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독재는 독재권력 주도로 경제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을 억압·통제하는 국가주의적 산업화의 수동혁명 체제이다. 통상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불가결하다는 이유로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독재를 정당화하는 체제라고 정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정치체제에 대한 과학적 분석 개념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더욱이 장기적인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필연적이라는 논리로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동아시아 사회의 국가주의적 근대화 경험을 파악하고 박정희시대를 꿰뚫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 학술적 담론으로 대두되었다.
개발독재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불가결하다는 이유로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독재를 정당화하는 체제’라고 일본학자들에 의해 통상적으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독재의 성립과정에 대한 인과관계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민주제도에서 공급하지 못하는 성장의 조건과 제도가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 개발독재의 기초가 되는 사회구성과 사회변동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 등 때문에 정치체제에 대한 과학적 분석 개념으로서 인정받지는 못했다.
나아가 개발독재는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권위주의와 고도성장 간에는 인과관계가 있으며, 독재는 결국 장기적인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필연적이라는 논리로까지 이어져 학계에 논쟁을 야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이병천을 중심으로 개발독재라는 말을 하나의 학술적 담론으로 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였다.
개발독재야말로 동아시아 사회의 국가주의적 근대화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며, 한국의 박정희시대 18년을 꿰뚫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병천이 꼽고 있는 개발독재 개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독재론은 경제와 정치에 대한 통합적 접근방법을 제공할 수 있고, 둘째, 경제개발과 민주화의 딜레마 문제를 시야에 넣고 있으며, 셋째, 시초축적체제와 반동적 억압체제의 야누스적 성격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점을 제공할 수 있는 것 등이다.
이에 따르면 개발독재론은 국가의 개입을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요소로 파악하는 발전국가론의 성과를 수용하면서도 그 단점을 해소시킨 것이다.
즉 민족주의적 산업화와 국민경제 형성에 관해 일반론을 제시하였던 발전국가론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대신, 경제성장의 성공 요인을 ‘부조적’으로 접근하면서 ‘국가물신적 경향’을 강하게 띤 발전국가론의 한계점을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에 의해 극복한 것이 개발독재론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에 의해 재구성된 ‘개발독재체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로 정의된다.
1)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고 대중참여를 배제하는 억압적 정치권력과 사회 지배세력 간의 개발지배블록. 2)절차적 정당성보다는 경제개발 성과를 주요한 정당성 원리로 삼는, 국가민족주의적인 국민 통합과 동원의 이념. 3)국민경제 자립을 목표로 하는 국가의 효과적인 시장유도와 국가-시장-제도의 성장지향적 협력 및 선별적인 대외개방을 특성으로 하는 경제개발 체제.
이병천은 이와 같은 개발독재론이 동아시아사회의 정치 · 경제적 변동을 세계체제론 같은 외인론이나, 세계경제와 단절을 지향하는 비관적인 종속적 발전론이 아니라, 국민국가 수준을 중심에 놓으면서 여기에 기회와 압박의 양면성을 제공하는 세계체제적 요인을 결합하는 접근방식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개발독재론에 따르면, 박정희정권 시기의 ‘사회발전체제’는 개발독재체제가 된다. 이 체제가 산업화에 성공한 요인으로는 특정한 제도형태, 이른바 ‘복선형 산업정책’ 또는 ‘개발주의 제도형태’가 주요했던 것으로 평가되며, 부차적으로는 재벌체제와 노동의 ‘헌신’에 따른 기여가 함께 주목된다.
즉 개발독재론에서는 한국 산업화 성공의 핵심요인을 국가지원에 성과규율을 연계시킨, 규율을 동반한 지원제도에서 찾는다. 그리고 국가에 의한 시장 · 자본 · 노동에 대한 유도-통제-규율방식의 틀에서 재벌체제와 노동의 헌신이 산업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한국의 개발독재론에서 박정희체제는 개발독재의 역사 속, 하나의 특수형태로 논의된다. 한국의 개발독재 모델은 기적과 위험, 근대화와 반(反)근대화, 심지어 역(逆)근대화의 모순적 혼합물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박정희 모델은 냉전-분단 상황을 국민동원과 독재정권 유지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준전시(準戰時) 개발독재 모델이다. 일본의 초국가주의 · 군국주의 · 제국파시즘의 정신이 흐르면서 북한이라는 적에 의존하며 적을 닮아가는 대결체제이자 정치적 반동체제였다.
둘째, 고도의 집권집중형의 불균형 개발체제다. 국가-재벌-은행의 한국형 삼각 밀착체제는 산업화의 성공을 낳기도 했지만 특권과 집중의 경제, 선성장 후분배 경제로서 심각한 제도적 실패를 낳았다.
셋째, 박정희체제는 선성장 후안전의 위험축적 난개발 모델이다. 이 체제의 기본 덕목은 결과적 실적주의, 외형 팽창의 방만한 거대주의, 속도효율주의였다. 이는 부실과 위험의 축적과정이자 그 비용은 미래로 이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