 대한 탐구심이 증대된다. 이에 청소년은 보다 고차원적이고 지적인 세계를 희구하며 풍부한 미래상을 그리면서 양적·질적 발달을 동시에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정신적 특성은 시대와 사회의 조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현실과 실제, 논리적 이상향과는 거리가 있는 추상성과 모호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복잡한 현실은 자기주관적 척도에 의해 추정하거나 빈약한 경험과 편협한 이론으로 설명·규정하려는 성향이 크다.
아울러 청소년이 갖는 이상은 곧잘 논리에서 벗어나 감정론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의 가치 기준과 언행에 대한 모방 심리가 큰 아동기와는 달리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기성 세대에 반기를 들기도 한다. 그러한 반감은 현실부정과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와 함께 급진적이고 혁명적이기까지 한 개혁심리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산업사회 이전의 농경이나 유목·수렵을 중심으로 한 전통사회에서는 기술이 단순하고 변화가 완만하였다. 그래서 성인으로서의 역할 습득이나 자립은 별다른 훈련이나 교육 없이 가정과 그를 둘러싼 지역사회를 무대로 한 일상생활을 통해서도 가능했고, 따라서 아동기에서 성인기로의 이행은 일찍부터 시작해서 단기간에 이루어졌다.
전통사회의 가정은 자녀 양육과 가족 성원의 정서적 만족과 휴식을 제공하는 기간 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경제 활동의 주체이며 교육과 경제활동의 주된 장소였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공장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가정의 경제적 생산 기능은 공장이나 직장으로 이전되고 가정은 소비 기능만을 담당하게 되었다. 경제 활동의 무대가 가정을 벗어나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가정과 직장이 분리됨에 따라 부모, 특히 아버지의 생산 활동과 사회 활동을 눈으로 보며 사회 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습득하던 전통적 사회화 과정은 쇠퇴하여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와 함께 생산기술의 발전과 심화, 분업화 등은 숙련된 양질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사회 성원으로서 필요한 기술, 규범, 가치 등의 전수가 학교라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으로 많은 부분 이양되었다.
따라서 사회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 기간이 훨씬 길어지게 되었고, 반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생산에 소요되는 노동력은 오히려 줄어들어 노동 시장에의 참여를 허용하는 연령이 늦춰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육과 훈련 기간의 연장은 산업화에 따르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노동 시장의 포화로 인해 덜 숙련되고 덜 안정된 청소년의 고용 감소와 그로 인한 청소년 실업 증대를 해결하는 방안에서 창출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청소년 교육과 훈련 기간의 연장은 산업에 종사할 노동력을 필요로 하므로 성인들을 위한 노동 기회와 노동 시장의 확대를 통한 고용증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교육과 훈련 기간이 길어지고 노동 시장 참여의 시작 연령은 늦춰지므로 청소년기는 점점 더 연장되어 육체적으로는 성숙하였으나 사회적, 경제적으로는 성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 집단이 확대되고 청소년 문제 또한 심각해지게 되었다.
청소년기는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습득하는 시기이며 심리적·사회적 독립을 추구하는 시기이다. 현실적으로는 성인 신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성인 역할을 훈련해야 하는 과도기적인 특성 때문에 청소년들은 많은 갈등과 문제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청소년은 아동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상태에 있으므로 아동과 같이 의존적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도 않다. 이들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반면에 부모나 성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기대하고 또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청소년기에 이러한 갈등 요인과 함께, 사회변화에 따라 다양성이 심화된다. 그리고 청소년의 생활공간이 가정을 넘어 학교, 친구 집단, 사회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이질적인 집단 및 가치와 접촉하게 됨에 따라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몇 갑절의 갈등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가르치고 원하는 생활 방식과 친구 또는 대중매체에서 제시하고 조장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 안과 밖, 학교 안과 밖, 자기가 속한 친구 집단과 다른 또래 집단, 자기가 애착을 갖고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준거 집단과 다른 집단,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현실 사회와의 괴리 등 다양한 집단의 가치와 규범이 상충하는 데서 오는 갈등은 심각하다.
