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의 다불사상(多佛思想)에 의거하여 그려낸 불화이다. 다불사상은 불교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처인 석가모니 이외에도 다양한 시간과 수많은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곳에 부처가 존재한다는 사상이다.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모든 공간과 시간에 존재하고 있는 수 많은 부처의 모습을 그려낸 그림이 바로 다불화이며, 오십삼불도(五十三佛圖), 천불도(千佛圖)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불화는 인도의 굽타시대 아잔타 석굴에서부터 볼 수 있으며, 이후 중앙아시아 쿠차의 키질석굴, 그리고 중국 돈황 석굴 등 여러 석굴 사원에서 천장과 벽면에 가득 그려진 다불(多佛)의 예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부터 다불을 표현한 예가 많이 남아있는데 조각상의 경우, 천불(千佛) 중에서 29번째 불상으로 조성된 고구려 금동연가7년명여래입상(국보, 1964년 지정)을 비롯해 통일신라시대 제작된 계유명삼존천불비상(국보, 1962년 지정) 등의 예가 대표적이다. 불화의 경우 『삼국유사(三國遺事)』 기록에 진평왕(眞平王)대 안흥사(安興寺)에 오십삼불을 벽화로 그렸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어 7세기 초부터 오십삼불이 불화로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려시대에 그려진 「만오천불도」(일본 후도인(不動院) 소장) 등과, 조선시대 오십삼불(五十三佛)과 천불(千佛), 삼천불(三千佛), 더 많게는 구천오백불(九千五百佛)까지 다양한 수의 부처를 여러 형식으로 그린 작품들이 전하고 있어 다불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신앙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다수의 부처가 한정된 화폭에 그려진 다불화는 중앙의 본존(本尊)을 중심으로 많은 권속(眷屬)들이 배치되는 일반적인 형식의 예배대상이 되는 불화와는 달리 같은 격의 다수의 부처를 나열하듯이 그려낸 단순한 형태와 구도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현존하는 다불화는 모두 조선 후기에 그려진 것들로 오십삼불도와 천불도, 구천오백불도가 남아있다. 오십삼불도의 경우 선암사(1702년)와 송광사(1725년) 탱화 2점과 봉황사 대웅전 포벽화(조선후기), 관룡사 약사전의 벽화(조선 후기)가 있으며, 천불도로는 용문사(1709년), 선암사(18세기, 1907년), 선운사(1754년)의 탱화 4점과 미황사 대웅전 벽화(조선 후기)가 남아있다. 구천오백불도의 경우는 위봉사 태조암(1879년)의 예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