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시작 (참된 )

현대문학
문헌
창작과비평사에서 박노해의 시 「그해 겨울나무」 · 「민들레처럼」 · 「허재비」등을 수록하여 1993년에 간행한 시집.
정의
창작과비평사에서 박노해의 시 「그해 겨울나무」 · 「민들레처럼」 · 「허재비」등을 수록하여 1993년에 간행한 시집.
개설

12.7×20.7(㎝), 251면. 1993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이후 절판되었으며, 2016년에 도서출판 느린걸음에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산문 1편과 발문, 편집 후기와 함께 4부로 나뉘어 54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창작과비평사 초판본).

편찬/발간 경위

시인 박노해(본명: 박기평)은 1957년전라남도 함평 출생으로, 선린상업고등학교(현,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야간부를 졸업한 후 섬유·화학·금속·정비·운수 노동자로 일했다. 그러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내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리면서 1980년대를 관통하는 뜨거운 상징과 실천 노동자의 전범으로 떠올랐다. 그는 1985년 결성된 서울노동운동연합(약칭 서노련)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1989년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약칭 사노맹) 결성을 주도했다. 1991년 3월 구속 후 24일간 잔혹한 고문을 당한 끝에 국가보안법상 소위 ‘반국가단체 수괴’ 죄목으로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참된 시작』은 수감 도중 작성한 옥중 서신과 도피생활 중 남긴 시편들을 지인들이 모아 펴낸 옥중 시집으로 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내용

이 시집은 ‘얼굴없는 혁명시인’으로 1980년대 진보문학의 상징이었던 박노해가 감옥 속에서 새롭게 설정한 삶의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시집이 묶이기까지 1980년대의 집단성은 1990년대의 개별성으로 전환되는 변화가 있었다. 소련과 동구에서 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이념이 쇠퇴했고, 문민정부가 들어섬으로써 한국의 정세 또한 이러한 변화에 편승하고 있었다.

1, 2부의 시편들은 옥중시편에 해당한다.「그해 겨울나무」,「민들레처럼」등의 시편이 대표적이다. 이 시편에서 담고 있는 ‘패배’와 ‘참된 시작’은 김병익이 해설에서 말한 변증적인 변용을 뜻한다. 즉 1,2부에서 박노해는 사람의 변화라는 내적 변증법을 펼쳐 보인다. 그것은 ‘외로움’, ‘시퍼런 슬픔’, ‘처절한 시’로 드러난다. 그런 와중에 '마침내 바람찬 허공중에 수천수백의 꽃시로 장렬하게 산화(「민들레처럼」에서)'하겠다는 굳은 결의와 자기반성을 통해 갱신하고자하는 의지를 보인다.

1,2부의 시편들이 박노해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회귀한 박기평의 서정적 변화를 보여주는 반면 3,4부의 시편들은 보편적인 것, 생활과 관련된 보편적 이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일상성의 강조를 통해 일반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3,4부의 언술은 다분히 선동적이며 교술적이다. 이는 선전선동의 책무를 의식하고 있는 조직운동가로서의 시인의 면모가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머리띠를 묶으며」,「못생긴 덕분에」,「공장의 북」,「소를 찌른다」,「허재비」등은 여전히 박노해의 현실적 상상력이 작동하고 있다. 그 속에서 독자로 하여금 깊은 성찰에 이르도록 한다.

시집『참된 시작』은 노동해방을 부르짖었던 80년대 시인 박노해가 90년대적 시인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는 집단적 주체가 어떻게 개별적 주체로 변모되는지 보여주는 시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박노해의 시에서 느껴지는 힘은 자본과 노동자의대립이라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 대립은 자본주의의 발생과 더불어 형성된 고전적이고 필연적인 갈등의 형식이다. 박노해가 사용하는 소재들을 점검해 보면, 지금까지 냉전 상황과 억압적인 정치적 현실 아래에서 한국시 대부분의 시인들이 등한시했을 뿐 사실은 낯익은 것들이다.

『참된 시작』은 기층 민중들이 직면한 절망적 상황, 즉 자본과 노동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그에 따라 투쟁의 대상의 모호해진 상황 속에서 시인이 겪게 되는 고민과 그로부터 탈출하려는 진솔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집이다. 아울러 박노해가 ‘노동자 시인’이라는 이니셜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하게 김지하, 김남주의 시정신을 이은 민중시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1980년대 노동문학이 1990년대 현실상황의 변화를 겪으며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의의를 지닌다. 동시에 이념의 퇴락과 탈중심적 해체주의 사유가 한국 시문학에 미친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다.

참고문헌

『참된 시작』(박노해, 느린걸음, 2016)
『현대시인연구』(류찬열, 제이앤씨, 2007)
『참된 시작』(박노해, 창작과비평사, 1993)
「박노해 시 연구」(최명국, 충남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박노해의 시적 변모 양상 연구」(최명국, 『문예시학』, 2009)
「1980년대 노동시 연구」(박철석, 원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박노해 최근 시의 성격과 변화에 대하여」(임규찬, 『실천문학』31호,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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