산업사회에서 노동 시장 참여가 지체되고 교육 및 훈련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자 하는 경쟁과 교육 훈련 과정에서의 경쟁 또한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대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에다가 우리 나라의 청소년들은 일류 학교에 가기 위하여 치열한 학업 및 입시 경쟁에서 오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서 주목할 점은 익명성과 비인간화로 통칭되는 도시에서의 인간 관계의 변화와 공동체 해체로 표현되는 지역사회 구조의 변화이다. 특히 도시에서는 이웃과의 유대나 친근감이 사라지고, 도시는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거대한 집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공동체에서의 포괄적이고 대면적인 친근한 인간 관계는 특정 목적을 위한 단편적인 관계로 바뀌며 이익사회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익명성이 증가하고 이기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지역사회 공동체에 의한 교육과 사회통제 기능이 쇠퇴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는 공동체 생활을 가르치고 훈계해 주는 이웃 어른이 없어졌으며, 따라서 조심스러워 할 대상도 없어졌다.
이러한 사회상의 변화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심각한 가치혼란 속에서 법과 규범에 의한 사회적 표준과 질서에 반하는 성 범죄, 절도, 폭력 등의 비행과 범죄로 내몰고 있다. 또한 소외와 좌절 등으로 인해 자살, 약물 중독 등의 통계적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오늘날 청소년 비행의 양적 증가와 질적 조폭화(早暴化)는 그 자체로도 중대한 사회문제이지만, 특히 비행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비행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성인 범죄자로 성장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직 이성과 의지력이 성장 단계에 있는 청소년의 비행은 사회적 소산이자 책임이라는 전제 하에 이들의 재사회화를 통한 건전육성이라는 복지정책의 실현을 최종 목표로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범죄 예방과 진압을 통한 재사회화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 성인 범죄 대책과 차이가 나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대책은 교육적이고 형벌 회피적이어야 할 것이다.
한편, 청소년도 문제 행동의 실태는 사회적 표준과 사회적 현실과의 역동 관계에서 달리 표현되며 인식기준 변화한다. 보통 문제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면 문제가 되겠으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발전의 맥락에서 고려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성숙한 청소년기의 갈등과 조화의 상반된 심리적 특성이 사회 내에서 보다 자유롭고 건강하게 자라나고 표출될 수 있는 제반 여건 또한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 문제는 결국, 산업화에 따른 산업 및 경제 구조의 변화, 정치 및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대두된 인간소외, 획일화, 대중화 현상 등으로 인해 인간 관계가 이해득실을 중시하고 단편적으로 변화되어, 전인적인 교제를 하기 힘들어진 사회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대중매체의 상업주의로 대중문화의 선정성, 폭력성 증가나 향락 산업의 번창, 외설물과 폭력물의 범람, 황금만능주의, 편의주의, 편법주의 등 부정적 사회풍조의 만연 등이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에 유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방송의 공영화, 유해환경에 대한 법규정비 및 지속적 규제, 시민단체의 유해환경 정비 활동, 학교·지역사회·직장 등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이고 주체성 있는 문화 활동의 전개가 제시 가능한 대책들이다.
한편,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주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문화 활동 공간에 대한 정부나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보다 적극성을 띠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청소년 비행을 미연에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과 정책이 개발, 강화되어 사회의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다방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비행 사실이 경미하고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은 우범소년은 재판 대상에서 제외시켜 낙인으로부터 오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청소년의 교정 복지사업 등은 재통합 모델에 입각하여 개별화되고 다원적인 사업으로 전개되어 연속성과 일관성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직접적이고 전술적인 접근에 구조의 치료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배금주의·물량주의적인 가치관을 극복하여 인간의 권위와 존엄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하는 일이다.
이는 정책적으로는 경제성장 위주의 근대화 정책에서 탈피하여 인간개발 및 사회개발 위주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며, 소득의 재분배 정책을 통하여 사회의 재통합을 이룩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제반 여건의 조성이 다각적이고 총체적으로 이루어질 때, 청소년들은 혼란스러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신심의 발전 과정으로서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