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71㎝, 가로 174㎝.지장보살과 시왕 등의 권속을 함께 그린 지장시왕도로, 화승 혜산축연(蕙山竺衍)과 성전(性典), 봉조(奉照)가 1887년에 제작하여 경국사에 봉안하였다.
경국사 지장시왕도는 화면 아래쪽의 먹으로 쓴 화기(畵記)를 통해 화승 혜산축연(蕙山竺衍)과 성전(性典), 봉조(奉照)가 1887년에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화면의 중앙에는 승려의 모습을 한 지장보살이 원형의 광배를 뒤로 하고 양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투명한 구슬을 맞잡고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다. 그 앞으로 선악동자(善惡童子)가 지장보살의 지물(持物)인 석장(錫杖)과 함(函)을 들고 중앙을 향해 서 있고 지장보살의 양쪽에는 협시(脇侍)인 도명존자(道明尊者)와 무독귀왕(無毒鬼王), 그리고 지옥을 관장하는 10명의 대왕인 시왕과 판관 등의 권속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주조색으로 하여 녹색, 황토, 군청 등의 색을 사용하였으며, 군데군데 금을 사용하는 등 섬세한 서울 · 경기 지역 불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형식의 그림은 1870년 화승 경선응석(慶船應釋)이 그린 개운사(開運寺) 지장시왕도를 시작으로 서울 성북구 미타사(彌陀寺)와 강화 백련사(白蓮寺) 등에 유사한 작품들이 대여섯 점 가량 남아 있어 19세기 말 서울 · 경기 지역에서 특히 유행했던 지장시왕도의 형식임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경국사 지장시왕도는 후원자가 5명의 상궁(尙宮)들로만 이루어져 제작된 작품으로 주목된다. 또한 이 불화의 수화승인 축연은 금강산 유점사(楡岾寺)의 유명한 불모(佛母)로 1870년대 중반부터 1930년경까지 활동하며 많은 불화를 제작하였다. 경국사 지장시왕도는 축연의 활동 시기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화면 아래쪽 중앙에서 피어오르는 황토색 구름의 표현에서 음영법을 잘 구사했던 그의 화풍이 엿보인다.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양쪽에 협시인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시왕 등의 각 권속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지장보살의 앞쪽에 선악동자가 표현되어 있는 것이 이 지장시왕도의 도상적 특징으로, 19세기 말 서울 · 경기 지역에서 유행했던 지장시왕도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붉은색을 주조색으로 하는 섬세한 서울 · 경기 지역 불화의 화풍을 잘 보여준다.
경국사 지장시왕도는 조선 말기에서 근대기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던 금강산의 유명한 화승 축연이 수화승으로 참여하고 궁궐의 상궁들이 후원하여 제작된 불화이다. 또한 19세기 말 서울 · 경기 지역에서 유행했던 지장시왕도의 도상과 화풍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