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서 ‘ㅂ, ㄷ, ㄱ, ㅈ’과 ‘ㅎ’이 만나면 이 두 자음은 하나로 줄어들어 ‘ㅍ, ㅌ, ㅋ, ㅊ’이 된다.
이것은 ‘ㅂ, ㄷ, ㄱ, ㅈ’에 ‘ㅎ’이 지닌 특성이 얹혀져 유기화(有氣化)되는 것으로, 대표적인 자음축약현상이다(예 : 안ㅎ+밖→안팍, 좋+다→조타, 먹+히다→머키다, 좋+지→조치 등).
또 모음끼리 만날 때도 축약현상이 발생한다. ‘사이→새’, ‘아이→애’, ‘보이다→뵈다’, ‘누이다→뉘다’에서 각각 ‘ㅏ+ㅣ→ㅐ’, ‘ㅗ+ㅣ→ㅚ’, ‘ㅜ+ㅣ→ㅟ’로 축약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ㅐ, ㅚ, ㅟ’는 축약된 두 모음의 자질의 일부를 공유한다.
모음끼리 만날 때는 이렇게 두 모음의 중간적인 위치의 모음으로 줄어들기도 하지만 ‘ㅣ’나 ‘ㅗ, ㅜ’가 반모음 〔j〕 나 〔w〕 로 바뀌어 이중모음을 형성하기도(예 : 오+아라→와라, 주+어라→줘라, 가시+었다→가셨다).
또한 국어에서 두 모음이 하나로 축약될 때는 그 길이만큼 보상(補償)하기 위한 보상적 장음화가 흔히 동반된다(예 : 보+아라→봐-라). 축약은 말의 일부를 줄임으로써 발음의 노력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현상으로 보인다. 축약현상은 15세기국어에서도 현대국어와 다름없이 일어났다.
다만 축약이 직접 표기에 반영된 점이 다르다〔예 : ᄀᆞᆮᄒᆞ다→ᄀᆞᄐᆞ다(같다), ○거늘→됴커늘(좋거늘)〕. 또한 모음축약의 경우 두 모음이 이중모음화되는 현상만 나타나고 단모음화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현대국어에서는 단모음인 ‘애’가 당시에는 이중모음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음운변화로서의 축약현상으로는 어중의 자음요소가 탈락되어 두 모음이 충돌하게 되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일어난 ‘막다히>막다이>막대’, ‘가히>가이>개’와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모음축약은 두 모음의 충돌로써 발음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어나는 일종의 모음충돌회피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