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관역어 ()

언어·문자
문헌
15세기 말경 회동관의 통사(通事)들이 사용한 한 · 한대역(韓 · 漢對譯) 어휘집. 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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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조선관역어』는 15세기 말경 회동관의 통사들이 사용한 한·한대역 어휘집이다. 외국 사신을 접대하는 중국 관청인 회동관에서 통역관의 교육을 위해 만든 조선어 교재이다. 중국어와 인근 국가 언어의 대역 어휘집인 세 종류 『화이역어』 중 병종(丙種)에 속해 있다. 『화이역어』의 각 항목은 중국어 의미와 음역의 2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의 한국 한자음을 추가한 3단 구성은 이 어휘집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이 어휘집의 국어 표기는 고어의 모습을 잘 보여주어 역사 언어학적 가치가 크다. 현재 런던대학본, 하노이본, 아와노쿠니분코본, 이나바 기미야마본, 미토쇼코칸본이 전한다.

정의
15세기 말경 회동관의 통사(通事)들이 사용한 한 · 한대역(韓 · 漢對譯) 어휘집. 언해서.
개설

『화이역어(華夷譯語)』 중의 한 권으로서, 외국 사신을 접대하는 관청인 회동관에서 소속된 통사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조선어 교재이다. 『화이역어』는 명대 초엽부터 청대 중엽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편찬된 것으로, 중국어와 인근 국가 제어(諸語)들의 대역 어휘집을 총칭한 책이다.

편찬/발간 경위

명대 전체를 통틀어 『화이역어』는 갑 · 을 · 병의 세 종류가 편찬되었다. 그 중 『조선관역어』가 포함된 것은 병종(丙種) 『화이역어』로 성립 연대는 분명하지 않다.

한국의 이기문은 이것을 교재로써 사용한 명대의 회동관이 영락(永樂) 6년에 해당하는 1408년에 세워졌으며, 내적 증거로서도 국어의 ㅇ · ㅢ · △ · ㅸ 등이 정음문헌보다 앞선 상태를 나타내고 있어 대체로 영락 연간인 1403년부터 1424년 사이에 성립된 것으로 보았다. 다만, 15세기 문헌에서 나타나는 ‘갈ㅎ(刀)’과 ‘고ㅎ(鼻)’가 예외적으로 ‘칼’과 ‘코’로 반영되어 있는 사실을 통하여 『조선관역어』가 15세기 말~16세기 경에 다시 부분적인 교정을 받은 것으로 보았다.

중국의 딩펑(丁鋒)은 병종 『화이역어』에 속한 관역어가 총 13관인데, 『대명회전(大明會典)』에 의하면 회동관이 가장 번성하였을 때인 성화(成化) 5년(1469)에 설치된 관수는 총 18관이며, 그 중 면전 · 하서 · 소문답랍 · 조와 · 진랍(緬甸 · 河西 · 蘇門答臘 · 爪哇 · 眞臘)의 5관은 점차 결원이 되어 성화 21년(1484)의 진랍관역어를 끝으로 이 다섯이 모두 사라지게 되는데, 이것은 병종 『화이역어』의 상황과 완전히 일치하므로 1484년을 병종 『화이역어』가 성립된 시기의 상한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종합해 본다면, 현전하는 『조선관역어』의 기원은 15세기 초까지 소급될 수 있으나, 『조선관역어』가 속한 오늘날의 병종 『화이역어』 판본이 성립된 것은 15세기 말 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기문의 추정처럼 15세기 말~16세기에 일부 교정이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병종 『화이역어』의 성립과 거의 같은 시기였을 수 있다.

서지적 사항

현재 『조선관역어』가 포함된 병종 『화이역어』에는 다음과 같은 판본이 있다.

(1) 런던대학본:런던대학교의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도서관 소장. 이기문의 해제와 함께 『국어국문학』제87호에 영인되어 있다.

(2) 하노이본:극동 프랑스어 학교(École Français d'Extrême-Orient) 소장본. 현재 소장처 불명. 일본 도요분코(東洋文庫)에 복사본이 소장되어 있다.

