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김씨(金氏). 자는 무진(無盡), 호는 연파(蓮坡) 또는 아암(兒庵). 속명은 팔득(八得). 혜장(惠藏)은 법명이다. 전라남도 해남 출신. 어려서 출가하여 해남대둔사(大芚寺)의 월송화상(月松和尙)으로부터 구족계를 받았다.
그 뒤 춘계(春溪)와 천묵(天默)으로부터 내전과 외전을 배웠는데, 총명하여 불경은 물론 세속의 학문까지 통달하였으므로 그의 명성은 승도들 사이에 자자하였다. 그 뒤 당대의 대강사인 유일(有一)과 정일(鼎馹)로부터 불교공부를 계속하였다.
27세 때 정암(晶巖)의 밑에서 선리를 터득하여 문신(文信)의 적손(嫡孫)이 되었다. 30세 때 두륜대회(頭輪大會 : 두륜산내의 승려대회)를 주도하였음을 보면, 그 나이에 선(禪)·교(敎) 양종의 거목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1801년(순조 1) 전라도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丁若鏞)과 깊은 교우관계를 맺게 되었다.
정약용은 그의 비명(碑銘)에서, “『논어』 또는 율려(律呂)·성리(性理)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어 유학의 대가나 다름없었다.”고 칭찬하였다. 그는 특히 『수능엄경(首楞嚴經)』과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가장 잘하였다.
35세 때부터 시주(詩酒)를 즐기다가 1811년 가을, 병을 얻어 두륜산(頭輪山) 북암(北庵)에서 입적하였다. 제자에 색성(賾性)·자굉(慈宏)·응언(應彦)·법훈(法訓) 등이 있었으며, 모두 불교계의 거장이었다. 저서에는 『아암집』 3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