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당신』은 도종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시를 모아 엮은 것이다. 시인은 『분단시대』의 동인으로, 그의 첫 번째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는 민족· 민중문학의 이념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데 반해, 『접시꽃 당신』에 와서는 서정적이고 대중적인 형태로의 시적 전환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상반된 평가가 따르고 있는데 시대성이나 역사성과는 거리가 먼, 개인적인 정서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그 하나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접시꽃 당신』의 서정성이 운동성이나 민중성과 서로 배타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계기로 서사지향성과 이야기성에서 벗어나 자기 성찰적이고 명상적인 시세계로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평가가 자리한다.
이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 3부까지는 아내의 투병과 죽음,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그 외의 작품들은 4부에 모아 놓았다. 1부에서 3부까지의 작품들은 그 주제가, 개인사적인 고통이나 한 개인에 대한 사랑에서 인간 실존에 대한 고뇌와 공동체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고 있다. 4부는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의 맥을 잇는 작품들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의 핍진한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거나, 참 세상을 향한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발현하고 있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