(3) 아와노쿠니분코(阿波國文庫)본:일본 도쿠시마(德島)시 고케이(光慶) 도서관 구장본. 1950년에 소실되었으나, 그 사본이 남아 있어 강신항의 『조선관역어연구』에 영인되어 있다.

(4) 이나바 기미야마(稻葉君山)본:이나바 기미야마씨 구장본. 원본은 소실되었으나, 그 청사진본이 도쿄대 오구라(小倉)문고에 소장되어 있으며, 1980년 후지모토 유키오 교수에 의하여 영인된 바 있다. 또한 이나바 기미야마본을 필사한 부본이 도쿄대학 문학부 도서실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전자는 강신항의 『조선관역어연구』에, 후자는 타이완의 구이팅출판주식회사(珪庭出版有限公司)에서 발행한 『화이역어(華夷譯語)』에 영인되어 있다.

(5) 미토쇼코칸(水戶彰考館)본:1945년에 소실되었으나,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 『「조선관역어」어석』의 교합에 이용되었으므로 그 대강의 내용은 파악할 수 있다.

내용

『조선관역어』는 총 596항목을 천문(天文) · 지리(地理) · 시령(時令) · 화목(花木) · 조수(鳥獸) · 궁실(宮室) · 기용(器用) · 인물(人物) · 인사(人事) · 신체(身體) · 의복(衣服) · 성색(聲色) · 진보(珍寶) · 음찬(飮饌) · 문사(文史) · 수목(數目) · 간지(干支) · 괘명(卦名) · 통용(通用) 등 총 19문(門)으로 분류하여 나열하고 있다. 이러한 단어들의 관계를 중시한 분류방식은 『이아(爾雅)』 · 『석명(釋名)』으로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소학서 전통을 따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화이역어』의 체재상 각 항목은 보통 중국어 의미 부분과 음역 부분의 2단으로 구성되나, 『조선관역어』는 이와 더불어 당시의 한국 한자음을 적는 부분을 추가하여 3단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3단 구성은 『조선관역어』만이 갖는 특징으로서 병종 『화이역어』에 속한 다른 역어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그 예를 들면 아래의 표와 같다.

그러나 모든 항목이 이런 3단 구성을 모두 갖춘 것은 아니며, 2단이 없는 항목이 161항목, 3단이 없는 항목이 2항목이다.

위의 표에서 1단(天)은 중국어, 2단은 국어 단어(‘하ᄂᆞᆯ’의 表記), 3단은 한국 한자음을 각각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이 2단과 3단의 한자의 용법과 독법을 우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들 한자는 15세기의 중국음을 기준으로 읽어야 할 것이지만, 당시의 중국 한자음은 음절 끝에 n, ŋ이 있었고, m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으므로, 국어의 음절말 자음들을 정확히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국어의 음절말의 ㄹ과 ㅅ을 표기하기 위하여 ‘二(중국 한자음:얼)’와 ‘思(중국 한자음:스)’를 각각 사용한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ㄱ, ㄷ, ㅂ 등을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

의의와 평가

『조선관역어』는 『화이역어』에서 해당 언어 고유문자의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 부류 중 성립 시기가 비교적 이른 탓에 고어의 면모를 보존하고 있어, 『류큐관역어(流球館譯語)』와 함께 역사언어학적 가치가 큰 편에 속한다. 특히, 고유어의 음역에서 정음 문헌의 /ㅿ/ · /ㅸ/이 비교적 오래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한국어 음운사를 살피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또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당시의 한국 한자음을 중국식으로 음역한 부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본서가 고유어 뿐만 아니라, 당시 현실 한자음의 실상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와 더불어 중국어 역사 음운론의 연구에 있어서도 대표적인 운서를 찾기 어려운 15세기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자료의 하나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조선관역어의 음운론적 연구』(권인한, 태학사, 1998)
『日漢流漢對音與明淸官話音硏究』(丁鋒, 中華書局, 2008)
「華夷譯語」(聞宥·史有爲, 『中國大百科全書』, 中國大百科全書出版社,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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