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습지는 해발고도가 낮은 구릉지의 곡저부인 오베이골에 형성된 습지이다. 2011년 3월 14일에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같은 해 4월 7일에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다. 등록면적은 1.797㎢이다. 2013년 5월 28일에는 고창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운곡습지가 위치한 오베이골은 오방골의 전라도 사투리로 오방동이라고도 부른다. 오방은 동서남북의 4방과 중앙의 다섯 방위를 뜻한다. 이곳이 사실재, 행정재(송암), 직업재(매산), 굴치재(용계), 백운재(운곡) 등 다섯 갈래 길로 나뉘는 데서 유래하였다. 또 호비골, 호비동으로도 부르는데, 이곳 지형이 호랑이 콧등과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습지 주변지역의 약 80%는 해발고도 100m 이하의 낮은 산지이며, 운곡습지 인근에는 해발고도 30m 이하의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다설 지역 중의 하나로 융설수가 풍부해 겨울철과 이른 봄에도 가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연중 토양수분이 안정되어 있다.
북서 방향과 북동 방향의 단층과 절리가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직교상의 골짜기가 형성됨으로써 습지가 발달할 수 있는 독특한 지형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베이골은 과거에 논으로 경작되던 지역이다. 1981년에 한빛원자력발전소(전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쓰기 위한 저수지가 운곡마을에 들어서면서 운곡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고, 원자력발전소는 냉각수의 수질관리를 위해 오베이골을 포함한 운곡저수지 주변에 철조망을 쳤다. 이를 계기로 오베이골은 사람들의 접근이 제한되었다.
또한 오베이골 너머에 집중된 2,000여 기의 고창 고인돌이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면서, 오베이골 주변은 국가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역시 오베이골이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원인이 되었다. 그 후 이 지역에는 원시 밀림과 같은 비경의 습지가 형성되었다.
운곡습지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I급인 황새, II급인 새호리기와 팔색조가 관찰된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으로는 땅귀개 · 통발 등 V등급종 2분류군, 당키버들 · 광릉골무꽃 · 갯보리사초 · 각시족도리풀 · 큰여우콩 등 III등급종 5분류군, 옥녀꽃대 · 홍지네고사리 · 자란초 등 I등급 13분류군이 확인되었다.
양서 · 파충류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 구렁이가 관찰되며, 도룡뇽과 도마뱀이 주로 확인된다. 2010년에 비해 2013년의 생물상은 327종이 증가하였고, 멸종위기야생생물은 3종이 증가하여 습지보호지역 지정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