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선 ()

불교
개념
입으로 선(禪) 수행을 말하지만 실제로 행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정의
입으로 선(禪) 수행을 말하지만 실제로 행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개설

구두선(口頭禪)은 선가의 용어가 일반인에게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용어 가운데 하나로, 정부 관리가 말로는 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책을 행하지 않는 행태를 비판할 때 자주 쓰인다.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행하지 않을 때, 흔히들 구두선에 머문다고 말한다.

연원 및 변천

구두선의 유래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마도 송나라의 문자선(文字禪)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용

당나라에서는 인쇄 매체가 발달하지 않아서 대부분 서적이 필사본의 형태로 유통되었다. 송나라에 들어서면서 목판인쇄가 발전되어 대량으로 서적들이 판매가 되고, 수집하여 보관이 가능하였다. 이런 문화적인 변화는 선가(禪家)에도 영향을 미쳐서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이나 『벽암록(碧巖錄)』과 같은 어록들이 제작되었다.

스승과 제자의 문답을 공안(公案)이라고 부른다. 공안이란 공공의 문서란 의미로서 선문답의 사례를 말하고, 그것을 모아 집성한 것을 공안집(公案集)이라고 한다. 송나라에서는 다양한 공안집이 출현하였다. 당나라 시대에는 공안, 선문답이 기억에 의존하여 구전되거나 기록된다고 하여도 개인적인 필사본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송나라에서는 대량으로 인쇄가 되어서 유통이 되고, 지식인들은 이들을 구입하여 읽고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었다.

이런 토론 문화 속에서 선문답의 공안에 대한 논평과 평가를 담는 『평창(評唱)』과 『격절(擊節)』과 같은 저술이 등장하였다. 예를 들면, 설두중현(雪竇重顯: 980~1052)이 『경덕전등록』에 나타난 1080여 개의 공안에서 대표적으로 100개를 취사선택하여 백칙 공안집을 만들었다. 그러자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 여기에 평창을 더해서 만든 것이 바로 『벽암록』이다.

선문답이 문자로 기록되고 인쇄가 되어서 대량으로 생산되자, 공안집은 대중적인 관심과 함께 지식인들의 중요한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선 수행이 옛 조사의 기이한 행적을 흉내 내고, 과거 시험의 과목처럼 암송하기도 하고, 토론하면서도 실제로는 참선 수행을 하지 않는 폐단도 생기게 되었다. 바로 입으로는 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참선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니, 바로 구두선이다.

그러자 남송 시대에 들어와 원오극근의 제자인 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가 스승의 저술인 『벽암록』을 불태웠다. 실제로 수행을 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참선을 논의하는 폐단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다. 대혜종고는 이러한 종류의 참선을 문자선, 구두선, 공안선이라고 배척하면서, 새로운 선 수행법으로 ‘간화선(看話禪)’을 창안하였다. 간화선은 고려 후기에 보조국사(普照國師: 1158-1210)에 의해서 도입된 이후로 조선시대를 거쳐서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전통적인 참선법이다.

의의와 평가

구두선은 말로만 선을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수행하지 않음을 말한다. 이것은 송대의 인쇄 문화의 발전과 함께 생겨난 풍조이다. 이를 문자선, 공안선이란 용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구두선의 폐단을 극복하고 실참(實參)을 강조한 참선 수행이 간화선이다. 간화선의 특징은 자기의 본질에 대해서 질문하여 참구하는 활구(活句)이다. 무엇인가를 질문하여 의심을 품는 일은 결국 실제로 참구하게 한다. 간화선은 자기 문제에 대한 철저함과 함께 본래면목(本來面目)에 대한 절박한 의심을 강조한다. 이런 가풍은 바로 구두선이나 문자선, 공안선의 폐해를 극복한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물론 구두선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한 효과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서 구두선의 경향은 점차로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실참 수행의 강조는 여전히 유용한 동북아 전통의 귀중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쟁점으로 살펴보는 간화선』(인경스님, 명상상담연구원, 2011)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명법, 씨아이알, 2009)
『宋代禪宗史の硏究: 中國曺洞宗と道元禪』(石井修道, 東京: 大東出版社,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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