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역은 특정한 문화 특성을 공유한 집단이 일정한 지역을 점유하여 경관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형성한 공간적 범위이다. 다양한 자연경관과 독특한 문화의 인문경관을 분류하고 개념화시킨 것이다. 문화지역은 시간적·공간적 범위 설정 문제와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예컨대 종교문화지역을 구분할 때 그 종교와 관련된 어떤 특성을 기준으로 삼을지 중요하다. 문화지역은 크게 등질문화지역, 기능문화지역, 인지문화지역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문화지역을 나누는 것은 세상의 복잡한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지표 공간상에는 다양한 자연경관이 펼쳐져 있고, 다양한 문화집단이 거주하고 있다. 각 문화집단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자연경관을 변화시켜, 다채로운 다양한 인문경관을 지표 공간상에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다양한 자연 및 인문경관들을 가지런히 분류하고 개념화시킨 것이 바로 문화지역이다.
문화지역의 설정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에 따라 문화지역의 경계선이 획정될 수 있게 된다. 또한 시간적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한데, 이는 문화지역이 시간에 따라 변해가기 때문이다.
공간적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도 유럽지역, 아메리카지역 등과 같은 지구적 차원의 세계지역에서부터 인간들의 일상생활이 경험되는 일상생활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이 설정될 수 있다.
문화지역이라는 공간적 범위에서는 다양한 현상들이 펼쳐지고 있으며, 따라서 문화지역은 각종 현상이 펼쳐지는 담지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문화지역은 인간들이 활동하면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의미들이 응축되어 있는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화지역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일종의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화지역은 크게 3가지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등질문화지역은 특정 문화요소를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적 범위를 말한다. 이는 문화가 지역적으로 상이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언어와 종교 같은 문화 요소는 그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포 범위에 따라 특정 언어의 문화지역, 혹은 특정 종교의 문화지역 등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하지만 특정한 문화요소에 의해 설정된 문화지역 내에서 그 문화요소의 분포가 완전하게 균질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동일한 문화지역 내에서도 핵심부와 주변부로 나뉘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둘째, 기능문화지역은 특정한 기능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나의 단위로써 조직된 지역을 말한다. 특정 요소의 분포에 초점을 맞추는 등질문화지역과는 달리 기능문화지역은 사람들의 연결성, 즉 입지 지점들 간의 상호작용의 과정과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이며, 그 결과로써 기능적으로 통합된 일정한 규모의 지표 공간이다. 예를 들어 행정구역 단위는 행정 중심 기능이 특정 지점에 입지하고, 그 기능이 행정구역의 경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 인지문화지역은 특정한 지방의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되고 있는 지역정체성의 공간적 범위를 말한다. 이는 구체적인 기능과 물질적인 문화요소 및 문화경관을 바탕으로 획정되는 등질문화지역이나 기능문화지역과는 달리, 사람들 사이에서 추상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지역정체성에 연관되어 획정되는 지역 개념이다. 인지문화지역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추상적으로 그려지는 지역이므로 구체적인 선으로 경계를 획정하기가 어렵다.
이상 3가지 유형의 문화지역들은, 비록 서로 다른 기준을 지역 획정의 근거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결과로써 나타난 지역의 범위가 서로 중첩되기도 한다.
문화지역을 구분함에 있어서 몇가지 이슈가 되고 있는 개념적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문화지역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새롭게 구성되는 관념적 편의체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화지역의 가변성은 지역에 거주하는 문화의 소유자로서의 인간들의 구성 자체가 변하며, 그들의 문화도 또한 계속 바뀌기 때문에 야기되는 특성이다.
문화지역이 설정될 수 있는 근거는 그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 현상들이기에 지역 그 자체가 어떤 본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고정 불변의 영속적인 문화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번째 특성은 문화지역의 경계선이 절대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등질문화지역과 인지문화지역의 경계는 누가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준 요소의 객관성이 문제시될 수 있고,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지역간 경계선은 양 지역의 문화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점이지대적 성격을 지닌 인위적 구분으로써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문화지역을 나눌 것인가, 즉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이며, 그 선택된 기준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종교문화지역을 구분할 때, 그 종교와 관련된 어떤 특성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에 따라 문화지역의 규모와 경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이 과연 그 지역의 종교문화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즉, 객관적이라고 보이는 기준은 결국 지역을 설정하는 학자나 주체에 따라 주관적인 입장을 반영할 수도 있으며, 따라서 지역(화)의 절대적인 기준이나 과학적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지역은 개별 연구자 은 활용자의 손에 부합되게 만들어지는 주관적이고 예술적인 장치’라는 주장은 그러한 특성을 보여준다. 지역에 대한 규준적 정의, 즉, 지역을 인지하고, 구획하고, 기술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문화지역을 나누는 것이 학문적으로나 일상적으로 유용한 이유는 세상의 복잡한 현상들을 가지런히 정렬하고 단순화시켜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리학자들은 이질적인 특성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거대한 지구의 지표 공간을 감지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지역이라는 해석 장치를 고안하였다. 문화지역은 세상을 정확히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리학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연구의 목적은 아니다.
인간 삶의 터전으로서의 공간의 문제와 사회집단의 문제를 파악하려는 지리학의 궁극적 목적은 문화지역 내의 요소들간 체계적 관계를 밝히고 문화지역 간 여러 현상들의 상호작용들의 관계와 원리들을 천착함으로써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