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어서 대부분의 마을이 바닷가를 빙 둘러가면서 형성되었으며, 그 해안마을에는 해녀들이 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정읍 가파도(加波島)와 우리 나라의 최남단 마라도(馬羅島) 및 소섬[牛島], 조천읍 북촌리(北村里), 구좌읍 동김녕(東金寧)·월정리(月汀里)·행원리(杏源里) 등 해안마을에는 예로부터 해녀 작업이 성행하면서 해녀촌이 형성되었다.
해녀라면 일반 여인들과는 달리 특수한 혈통을 지닌 사람인 것처럼 오해되기 쉽듯이, 해녀촌을 해녀 작업을 하는 여인들만이 사는 마을로 자칫 곡해하기 쉽다. 그러나 해녀들의 약 97%는 여느 농어촌의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밭에 나가서 농사도 지으며, 바닷속에 무자맥질하여 우뭇가사리·톳·전복·소라 따위의 해산물을 캐어 가계에 이바지할 뿐이다. 그 특이한 작업 기량 역시 어렸을 때부터 익힌 것이지 선천적 소인(先天的素因)이라고는 없다.
제주도의 해녀촌에서 해녀들의 수익은 예로부터 수산업 총 어획고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해녀의 수익은 가계에 이바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마을 공공사업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해녀촌에서는 해녀회(잠수회)를 중심으로 결속력이 탄탄하고, 그 어로활동은 자생적인 관행에 따라 치러진다.
해녀들은 바다의 해산물을 해녀촌의 제1종 공동어장에서 캐는 입어권(入漁權)을 지니는 한편, 어장을 잘 가꾸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입어 역시 그 시기나 구역 등 집단의 약속에 따라서 치러지며 함께 이룩한 관행을 철저히 지켜 나간다.
해녀촌에서는 영등굿·잠굿을 정성껏 치르는 등 그 민간신앙도 뿌리 깊고, 집단적 제의(集團的祭儀)가 주장인 점도 특징이다. 해녀촌 사회에는 그들의 삶과 생업에 관련된 속신(俗信)이 숱하게 깔려 있다.
해녀촌의 여성들은 자립하는 의지가 굳세며, 멀리 섬 바깥 한반도 연안과 일본 각지 및 중국·소련(지금의 러시아)에까지 진출하여 해녀 작업을 통해 수입을 올리면서 굼튼튼하게 삶을 꾸려 나가는 적극적인 생활관이 돋보인다.
따라서 뭍의 밭에서 여느 농촌의 여성들처럼 농사도 짓는 한편, 제주도 연안은 물론 동북아시아 일대의 바다밭을 누비며 오달진 삶을 개척해 온 제주도 해녀촌 여인들의 생활력은 충실한 삶의 표본으로 내세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